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스팅어 3.3 GT VS BMW 330i

알버트 비어만이 몸담았던 BMW의 얼굴마담 3시리즈. 비어만 영입 이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기아 스팅어. 비어만의 존재 여부가 정말 확실히 드러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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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고성능 디비전 M의 총괄로 있던 알버트 비어만이 현대차그룹으로 옮긴 지 2년이 넘었다. 1983년 BMW에 입사한 뒤로 30년, 그리고 2008년부터 근 7년간 M 디비전을 도맡아온 비어만의 존재는, 현대차에 꽤 각별했다. 그의 손길이 머문 대표작은 기아차, 아니 국산차 최초의 고성능 세단으로 이름을 알린 스팅어. 전에 없던 한국산 고성능차 스팅어의 등장에, 세계 자동차 업계는 ‘알버트 비어만 효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스팅어의 잠재력과 국산 고성능차의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비어만이 속했던 BMW를 대표하는 스포츠 세단 3시리즈를 함께 불러들였다.

스팅어가 3시리즈의 꽁무니를 압박하며 뒤태를 음미하는 중이다

스팅어가 3시리즈의 꽁무니를 압박하며 뒤태를 음미하는 중이다

3시리즈는 1975년 등장한 이래 40년 넘게 컴팩트 사이즈 스포츠 세단의 정점을 지켜온 존재. 6세대까지 이르는 동안 대중 입맛에 맞추느라 BMW다운 맛을 잃었다는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숱한 도전을 물리치고 여전히 왕좌를 지키고 있다. 지금껏 1400만 대 넘게 팔린 성적표로 실력과 인기를 입증하고 있는 3시리즈는, BMW 판매량의 25%가량을 맡고 있는 BMW의 얼굴마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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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초청에 응한 3시리즈는 7월에 국내를 찾은 따끈따끈한 최상위 모델, 330i다. 이전의 328i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실력으로 우리 곁에 찾아온 녀석의 핵심은 최고 252마력, 35.7kg·m의 새로운 2.0ℓ 4기통 엔진. BMW의 전매특허인 트윈 파워 터보 기술로 매만진 엔진은, 이전보다 출력을 7마력 올리는 동시에 CO₂ 배출량을 12% 줄이는 데 성공했다. BMW가 추구하는 이피션트 다이내믹, 즉 성능과 효율의 양립을 달성한 것. 여기엔 똑똑한 ZF 8단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의 공도 컸다. 운전자 의지에 따라 거칠게 몰아붙일 때는 레드존까지 rpm을 올리다가도, 고속 순항 중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과 연결을 차단해 연료를 아끼는 코스팅 모드를 지원하는 등 엔진과의 궁합이 찰떡같이 좋다.

특히, 국내에 출시한 330i는 M 스포츠 패키지를 기본으로 달아 더 스포티한 멋과 주행을 뒷받침한다. M 배지를 붙인 18인치 휠과 패들 시프트를 품은 스티어링 휠, 그리고 무엇보다 한층 정교하게 세팅한 서스펜션을 지원하는 M 스포츠 서스펜션 등이 그것. 주행 감각이 다소 물렁물렁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3시리즈가 조금이나마 예전의 경쾌한 맛을 되찾도록 흩뿌린, 특급 조미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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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330i보다는, 오늘의 또 다른 주인공인 스팅어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전통의 강자에게 도전하는 신예의 패기와 실력이 궁금했기 때문. 기아차는 패스트백 디자인을 택한 스팅어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같은 형태의 BMW 4시리즈 그란쿠페와 아우디 A5 스포트백을 지목했지만, 우리는 좀 더 스포츠 세단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3시리즈를 맞수로 택했다. 게다가 실질적으로 차급은 달랐지만, 4륜구동과 파노라마 선루프, 반자율주행 장비인 드라이브 와이즈까지 갖추며 무대에 오른 스팅어 3.3 GT의 몸값은 5340만 원으로, 330i보다 불과 250만 원 낮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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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한층 좋아졌다. 다음 세대부터는 터치스크린을 지원할지도 모른다

330i에 먼저 올랐다. 낮게 내려앉은 붉은색 다코타 천연 가죽 시트가 두툼한 팔을 둘러 몸을 꽉 껴안았다. 내 몸에 맞게 위치를 맞추자 불쑥 솟은 계기반 패널이 거슬렸지만, 스티어링 휠과 기어 레버, 페달과 센터페시아 조작부의 위치까지 모두 운전자를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의외로 카랑카랑한 엔진음을 들으며 도로에 오르자 생각보다 편안한 후륜구동의 움직임 그리고 출력을 부드럽게 쏟아내는 과정에서, 3시리즈가 말랑말랑해졌다고 한숨지었던 이들의 얼굴이 하나둘 떠올랐다. 하지만 난 그 반대였다.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소비자 입맛에 부응하려면, 어느 하나 특별한 것보다 모든 영역에서 수준 높은 능력을 고르게 발휘하는 게 맞다는 판단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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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탄 330i가 딱 그랬다. 에코와 스포츠 모드를 오가며 언제 어떻게 힘을 집중해 써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복작거리는 시내에서 힘과 연료를 아끼던 330i는, 고속도로에 오르자 본색을 드러냈다. 에코에서 노멀로, 다시 스포츠 모드로 바꾸는 동안 분위기는 삽시간에 바뀌었다. 댐퍼는 이미 잔뜩 조였고 스티어링 휠도 꽤 묵직해진 상태. 기어 레버를 툭 밀어 수동변속 모드로 바꾸자, 스로틀을 활짝 열어도 기어를 올린답시고 rpm이 힘없이 떨어지는 법은 없었다. 이토록 자연스럽고 활기차게 반응하는 2.0ℓ 터보 엔진은 실로 오랜만. 거기서 스포츠 플러스로 한 단계 더 다가가자, 330i는 전자 장비의 개입을 최대한 줄이며 운전자와 일대일로 소통할 준비까지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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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Drive를 갖추지 않았지만,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를 회오리처럼 빠져나가는 3시리즈는 끈덕지게 땅을 잡아끌며 길에서 벗어날 줄 몰랐다.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을 자처했던 BMW의 예리한 핸들링? 지금 와서는 확실히 과장된 면이 있었다. BMW가 못난 게 아니라, 다른 브랜드의 성장이 두드러졌기에 유별나게 뛰어나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탄탄한 하체와 수준 높은 스티어링 감각의 조합은, 여전히 3시리즈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지키기에 부족한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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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다루기 쉽고 간편한 건 기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실 건드릴 게 거의 없기도 하다

고성능을 바탕으로 편안한 여정을 중시하는 그랜드 투어러의 성격에 맞게, 스팅어의 실내는 여유로웠다. 약간 끼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했던 330i의 운전석과 달리, 스팅어의 운전석은 자세를 잘 잡아주면서도 한결 편했고 넉넉했다. 사실 토종 한국인인 내 입맛에는 BMW보다 기아차의 사용자 환경이 훨씬 친근했다. BMW의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좋아졌고 자체 내비게이션을 꾸준히 개발 중이라고 한들, 여전히 쓰기 불편하고 정보도 제한적인 내비게이션 기반의 경로 안내는, 경로와 사각지대 경고까지 알려주는 스팅어만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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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만 놓고 비교하기엔 스팅어의 출력이 훨씬 압도적이었다. 370마력, 52.0kg·m를 내뿜는 3.3ℓ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은, 이미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성능을 입증받은 상태. 330i와 동등한 수준의 255마력, 36.0kg·m 성능의 2.0ℓ 터보 엔진도 있지만, 오늘은 동력 성능보다는 하체 세팅에 따른 주행 감각에 중점을 두고 비교하는 자리였다. 브렘보 브레이크와 기계식 차동 제한 장치까지 갖춘 3.3 GT 능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변속이 느긋한 8단 기어. D 밑에 S 하나 더 달아두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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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플러 팁 4개는 과시용인가? 목청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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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함에 중점을 둔 컴포트 모드의 스팅어는, 편안한 여느 세단과 다를 게 없었다. 최근 등장한 그랜저 IG처럼 기분 좋은 아늑함이 있었다. 전자식 서스펜션, 현대파워텍에서 만든 8단 자동변속기는 한결같이 나긋나긋한 승차감을 만드는 데 힘을 합쳤다. 고성능차의 진면목은 스포츠 모드. 스로틀을 열수록 태코미터 바늘이 빠르게 솟구치며 레드존 가까이 향했고, 미묘한 흥분감이 차올랐다. 하지만 이를 방해하는 건, 한 박자씩 늦게 반응하는 8단 자동변속기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매력 없는 엔진음. 여기까지는 비어만의 손길이 닿지 못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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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성능, 달리는 감각까지, 첫 도전치고는 꽤 성공적이었다

마세라티에서 사운드 튜닝 팀이라도 데려오면 나아질까 고민하던 찰나, 갑자기 고속도로 노면 사이의 틈을 타고 넘었다. 예전 기아차를 생각하면, 출렁거림이 오랜 시간 이어져야겠지만, 늘어난 스프링을 재빨리 잡아주는 댐퍼의 능력이 생각보다 출중해 잽싸게 자세를 가다듬었다. 이 정도면, 기아차로 굽잇길을 고속으로 내달려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좌에서 우로, 헤어핀에 가까운 경사의 급코너를 돌아나가는 스팅어의 움직임은 굉장히 안정적이고 다루기 쉬웠다. 공차 중량 1855kg의 육중한 무게를 잊어도 될 만큼 4륜구동이 선사하는 접지력은 뛰어났고, 패들 시프트를 딸칵거려 2, 3단을 오가며 코너, 그다음의 코너를 공략할수록 짜릿한 흥분이 쏟아졌다. 아마 뒷바퀴만 굴리는 3.3 GT였다면, 그 짜릿함은 배가 됐을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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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파 스포츠 세단의 대명사인 BMW 3시리즈, 고성능차 영역에 처음 도전한 기아 스팅어. 둘의 만남을 통해 살펴본, 알버트 비어만의 손길이 머문 영향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스팅어의 등장은 세계가 주목할 만했고, 앞으로 등장할 현대기아차 고성능 모델에 대한 기대 또한 충분히 가져도 좋다는 판단이 섰다. 그 전까지 변속기와 엔진 사운드만 좀 더 매력적으로 가다듬으면 더욱 좋을 테고 말이다.


6기통 엔진의 340i가 나왔다면
330i의 주행 모드는 총 네 가지. 에코와 노멀,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를 오가며 차의 성격을 완전히 뒤바꾼다.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를 품은 엔진의 매끈하고 활기찬 회전 질감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노면을 장악하는 하체의 세팅이 매력적이다. 너무 서슬 퍼렇게 날 세운 칼날은 쉽게 부러지기 마련. 좀 더 편안하면서 고속에서도 안정적인 승차감과 조향 감각을 선사하는 지금 세대의 3시리즈가, 이전보다 낫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M 스포츠 패키지를 기본 적용한 330i 시승차의 경우, 댐퍼 세팅과 하체 감각을 화끈하게 조절하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능력이 탁월하다. 특히, 수동변속 모드를 지원하면서도 기어 변속을 똑똑하게 책임지는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의 수준은, 스팅어의 8단 자동변속기보다 1.5배쯤 뛰어나다. 330i가 아니라 6기통의 340i가 왔다고 가정할 경우 성능까지 꼼꼼히 비교했을 이번 시승의 승자는, 당연히 340i였을 게 분명하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다
스팅어는 어느 상황에서도 빠르게 달리는 동시에 편안했다. 기아차가 자신감 있게 사용한 그랜드 투어러라는 이름값에 먹칠하지는 않았다. 에코와 노멀, 스포츠 모드 이외에 따로 존재하는 스마트 주행 모드는, 스팅어가 운전자의 주행 습관을 학습해 운전자에 맞게 파워트레인과 섀시를 조절해주는 시스템.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꽤 장기간 학습이 필요할 거 같다.

이세환  사진 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