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6 디젤 품은 E-클래스, 그 참을 수 없는 풍요로움

가장 강력한 디젤 버전 E-클래스가 라인업에 투입됐다. 메르세데스-벤츠가 해석한 고성능 디젤은 화려함과 풍요로움 그 자체다

잔잔한 디젤엔진 사운드가 실내를 파고든다. 3.0리터 V6 엔진은 고요하고 묵직하게 피스톤을 움직였다. 크고 넉넉한 연소실 덕에 4기통 낮은 배기량 디젤처럼 경박하지 않았다.

훌륭한 가죽으로 감싼 버킷시트.통풍, 열선은 기본. 허벅지 부분도 넉넉히 늘어난다

훌륭한 가죽으로 감싼 버킷시트.통풍, 열선은 기본. 허벅지 부분도 넉넉히 늘어난다

질 좋은 가죽으로 두른 3스포크 스티어링을 슬쩍 훑는다. 엄마의 영양크림이라도 바른 듯 촉촉하게 감기는 세련된 손 맛에 프리미엄 브랜드의 감성이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을 잡으면, 손이 닿는 3시와 9시 부분을 더 두껍게 만들고 손가락걸이용 홈도 팠다. 올록볼록 엠보싱 처리로 ‘이곳을 잡고 돌리세요’라며 친절도 베풀었다.

V6 엔진을 뒤덮은 커다란 갑옷. 누구든 물럿거라!

V6 엔진을 뒤덮은 커다란 갑옷. 누구든 물럿거라!

가르릉거리는 엔진음과 함께 출발. 초기 발걸음은 디젤엔진답게 뭉툭하다. 답답한 가속이 탐탁지 않아 더 과감하게 가속페달에 무게를 실었다. 5천700rpm까지 돌릴 수 있는 엔진은 디젤치고는 고회전이다. 1천600rpm부터 터지는 63.2kgm 토크 폭풍이 뒷바퀴를 짓이기기 시작했다. 막강한 토크를 바탕에 둔 강력한 가속은 속도계 바늘을 치켜 올리며 단호하게 차체를 밀어댔다. AMG 부럽지 않은 출력과 달리기실력은 어지간한 적수를 만나도 불안하지 않다. 출발 초기 가르릉거리는 엔진음은 속도가 붙으면서 정숙해졌다. 이것이 풍성한 6기통 디젤의 맛이다.

E-클래스 라인업은 무려 13개. 골라 타는 맛이 좋은 라인업 중 이 녀석은 가장 강력한 디젤모델. 엔진에 알루미늄 소재를 대폭 써 무게를 덜었고, 연료분사 정확한 피에조 인젝터로 안정적인 출력성능을 끌어냈다. 최신 SCR 기술로 보다 더 집요하게 질소산화물을 거르고, 스타트/스톱시스템까지 더해 효율도 챙겼다.

강력한 디젤은 9단 자동기어박스와 궁합을 맞췄다. CVT라 해도 믿을 만큼 매끈하게 톱니를 바꿔 물었다. 7단에서 두 단이나 늘린 9단 기어박스는 더 넓은 기어비로 효율성을 높였고, 소음과 진동도 줄였다. 놀라운 건 크기는 유지하면서, 무게는 1킬로그램 줄었다는 것. 스티어링 휠 뒤에 달라붙은 패들시프트를 딸깍하는 동시에 기어를 바꿔 물었다.

녀석은 고성능 디젤답게 AMG 익스테리어를 더해 다이내믹한 맛을 강조했다. 프런트 그릴 한 가운데 커다란 세 꼭지 별 엠블럼이 아쉬워 보닛 끝에 작은 엠블럼을 추가로 달았다. 다른 브랜드라면 ‘근자감’이겠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신감은 인정해야 한다. 그릴을 가로지르는 두 줄 가로 바, 검정 인테이크 그릴을 품은 앞범퍼가 차체를 낮고 두툼하게 그려낸다. 범퍼 아래를 알루미늄으로 단장해 스포티하지만 고급스러운 세련미까지 챙긴 건 브랜드의 센스. 고출력 디젤답게 호기롭게 마무리한 듀얼머플러 또한 블링블링한 알루미늄을 둘렀고, 무광 검정 디퓨저로 고성능을 인증했다. 19인치 5스포크 AMG 알로이 휠은 또 어떤가.

커다란 블랙 베젤 모니터, 깔끔한 인터페이스, 고급 소재와 완벽한마무리. 최근 메르데세스 실내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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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역시 고출력 디젤답다. 검정 대시보드, 계기반과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를 아우르는 커다란 총 천연색 블랙패널은 S-클래스라 해도 무방할 정도. 고급스런 마감재와 흠잡을 데 없는 조립품질 또한 형님이 아쉽지 않았다. 깨끗하고 선명한 디지털 계기반은 100퍼센트 그래픽. 취향에 따라 스포트와 클래식, 프로그레시브 중 골라 볼 수 있다.

지지력과 질감, 디자인 모두 흠잡을 데 없는 시트는 열선과 통풍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고, 운전석에서 뒷시트 열선도 켜고 끌 수 있다. 개별점멸이 가능해 표지판이나 이정표 등 더 밝게 보여줄 필요가 있는 부분에 집중해 비추는 84개의 LED 헤드램프는 야간 드라이빙에 금상첨화다. 전후방 주차에 자동 출차도 가능한 파킹 파일럿, 사고충돌 시 소음을 줄여주는 프리-세이프 사운드도 최초로 담았다. 사고를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넘어, 소리까지 줄여준다니, 과하다 싶을 만한 배려다.

60kgm를 훌쩍 넘는 토크로 거침없이 도로를 누비는 디젤세단. 넉넉한 배기량과 진보한 기술로 디젤차의 태생적 한계인 진동과 소음까지 잡았다. 리터당 13킬로미터를 넘게 달릴 수 있는 효율성은 또 어떻고. 송곳처럼 날카롭고 칼날처럼 예리한 고성능 AMG의 감각 대신 효율을 챙기면서 넉넉한 힘으로 질주하고 싶다면, E 350 d가 답이다. 어떤 코스건 목적지에 도착하면 언제나 승리는 당신 차지다.

LOVE  화끈한 출력, 풍요로운 안락함, 그리고 효율성
HATE  약간 아쉬운, 디젤 특유의 굼뜬 초반 가속감
VERDICT  담대한 토크로 AMG와는 다른 고출력 세단의 풍성한 맛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