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만에 돌아온 명차, 레인지로버 벨라의 모든 것

1969년 레인지로버 프로토타입으로 출현한 벨라. 48년 만에 벨라가 제자리를 찾았다. 레인지로버의 네 번째 주인공으로 돌아온 벨라의 정체를 밝힌다

당신이 처음 랜드로버의 LRX 컨셉트카를 만났을 때를 기억하는가? 우리는 랜드로버의 파격적인 도전에 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 당시 랜드로버는 정직한 박스카에 가까웠다. 비록 레인지로버 배지를 달고서 반짝이는 크롬 피니시로 온몸을 치장했어도, 떡 벌어진 풍채는 사각형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LRX 컨셉트카는 무리 없이 레인지로버 배지를 달았다. 날카로운 시선과 낮은 루프 라인, 작지만 예리한 비율이 랜드로버 디자인을 한껏 격상시켰다. 예상대로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돌풍이었다. 화려한 셀럽이 이보크에서 내렸고, 패션 매거진에서 열과 성의를 다해 시승기를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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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이보크와 레인지로버 스포츠 사이에서 공허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보크는 나름대로 멋지고 매력적이지만 레인지로버와 연결 고리를 찾으려면 다소 노력이 필요했다. 마침 우리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아니면 스스로 갈증을 느꼈는지, 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의 네 번째 일원 벨라(Velar)를 소개했다. 벨라는 1969년 최초의 2도어 레인지로버 프로토타입 이름이다. 레인지로버의 시작을 알렸던 벨라가 마침내 자신의 자리를 찾은 것. 무려 48년이라는 시간 동안 레인지로버 가족은 럭셔리 SUV 가문으로 격상했고, 덕분에 벨라는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레인지로버 이보크 사이에 자연스럽게 안착할 수 있었다.

벨라의 위치에는 이미 많은 경쟁자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SUV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던 BMW X5와 변종 X6가 벨라를 주시했고, 새침한 메르세데스-벤츠 GLE 쿠페, 탐욕스러운 포르쉐 마칸까지 벨라를 경계한다. 과연 벨라는 이토록 치열한 경연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정작 랜드로버는 벨라를 앞세우기에 거리낌이 없다. 이보크보다 크지만 여전히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 우월한 오프로드 DNA를 온전히 물려받은 주행 성능, 그리고 감성 또 감성. 벨라는 마치 오래전부터 데뷔 무대만 기다려온 연습생처럼 패기와 열정으로 끓어 올랐다. 동시에 안팎에서 신인답지 않은 성숙함이 묻어 나온다. 이는 그동안 레인지로버 형제들에게 끊임없이 물려받은, 랜드로버 가문의 자랑스러운 산물이다.

예상대로 벨라는 독보적인 스타일을 자랑한다. 스케치 단계부터 레인지로버의 근사한 실루엣으로 시작했다. 크고 늘씬한 보디라인과 시선을 가득 메우는 조각품 한 점이 벨라의 골격을 이룬다. 덕분에 경쟁자와 비교되는 일이 없다. 빠르게 달아나는 벨라를 아무리 멀리서 봤다 한들, 이 차의 브랜드를 의심하는 일은 결코 없다.

높은 벨트라인과 플로팅 루프는 레인지로버의 전통이다. 단, 벨라는 웨이스트라인부터 뒤로 가며 점차 좁아진다. 쿠페형 SUV가 보여주는 디자인 기교인데, 벨라는 그보다 전통적인 SUV 형태를 남겨두었다. 덕분에 역동적인 실루엣과 여유 있는 실내 공간을 동시에 그대로 살렸다. 전면은 클램셸 모양의 보닛과 당당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한데 엮었다. 이 또한 레인지로버의 핵심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계승한 것. 다만 레인지로버의 근엄한 표정 대신 이보크의 날카로운 표정을 빼닮았다. 여러모로 그편이 더 벨라다웠다. 벨라는 이보크처럼 유행에 민감하고, 남다른 취향을 가진 소비자를 유혹하기 때문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벨라는 LED와 사랑에 빠졌다. 헤드램프에는 최신 매트릭스 LED 보석을 박았고, 테일램프는 입체적인 3D 형태를 따라 정교하게 LED를 수놓았다. 또한, 플러시 도어 핸들은 벨라의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아이템. 평소에는 숨어 있다가 스마트 키로 잠금을 해제하면 스르르 튀어나온다.

측면으로 돌려보면 벨라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다. 벨라는 4803mm의 길이와 2874mm의 휠베이스로, 이보크보다 레인지로버 스포츠에 가깝다. 광활한 면적의 도어 패널과 정확하게 투톤으로 정리한 루프 라인은 벨라의 커다란 덩치를 깔끔하게 정리한다. 또한 앞 오버행은 짧게, 뒤 오버행은 길게 늘였다. 흔히 스포츠 세단이 집착하는 황금 비율을 벨라가 차지한 것. 덕분에 차체를 가르는 사이드 캐릭터 라인과 더불어 벨라의 속도감, 역동성, 강인함까지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벨라의 인테리어는 레인지로버의 지속 가능성이 돋보인다. 그 속에는 레인지로버의 미래를 장식할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실용적인 설계가 어우러졌다. 첫인상은 매우 심플하다. 신기술을 자랑하듯 쓸데없는 허세도 없고, 튀어 보이려 애쓰는 간절함도 없다. 수평선처럼 펼쳐진 대시보드 아래로 질 좋은 가죽 조각이 내려앉았고, 반짝이는 알루미늄 피니시와 깊은 광택으로 돋보이는 센터 터널조차 절제의 미학이 느껴진다.

푸근한 시트에 올라타면 비로소 벨라의 품격을 오롯이 누릴 수 있다. 높은 시트 위에서 탁 트인 시야를 바라보는 특권은 레인지로버의 커맨드 드라이빙 포지션이 선사하는 자유. 즉, 선장실에서 키를 잡아 돌리듯, 도로 위를 항해하기엔 더없이 좋은 콕핏이다. 고급스러운 마감을 보는 재미에 눈이 즐겁고, 향기로운 가죽 냄새에 코가 즐거우며, 손길이 닿는 곳은 한결같이 부드럽고 촉촉하다. 누구나 벨라에 오르면 레인지로버 품격을 피부로 느끼며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탐닉할 수 있을 것이다.

벨라의 인테리어 핵심은 새로운 터치 프로 듀오(Touch Pro Duo)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새로운 10인치 터치스크린이 두 개나 올라가 있다. 기존 디스플레이는 너무나 익숙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터치스크린이 그저 신기해 만져보았다. 센터 터널과 완벽하게 어우러진 터치스크린은 미세한 곡선을 정확하게 따라가며 매끄러운 표면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수많은 브랜드가 터치 방식 인포테인먼트를 시도했지만, 반응성과 속도에 따라 품질은 천차만별. 하지만 벨라는 얇은 정전식 폴리카보네이트(capacitive polycarbonate)로 똑똑하게 반응한다. 또한, 터치스크린 아래로 아날로그 다이얼과 버튼까지 마련했으니, 오작동이 쉽거나 미세 조정이 필요한 기능을 익숙한 방법으로 다룰 수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허영심에 빠지면 실용성을 놓치기 마련이다. 고급 장비를 수두룩하게 올려놓고선 정작 컵홀더나 필수적인 수납공간을 쏙 빼버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하지만 벨라는 다재다능한 SUV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센터 터널 안에는 2개의 컵홀더와 4ℓ의 수납공간을 숨겨놓았다. 이와 함께 도어 포켓은 스타벅스 벤티 사이즈 커피를 무리 없이 담는다. 더불어 앞뒤로 2개의 USB 포트와 3개의 12V 전원 소켓을 마련했다.

2874mm의 휠베이스는 쾌적한 실내 공간을 보장한다

벨라의 긴 휠베이스는 쾌적한 뒷좌석을 의미한다. 비록 베이비 시트에 자리를 양보해야겠지만, 2열 시트는 열선 기능과 전동식 리클라이닝 기능까지 갖췄다. 때로는 기분 좋게 술 한잔 걸치고 대리운전을 맡길 때, 동승석보다 뒷좌석에 앉아야 하는 이유다.

벨라의 늘씬한 차체는 온통 알루미늄으로 채웠다. 각 패널의 접합부에는 셀프 피어싱 리벳을 활용해 복잡한 조립 과정을 줄이고 차체 강성을 확보했다. 또한, 익스테리어 곳곳에 마그네슘 크로스 빔, 탄소 복합 소재 등 첨단 소재를 복합적으로 활용해 뛰어난 충돌 보호 능력을 갖췄다. 섀시의 80%가 알루미늄이고, 그중 3분의 1은 AC600 고장력 알루미늄이다. 곧 레인지로버 스포츠보다 훨씬 가볍다는 말이다. 실제로 2395kg의 레인지로버 스포츠보다 무려 235kg 가볍다. 가장 가까운 형제는 재규어 F-페이스. 벨라는 재규어 랜드로버의 모듈러 플랫폼인 iQ를 활용했지만, 재규어 F-페이스와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부품으로 따지면 벨라는 84%를 새로운 부품으로 완성했기 때문이다.

벨라는 한국 시장에 총 3종의 엔진을 내놓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2.0ℓ 인제니움 디젤 엔진, 윤택한 출력을 내뿜는 3.0ℓ V6 디젤 엔진, 그리고 욕심쟁이를 달래줄 3.0ℓ 슈퍼차저 가솔린 엔진이다. 인제니움 엔진은 아무래도 대중성을 의식한 선택이다. 그래도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51.0kg·m를 확보했으니, 결코 만만하게 볼 엔진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선택은 아마도 D300 엔진으로 쏠릴 것이다. 벨라의 품격을 의식했다면 응당 V6가 선사하는 부드러움에 몰표를 던지게 된다. 최대토크는 무려 71.4kg·m. 이 엔진으로 한반도에서 오르지 못할 산맥은 없다. 마지막으로 P380 엔진은 벨라를 스포츠카처럼 날렵하게 쏘아붙일 수 있다.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45.9kg·m로 0→100km/h를 단 5.7초 만에 돌파, 탐욕스러운 마칸을 상대로 맞설 수 있는 벨라의 비밀 병기다. 트랜스미션은 모두 자동 8단. 이미 랜드로버가 즐겨 쓰는 유닛으로 반응 속도와 매끄러운 변속 품질을 약속한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 위시본과 뒤 인테그럴 링크 조합이다. D300과 P380 엔진을 선택하면 전자 제어식 에어 서스펜션이 올라간다. 벨라는 기본적으로 아스팔트 도로에 초점을 맞췄다. 스티어링 반응은 상큼하고 단정한 스타일만큼이나 매끄럽게 달린다. 서울 도심을 여유롭게 달리기엔 레인지로버와 다를 게 없다. 콕핏 안에서 푸근한 승차감과 우월한 시야가 펼쳐졌다. 하지만 정작 달리면 이보크만큼이나 매콤하게 쏘아붙인다. 가속은 레인지로버 스포츠처럼, 코너링은 이보크처럼 날렵하게 파고든다. 욕심 많은 벨라는 정확한 스티어링과 아늑한 승차감의 어느 쪽도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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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로에 들어서면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2가 거들기 시작한다

에어 서스펜션 하나로 벨라는 노면을 가리지 않는 절대 권력을 갖는다. 타고 내릴 때 40mm 낮아지고, 고속에서도 공력 성능이 올라간다. 반면에 오프로드를 만나면 251mm나 차체를 들어 올린다. 게다가 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2가 거들면, 웬만한 장애물이나 심지어 65cm 깊이의 계곡 앞에서도 주저할 이유가 없다.

네 번째 레인지로버 벨라. 레인지로버 가문에 가장 늦게 합류했지만, 가문의 허리 역할을 도맡은 만큼 존재감이 눈부시다. 단언컨대 벨라는 지금까지 출시된 레인지로버 중 가장 스타일리시하고 기능적이며, 동시에 접근성을 낮춘 모델이다. 지금껏 이보크와 레인지로버 스포츠 사이에서 고민하다 실의에 빠졌다면, 더 이상 고민할 필요 없다. 틀림없이 벨라가 당신을 사로잡을 것이다.


레인지로버 벨라를 더욱 빛내는 신기술

Matrix LED
매트릭스 LED 기술이 벨라의 얇고 세련된 헤드램프 디자인을 가능케 했다. LED 모듈을 개별적으로 제어함으로써 최적의 빛 분포를 유지한다. 또한, 인텔리전트 하이 빔 어시스트 기능은 빔을 눈에 띄지 않는 수직의 띠 형태로 분할하여 운전자의 가시성을 최대한 높여주는 동시에 맞은편 차량의 눈부심을 방지한다.

LED Tail Light
벨라의 테일램프는 눈길을 사로잡는 3D 형태로 정교함을 재현한다. 마이크로 광학과 빛 가이드 기술로 맑은 렌즈를 통해 부드럽고 균일한 빛을 발산한다. 후방 LED 안개등은 차의 후면으로 이어지는 블랙 패널과 어우러지며 차 옆면에서도 볼 수 있다.

Touch Pro Duo
전통적인 인포테인먼트에서 벗어나 10인치 고화질 터치스크린 두 개를 배치했다. 손가락 터치만으로 빠르게 반응하며 자주 쓰는 기능은 아날로그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다. 정교한 그래픽으로 실내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Driver Display
SE 상위 모델은 12.3인치 인터랙티브 드라이버 디스플레이(Interactive Driver Display)가 기본으로 올라간다. 속도, 내비게이션 경로, 각종 주행 정보 등 다채로운 정보를 품어 뛰어난 시인성으로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Activity Key
레저 및 아웃도어 마니아를 위한 벨라의 선물. 심플한 고무 밴드 형태의 액티비티 키는 방수 기능까지 갖췄다. 운전자가 착용한 액티비티 키를 테일게이트에 있는 배지에 가져가면 도어를 잠글 수 있고, 기존의 스마트키는 일시적으로 비활성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