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가 디젤의 대안?

하이브리드가 디젤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이브리드는 정말로 디젤을 시장에서 완전히 몰아낼 수 있을까?

2013년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 디젤은 환경오염의 주범인 데다 부도덕의 상징으로 낙인찍혀버렸다. 사람들은 디젤을 입에 담기조차 꺼렸으며, 수많은 자동차 메이커는 ‘클린디젤’에 대한 찬사를 접었다. 물론 현재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더는 ‘디젤차를 살까? 가솔린차를 살까?’를 묻지 않았다. 반면 하이브리드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다.

디젤은 정말로 시장 지배력을 잃어가는 형국이다. 오랜 시간 가솔린 위주의 시장 구조로 되어 있던 국산차 시장은 디젤 제품 추가로 일부 상승세를 보이지만, 디젤 일색이었던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엔진의 영향력은 줄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 수입 디젤이 절정을 이루었던 2015년의 경우 그해 판매된 24만3900대 중, 디젤차만 16만7925대로 68.8%의 비중을 차지했다. 가솔린은 6만5722대, 26.9%를 기록했고, 하이브리드는 9786대, 4%에 머물렀다. 그러나 2016년 디젤은 22만5279대 가운데 13만2279대(58.7%)로 전년보다 10.1% 포인트 후퇴했다. 가솔린은 7만6284대, 33.9%로 2016년과 비교해 7% 포인트 늘었고, 하이브리드는 3.2% 포인트가 증가했다. 2017년 상반기는 이 차이가 더욱 좁혀진다. 디젤은 50.1%, 가솔린 40.8%, 하이브리드는 9%로 극적인 점유율 변화가 있었다. 연간 3만 대 이상을 디젤 세력에 보탠 폭스바겐의 부재는 뼈아팠다.

하이브리드는 디젤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완벽한 대체재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이브리드는 디젤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완벽한 대체재라고 보기는 어렵다

디젤이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었던 건, 자동차 메이커가 목 놓아 부르짖던 환경에 대한 책임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 달에 자동차 연료값으로 얼마를 썼는지에 민감한 소비자로서는 폭발력이 강해 덩달아 연료 효율도 좋은 디젤차는 필수 선택지가 되었고, 가솔린 대비 저렴한 연료값도 고유가 시대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실리적인 측면에서 디젤의 인기는 필연적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최근 하이브리드의 약진은 디젤의 대안을 찾는 실리적인 소비자가 어디로 이동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디젤의 하락한 수치를 모두 하이브리드가 흡수한 것은 아니지만 고효율이라는 하이브리드 특유의 장점은 디젤을 대신할 차로 적합하다는 게 많은 사람의 생각이다.

이는 디젤에 밀려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던 일본 메이커에도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는 의미로 통한다. 시장이 디젤만 찾고 있을 때도 우직하게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를 믿은 결과다.

토요타는 꾸준히 하이브리드 동력계를 발전시켜 왔다. 미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토요타는 꾸준히 하이브리드 동력계를 발전시켜 왔다. 미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특히 토요타의 경우 하이브리드 아카데미라는 미디어 전용 이벤트까지 마련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또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도 모터쇼와 각종 행사, 광고 등을 통해 하이브리드 기술을 알려왔다. 노력이 결실을 맺은 덕분일까? 2017년 상반기 판매된 1만617대의 하이브리드 중 토요타(렉서스 포함)가 판매한 수치는 8614대로, 전체에서 81.1%를 점유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하이브리드가 디젤을 완전히 밀어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온전히 “그렇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디젤은 아직도 시장의 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는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출시가 빈번해지고, 전통적인 가솔린 추종자들이 힘을 내는 것과는 별도로, 올해 가장 많이 팔린 단일 차종은 디젤차인 메르세데스-벤츠 E 220 d(4917대)다. 하이브리드 세력을 이끄는 렉서스 ES 300h는 3776대로 E 220 d에 뒤져 있다. 디젤의 인기가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판매 정상화가 이루어지는 시점에는 다시 디젤 점유율이 올라갈 여지도 크다. 이는 여전히 우리 시장에 매력적인 디젤차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에 하이브리드는 토요타/렉서스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슈퍼스타가 떠오르지 않는다. 최근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고는 하는데, 디젤 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대표 선수들보다 파괴력이 부족하다. 결국 하이브리드의 성패는 얼마나 신속하게 매력적이고 놀라운 새 모델을 투입할 수 있을까로 귀결된다. 그런데 일본 메이커에 재빠른 모델 투입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의사 결정 구조에 오랜 시간이 걸릴뿐더러, 작디작은 한국 시장을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기 때문이다. 모처럼 많은 관심을 받는 하이브리드가 혹여 약진의 불꽃을 꺼트리는 건 아닐까?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선인들의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