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트카가 아닌 양산차, 렉서스 LC500

LC500은 디자인 하나로 엄청난 주목을 끈 모델.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디자인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이 묻혔다는 뜻이다. LC500을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렉서스 LC500(하이브리드는 LC500h)의 임무는 명확하다. 2012년 큰 관심을 받았던 LF-LC(Lexus Future Luxury Coupe) 컨셉트의 양산모델로 부활하며, 한동안 공백이었던 플래그십 쿠페 자리를 맡는 것. 사실 이런 장르는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빼놓을 수 없기에, 브랜드에서 쏟아 붓는 열정은 대단하다. 렉서스가 SC 이후 새로운 럭셔리 GT 쿠페가 없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디자인을 보자. 과격한 스핀들 그릴은 이제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렉서스 아이덴티티를 전달하는 세 개의 LED 램프가 조화를 이룬다. 이런 성격의 자동차는 시선을 잡아끄는 ‘한 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멀리서도 존재감을 뽐내야 하는 건 기본이고, 달릴 때는 역동적으로 보여야 하며, 멈추었을 때는 우아해야 한다. 사실, LF-LC보다 더 컨셉트카로 보이는 게 바로 LC500이다. 양산차를 이렇게 디자인했다는 게 렉서스답다.

옆모습은 전형적인 쿠페 디자인이다. 루프부터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우아한 라인은 LC500의 하이라이트. 헤드램프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마무리한 테일램프는 가로 비율이 크기 때문에 낮고 넓어 보이는 효과까지 가져온다. 여기에 휠아치를 가득 채운 타이어는 21인치. 다시 말하지만, 컨셉트카가 아닌 양산모델이다.

도어핸들을 잡아당기면 낮게 자리한 시트가 기다린다. 알칸타라 재질의 버킷시트는 미끄러짐과 좌우 흔들림으로부터 운전자를 최대한 감싸 안는다. LC500은 낮은 시트포지션으로 가속페달 및 브레이크페달의 위치가 엉덩이 부분과 거의 일직선을 이루기 때문에 피드백을 보다 정확하게 전달한다. 또한, 시트 위치가 낮은 만큼 센터터널이 우뚝 솟은 효과를 가져와 마치 욕조 안에 들어앉은 기분이다. 운전자를 위해 완벽한 공간을 만들었다는 의미.

봉긋 솟은 기어레버는 조작이 편리하다. 터치패널 인식률 역시 프리미엄 브랜드 중 가장 좋다. 오디오시스템을 조절하는 스위치는 고급스러운 메탈 소재로 촉감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효과까지 뛰어나다. 중앙 디스플레이 모니터는 선명한 화질을 자랑한다. 이러한 장비들을 감싼 가죽은, 한 땀 한 땀 바느질한 장인의 노고까지 더해져 품격을 높인다. 조립품질은 괜한 트집을 잡고 싶을 만큼 얄밉도록 완벽하다.

스티어링 휠을 잡아보면, 시동을 걸지 않아도 얼마나 달려줄지 생각하게 된다. 양쪽에 길게 자리한 패들시프트는 본격적인 달리기를 위한 아이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드라이브모드 셀렉터가 계기반 양옆에 자리한다. 처음 사진으로 접했을 때 왜 저기에 달아놨는지 의아했지만, 막상 LC500에 앉아 조작해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보통의 자동차는 기어레버 주변에 차의 성격을 바꾸는 드라이브모드 버튼이나 스위치를 마련해 놓는다. 다시 말해, 모드를 바꾸기 위해서는 오른팔을 내려 버튼을 조작해 성격을 바꾼다. 하지만, LC500처럼 레버를 스티어링 휠 부근에 놓으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드라이브모드를 재빨리 조작할 수 있다. 오른쪽 레버로는 에코,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등을 컨트롤하고, 왼쪽 레버를 이용해 자세제어장치 등을 설정할 수 있다. 계기반은 심플하지만, 고성능 모델에 어울리게끔 분당회전수를 크게 보여준다. 눈썰미 좋은 이들이라면, 드라이브모드 셀렉터 위치와 계기반이 낯익을 것이다. 그렇다, 렉서스에서 전세계 500대만 생산한 LFA와 비슷하다.

LC500에는 V8 5.0리터 자연흡기엔진이 올라간다. 이는 터보엔진이 대부분인 요즘 시대에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렉서스의 이런 결정에 마니아들은 열광했다. 최고출력 471마력, 최대토크는 55.0kg·m. 무엇보다 V8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박력 있는 사운드가 드라이버를 황홀경에 빠뜨린다. 이런 엔진과 호흡을 맞추는 기어는 무려 자동 10단. 듀얼클러치에 필적하는 빠른 변속과 토크컨버터의 장점인 부드러움이 만났으니 더 이상 듀얼클러치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LC500h는 V6 3.5리터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으로 359마력의 합산출력을 낸다. 또한, 렉서스 최초로 ‘멀티 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올렸다. 렉서스는 지금까지 e-CVT라는 무단기어시스템을 하이브리드 모델에 얹었지만, LC500h에는 네 개의 유성기어를 추가함으로써 총 10단에 이르는 기어를 완성해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보여 준다.

LC500은 뒷바퀴를 굴리지만, 네 바퀴 스티어링시스템이 들어갔기에 더욱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더블 조인트 서스펜션을 갖추고 있다. 컨트롤 암을 구성하는 부품 중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경량 단조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스프링이 받는 무게를 줄였다. 이는 서스펜션 응답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또한, 시속 80km가 넘으면 트렁크에 숨어있던 리어 스포일러가 올라와 고속안정감을 높인다. 브레이크시스템 역시 믿음직스럽다. 앞바퀴에는 6피스톤, 뒷바퀴에는 4피스톤이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렉서스는 최고의 럭셔리 쿠페를 만들기 위해 GA-L(Global Architecture-Luxury)이라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 배터리를 트렁크에 보내 52:48이라는 이상적인 비율을 실현했다. 비틀림 강성은 LFA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에 들어올 사양은 선루프를 과감히 삭제하고 탄소섬유 지붕을 얹어, 강성은 높아지면서도 경량화 효과까지 누릴 수 있어 보다 경쾌한 주행을 뽐낸다.

디자인과 성능을 만족시키면서도 안전사양 역시 잊지 않았다. 렉서스 최초로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를 올렸다. 즉 이 안전장비 안에 충돌방지시스템,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컨트롤, 차선유지 어시스트 등이 포함돼 모든 안전을 책임진다.

LC500은 5년 전 선보인 LF-LC의 현대판이자 렉서스의 도전적인 모델이다. 개발팀 모두 이전에 없던 목표를 걸고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현재 럭셔리 GT 쿠페는 유럽 브랜드의 독무대지만, 해외에서도 LC500의 평가가 매우 긍정적이니 출발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