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글미 풍기는 미니의 질주 본능

바다 건너 호주에서 건너온 미니 쿠퍼 1세대는 우핸들에 수동기어 모델. 너무 단단해서 불편하기로 소문난 1세대를,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인수했던 로버그룹을 헐값에 처분하는 와중에도 BMW가 끝까지 남겨두었던 브랜드가 바로 미니다. 영국의 경기불황으로 저렴한 소형차의 필요성이 높아졌고, 작고 가벼운 차체에 넓은 실내를 갖춘 미니가 비로소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스포츠주행을 중시해 뒷바퀴굴림을 사용했던 BMW그룹 안에서도, 작은차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가로배치엔진과 앞바퀴굴림 구조를 계속 유지한 미니.

이전과 달리 밀레니엄시대에 들어 BMW 산하에서 나온 미니는, 과거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계승해 클래식한 멋을 강조했고, 더불어 BMW가 추구하는 운전의 즐거움을 중요시했다. 그 결과는 단단한 하체와 묵직한 스티어링에서 나오는 예리한 핸들링, 그리고 경쾌한 주행성능이었다. 마치 땅바닥에 바싹 달라붙어 달리는 ‘카트’처럼 말이다.

이재상 씨가 2년간 머무르던 호주에서 큰마음 먹고 미니 쿠퍼 1세대를 사들인 것도, 미니의 ‘고카트 필링’에 매료됐기 때문. 그 전부터 운전을 즐겼다는 이재상 씨는, 머나먼 타지에서도 운전의 즐거움을 떨쳐낼 수 없었고, 귀국일정이 빠듯했지만 결국 참을 수 없는 갈증에 중고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에게 자동차의 기준은 꽤 확고했다. 예쁜 디자인에, 경쾌한 감각의 작은차여야 했으며,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희귀 모델이라야 했다.

ECU 맵핑, 흡기 업그레이드는 없다. 그래도 알찬 성능에 부족함은 없다

물망에 처음 오른 건 혼다 시빅 타입 R. 일본차의 인기가 좋은 호주였기에, 학생 신분의 이재상 씨에겐 생각보다 비싼 중고차값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의 눈에 띈 건, 1.6리터 수퍼차저엔진을 품은 2004년식 미니 쿠퍼 1세대 S모델. 게다가, 우핸들에 게트락 6단 수동변속기를 갖춘 모델이었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다는 희귀함, 작지만 뜨거운 성능의 미니가 가진 매력은, 이재상 씨가 귀국길에 함께 데려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온 지 불과 5개월. 미니는 그동안 밀텍 배기시스템과 높이 조절 가능한 넥스 일체형 서스펜션, 2세대 쿠퍼 S모델의 앞브레이크를 받아들이며 성능을 다졌다. 그 밖에도 서스펜션 마운트에 커스텀 보강키트를 얹었고, 데포의 헤드램프 컨버전키트로 나름의 멋도 살렸다.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호주에 있을 때 수퍼프로 브랜드 부싱제품으로 하체를 둘러 관절도 강화했다.

이재상 씨는 “작고 경쾌한 미니는 역시 수동이 제맛!”이라며 예찬을 늘어놓았다

이재상 씨는 “작고 경쾌한 미니는 역시 수동이 제맛!”이라며 예찬을 늘어놓았다

마음 같아서는 오른쪽에 놓인 브라이드 버킷시트에 몸을 파묻고 기어레버를 휘저으며 달려보고 싶었지만, 희귀한 우핸들 수동변속 모델을 처음부터 제대로 몰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고, 차를 애지중지하는 오너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첫 경험의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고 옆좌석에 올랐다. 스티어링 휠과 페달이 있어야 할 곳이 휑하게 비어 있으니 기분이 색달랐다. 이재상 씨가 가속과 제동을 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발을 놀려 페달이 있을 곳을 밟고 있었고, 방향을 틀 때마다 몸이 알아서 기울어졌다.

겉만 봐서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귀여운 미니의 매콤한 반전성능이 가장 대표적이다

겉만 봐서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귀여운 미니의 매콤한 반전성능이 가장 대표적이다

직접 다루진 않았지만 얘기를 나누며 차를 조작하는 이재상 씨를 보니, 그 자리에 앉은 누구라도 미니의 경쾌함에 쉽게 빠져들 게 분명했다. 바르릉거리며 목청 높이던 엔진은, 주인의 애정 어린 손길에 따라 배기량을 잊고 힘찬 노래를 불렀다. 발목관절에 좋다는 서스펜션과 부싱류 업그레이드의 효과는, 도로를 움켜쥔 채 깊숙한 코너도 예리하게 돌아나가는 실력으로 입증됐다.

평소에 타고 다니기엔 너무 거칠고 시끄럽고, 승차감이 단단해 불편하지 않냐고? 그런 불평은 그저 동글동글한 미니의 귀여운 모습만 보고 혹했던 철부지들이나 늘어놓을 소리였다. 이재상 씨가 자신의 미니와 함께하고 싶었던 꿈은 트랙데이 참가였기에, 이 정도 튠업쯤은 즐거움을 위한 맛보기에 그칠 뿐이었다. 언젠가 그의 목표인 모터스포츠 대회 출전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호주에서 한국까지 멀리 날아온 미니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