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다 MX-5, 소박한 낭만주의자의 필수품

언제나 오픈카와 도로를 누비고 싶지만, 거추장스러운 장비 탓에 몸값이 부담이었던 당신. 거품 없이 순수하고 유쾌한 달리기가 필요하다면, 마쓰다 MX-5가 정답이다

줄기차게 비가 쏟아지더니 어느새 구름을 뚫은 햇빛에 아스팔트 도로가 이글거린다. 눈앞에 솟아오른 오르막길 따라 아지랑이가 아른거린다. 산허리를 타고 좌우로 휘감는 굽잇길을, 경량 로드스터로 달릴 생각이다. 내 곁에, 소프트톱을 뒤집어쓴 하얀빛 마쓰다 MX-5가 서 있는 이유다.

운전자 엉덩이 바로 뒤에 뒷바퀴가 있다. MX-5가 짜릿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 지난해까지도 국내 진출을 앞두고 왈가왈부 말이 많았던 일본 자동차 브랜드 마쓰다. 하지만 결국, 국내 공식 진출은 실패했다. 이에 마쓰다의 순수한 로드스터 MX-5를 갈망하는 이들을 위해, 공식 수입사 대신 터프컨트리 같은 병행 수입업체가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MX-5는, 1989년 미국 시카고 모터쇼에서 등장한 이래 경량 로드스터의 부활을 이끈 영웅이자, 어느덧 마쓰다를 대표하는 모델로 거듭난 얼굴마담. MX-5는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4세대에 걸쳐 진화한 지금까지 줄곧 한 가지 콘셉트를 고집하고 있다. 오직 운전의 재미를 향한 집착, 그리고 이를 위해 불필요한 장비는 과감히 떼어낸 채 가볍고 짜릿한 몸놀림으로 운전자에게 극도의 희열을 선사하는 것. 그 매력에 빠져 MX-5를 선택한 이들이 세계적으로 100만 명이 넘었다. 국내에서도, 2016 세계 올해의 차를 수상한 MX-5에 대한 관심은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

지금 내 곁에 있는 MX-5 또한, ‘화끈한 운전을 위한 차’라는 법칙을 철저히 따랐다. 늘씬하고 육감적인 보디라인에 군더더기는 없다. 길이가 불과 4m가 채 안 되는데도, 존재감이 또렷하다. 1세대부터 이어온 콘셉트 위로, 마쓰다의 최신 디자인 언어 ‘소울 오브 모션’이 깃든 덕분. 간결하고 매끈한 차체는 언제고 달릴 준비를 마친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아주 그냥, 막 그냥, 쥐고 흔들고 싶은 기어 레버

게다가 수동 소프트톱에 수동변속기까지 품은 시승차의 무게는 불과 1057kg. 더 덜어낼 수 없을 것만 같은데도, 이전 모델보다 70kg 가까이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도 앞뒤 무게중심은 여전히 스포츠카에 가장 이상적인 비율이라는 50:50으로 정확히 나누었다. 짜릿한 운전 재미와 기름기 뺀 몸값을 위해 소박한 인테리어를 택했지만, 공조 장치와 오디오 시스템, USB 포트 등 꼭 필요한 것들이 꼭 필요한 만큼 있다. 옆 사람과 어깨가 닿을 만큼 좁고, 컵 홀더는 별도 액세서리라는 것만 빼면, 운전을 즐기기에는 최상의 공간이다.

155마력이 크게 와 닿지 않지만, 수동변속기와 만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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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국내에 먼저 들어온 건 155마력, 20.4 kg·m 성능의 2.0ℓ자연흡기 엔진을 품은 MX-5 수동 기어 모델. 자동변속기를 품은 하드톱 RF 모델도 들어오긴 했지만, 굽잇길을 화끈하게 달리기엔 기어 레버를 위아래로 흔들며 rpm을 마음껏 들볶을 수 있는 수동 모델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이 차의 핵심은 극단적으로 짧은 기어비를 갖춘 변속기에 있었다. 순수한 경량 로드스터가 추구하는 운전의 재미는, 환상적인 앞뒤 비율로 나눈 가벼운 몸무게, 그리고 언제든 손길에 정확히 화답하는 스티어링 휠과 6단 수동변속기가 차지하고 있었다. 끊김  없이 매끈한 연결성을 보장하는 사무실 와이파이처럼, 신속하고 정확하게 연결해주는 변속기와 함께 굽잇길을 재미있고 편안하게 오르내렸다. 코너, 그다음의 코너 깊숙이 들이밀어도, 빌스타인 댐퍼와 LSD(차동 제한 장치)까지 갖춘 정교한 섀시가 만들어내는 궤적은 예상 경로에서 벗어날 줄 몰랐다.

봄가을에 만났다면 좋았을 것을, 습한 바람에 머리 다 엉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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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끈한 스타일, 시속 10km 이내에서(안전을 위해서는 이 정도가 적당하다) 불과 2~3초면 열 수 있는 수동 소프트톱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뜨뜻미지근한 엔진 성능이 약간 아쉬웠지만, 언제나 신속하고 매끈하게 연결해주는 기어 레버만 쥐고 있다면, 조금은 무료했던 일상에 운전의 재미와 신선한 활력이 자연스레 뒤따를 게 분명했다.

MX-5를 타고 있노라면, 이처럼 재미있고 유쾌한 차를 30년 가까이 꾸준히 만들어온 마쓰다의 열정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왜 국산차 중에서는 이 같은 차가 없는지 생각하게 되고, 우울해진다. 크고 편하지만 재미없는 차를 어쩔 수 없이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해도, 여전히 오픈카의 낭만을 노래하며 수동변속의 묘미를 즐기는 이들이 있는데 말이다.

LOVE  직접 변속하고 뚜껑 여는 손맛
HATE  음료는 어디에 놓느냐며 불평하는 옆 사람
VERDICT  수동 기어 로드스터의 낭만과 재미를 아는 그대에게…

사진 : 최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