현재진행형 성공신화, 토요타 프리우스 프라임

프리우스 프라임은, 프리우스보다 더 멋지고 고급스러우며, 심지어 더 잘 달릴 수 있도록 모든 걸 업그레이드한 완벽한 진화상. 프라임이 이끄는 토요타 프리우스의 성공신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1997년. 세계최초의 하이브리드 전용차 토요타 프리우스가 등장했다.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인식이 낯설던 그때, 토요타는 친환경차 알리기에 공들였고, 할리우드 스타들부터 세계 각지의 저명한 인사들이 지구살리기에 동참했다. 물론, 처음부터 순탄한 건 아니었다. 토요타는 프리우스가 대중적인 모델로 자리잡기를 바랐지만, 시장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소비자들에게는 아직, 특별한 차라는 인식이 더 강했다. 다른 메이커들 역시, 기존의 내연기관 개선에 더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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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묵묵히 견딘 결과는, 프리우스가 세대를 거듭하며 차츰 드러나기 시작했다. 물론, 친환경차가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며 세계 각국에서 친환경차 보조정책을 내놓은 영향도 없지 않았다. 20년. 어느새 4세대로 진화한 프리우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양산형 하이브리드카 원조로 자리를 잡았다. 프리우스의 선전에 힘입은 토요타 역시, 다양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하이브리드카 판매 1천만 대를 돌파, 명실상부 세계최고의 친환경차 메이커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분야는 좀 달랐다. 2012년에 프리우스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을 선보였지만, 반응은 크지 않았다. 프리우스에 담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그래도 하이브리드만 주구장창 외치던 토요타가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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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5 R15 사이즈 휠 커버는 가벼운 플라스틱. 이것도 경량화를 위해서?

토요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좀더 힘을 싣기로 했다. 토요타그룹의 새로운 제품전략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를 통해 처음 만든 4세대 프리우스를 바탕으로, 전기모터 비중을 높이고 95개 셀로 이루어진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전보다 두 배 용량인 8.8kWh로 키우는 등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가다듬어 프리우스 프라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들이 보증한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960킬로미터. 효율성에 초점 맞춘 소형디젤자동차와 겨룰 만한 수치다. 게다가, 전기모터만을 이용해 배출가스 한 톨도 내뿜지 않은 채 주행거리 40킬로미터, 최고시속 130km까지 달릴 수 있다고 자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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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전기로 4시간 30분, 전용충전기로 2시간 30분 걸린다는데, 계기반은 왜 3시간 30분이라고 알려줬을까?

파워트레인만 달라진 건 아니었다. 호불호 강했던 4세대 프리우스 디자인은, 내가 봐도 부담스러웠다. 효율성을 위해 공기저항계수를 0.24Cd까지 확보한 혁신적 디자인이었다고 해도, 너무 갑작스레 변한 분위기에 호감을 갖기 어려웠다. 혹자는 이를 두고 “고등어처럼 생겼다”며 비아냥댔지만, 프리우스 프라임은 달랐다. 앞뒤 모양을 조금 다듬었을 뿐인데, 괴상한 모양에서 한층 미래적인 스타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기저항계수는 약간 오른 0.25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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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 아닙니다. 공기흐름 고려한 신선한 설계입니다

네 개 LED램프를 좌우로 넣은 헤드램프는, 멋들어진 스타일과 동시에 소모전력을 낮추는 효율적 기능도 두루 챙겼다. 뒷모습의 포인트는, 이름도 장황한 ‘더블 버블 백 도어 윈도.’ 정면에서 보면 가면 쓴 일본 영웅처럼 디자인한 것 같지만, 여기에도 공기역학적 설계를 담았다. 지붕에서 흘러내린 공기가 좌우로 퍼지는 대신 가운데로 흐르게 해 공력성능을 높인다는 설명. 유리창을 손끝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으면, 그 완성도에서 혀를 내두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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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우스 프라임의 약점 중 하나. 불쑥 솟은 트렁크바닥을 낮추는 방법 없을까?

심지어 가볍고 튼튼하기로 소문 난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을 듬뿍 사용해 만든 테일게이트는, 엔지니어들이 경량화를 위해 얼마나 신경 썼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 두 개로 늘어난 전기모터와 120킬로그램의 리튬이온 배터리 등 이것저것 부품을 더하며 공차중량이 1천525킬로그램으로 불은(프리우스 1천390킬로그램) 걸 눈치 못 채게 하기 위함인가? 트렁크를 열었을 때 카본 패턴이 훤히 드러나게 만든 건, 일부러 의도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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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봐야 일반 프리우스와 다르다는 걸 눈치챌 수 있다

아이코닉 휴먼테크, 즉 사람을 중심으로 한 인테리어 디자인 컨셉트는 프리우스와 같다. 넓고 시원스레 펼쳐진 대시보드 분위기는 운전자를 감싸는 랩 어라운드 스타일. 대시보드 위 가로로 길게 뻗은 계기반이나 욕조를 닮은 센터터널도 프리우스와 다르지 않다. 다른 게 있다면, 장미 꽃봉오리처럼 생긴 푸른빛 기어레버 옆 주행모드 버튼에 EV모드 관련 버튼을 더했고, 마감과 소재가 좀더 고급스럽다는 점. 가파르게 떨어지는 지붕 탓에 머리가 닿는 것 아닌지 걱정하며 뒷좌석에 앉았건만, 웬걸. 비좁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배터리를 뒷좌석 밑에 놓아둔 프리우스와 달리 트렁크 밑 공간에 넣었고, 천장을 둥글게 마감한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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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으면 편하고 좋긴 한데, 3인승 뒷좌석을 원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하지만 그 탓인지, 트렁크바닥이 꽤 높게 올라와 있어 적재공간이 좁다는 게 단점. 게다가 프리우스보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서라지만, 굳이 뒷좌석을 2인승으로 한정 지을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이는 시장반응에 따라 3인승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프리우스 프라임과 함께 450킬로미터를 달렸다. 연료효율성을 따져 보기 위해서다. 토요타가 주장하는 대로 기름 한 방울 안 남을 때까지 960킬로미터를 달려볼까도 싶었지만, 그건 다음에 해보기로. 일부러 100퍼센트 충전상태의 배터리로 받기 위해 발걸음을 늦추며 토요타로 향했다. 거기서 김포 아라마리나컨벤션까지, 그리고 다시 서울로 향하며 전기만으로 얼마나 달릴 수 있을지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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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엔진을 깨우는 일이 결코 많지 않을 것이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오가는 동안 전기만으로 달린 지 50킬로미터가 넘어가자, 열효율 40퍼센트를 달성한 1.8리터 가솔린엔진이 부르릉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굳이 엔진을 쓸 필요가 없었다. 가속페달을 일부러 끝까지 밟는 게 아니라면, 31마력과 72마력의 두 개 전기모터만으로도 충분한 속도로 다른 차들과 대열 맞추며 달릴 수 있다. 31마력짜리 모터는, 상황에 따라 배터리 충전과 동력전달 사이를 똑똑히 오갔다. 이른바, 듀얼 모터 드라이브 시스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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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가 낮아 앞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계기반. 보여주는 정보도 다양하다

배터리를 바닥낸 뒤 충전케이블을 220볼트 콘센트에 꽂으니, 완전충전까지 세 시간 삼십 분이 걸린다는 메시지가 계기반에 나타났다. 케이블을 가만히 바라보며 머리를 굴렸다. 인천 부평부터 회사가 있는 서울 종로까지 편도 30킬로미터. 크게 속도 낼 일 없는 출퇴근길.

야금야금 아끼며 달린다면, 전기만으로 출퇴근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집과 회사 어디서든, 충전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게 함정. 충전을 위해 차를 집에서 10분 거리에 떨어진 대형마트에 두고 다닐 일을 상상해보니, 쉽게 수긍할 수 없었다. 기름값 아끼려면 어디 다닐 때 스마트폰 충전하듯, 틈틈이 콘센트를 찾아다녀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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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과 전기모터의 역할 배분을 1:1로 설정하는 하이브리드모드 버튼을 추가했다

배터리를 소진한 뒤(물론 완전방전이 아니고, 그 전에 엔진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400킬로미터는 가솔린을 태우며 하이브리드 모드로 쏘다녔다. 예전의 하이브리드였다면, 이질적인 주행감각에 거부감이 들어 오래 타지 않았을 텐데, 프리우스 프라임은 편안했다. 미소녀가 등장하는 일본 TV광고에서처럼 씽씽 속도 내서 달리는데도 조용했고, 출발과 가속, 제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이질감은 없었다. 오히려 충전과 동력전달, 회생제동 등에서 활용 폭 늘린 전기모터 덕분에, 각각의 과정에서 성능과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엔진을 돌릴 필요 없이, 기체와 액체를 번갈아 사용해 실내를 따뜻하고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가스 인젝션 히트 펌프 시스템 또한 효율성을 위해 세계최초로 적용한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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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전략 TNGA의 효과는 어땠을까? 앞에 무게가 쏠렸던 프리우스보다, 뒤에 120킬로그램 배터리를 실어 앞뒤 무게배분에 힘쓴 결과는 코너에서 나타났다. 좀더 묵직한 차체가 코너에서도 서스펜션을 꾹꾹 누르며 코너를 매끈하게 돌아 나간다. 한계가 일찍 찾아오는 건 195/65 R15 타이어를 탓해야 했다. 일반적인 시내와 고속도로에서라면, 프리우스보다 탄탄하게 세팅한 승차감에 나름 경쾌한 감각까지 뒤따랐다.

다만, 사각지대 감지 장비 하나 없는 게 불편할 따름. 평소 그런 게 굳이 필요할까 생각하는 편이지만, 이상하게도 운전석 사이드미러의 시야각이 좁아서 자주 고개를 돌려 확인해야 했다. 그밖의 운전자지원 주행보조장비들 역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국내 주행환경에 맞게 완벽히 세팅한 시스템을 담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홍보팀의 설명. 일본과 미국에서 선택할 수 있는 11.6인치 센터페시아 터치스크린 역시, 국내에서 사용 중인 아틀란 내비게이션과 더욱 완벽히 호환하기 위해 준비 중인 건 마찬가지다. 지붕에 얹는 태양열 전지판은, 국내환경에 맞지 않아 계획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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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장비를 도입하고 충전인프라까지 구석구석 완성한다면, 좀더 최첨단의 미래와 친환경의 길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친환경차의 아이콘으로서 프리우스 성공신화를 훌륭히 이끌어갈 주역에 걸맞은 자격을 갖추는 것도 당연할 터이고. 아 참, 그렇게 달린 뒤 트립컴퓨터가 보여준 연비는 리터 당 31.5킬로미터. 더 나올 줄 알았는데, 내가 너무 속도를 낸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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