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435d 그란 쿠페, 스타일 대신 실용성

4시리즈의 본질은 스포티한 쿠페. 하지만 사람들은 3시리즈보다 멋진 디자인을 원하면서도, 문짝 2개와 트렁크 공간을 포기하길 원치 않았다

BMW 홀수 시리즈는 정통 세단과 해치백 등 대량 생산 모델을, 짝수 시리즈는 쿠페와 컨버터블 타입을 맡으며 제품 라인업을 깔끔하게 정리한 지도 오래다. 2, 4, 6(최근 8까지 합류했다)으로 나뉘는 짝수 시리즈의 대표 주자는 단연 4시리즈. 2도어 쿠페를 기본으로 뒷문 두 짝을 더한 4도어 그란 쿠페 그리고 4인승 컨버터블까지 포함하고 있는 4시리즈 중, 의외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는 효율성 좋은 디젤 모델 420d 그란 쿠페다. 쿠페 본연의 성격이 약해서 그런 걸까?

아니다. 3시리즈보다 우아하고 역동적인 인상을 원해서 4시리즈를 택한 사람들은, 일상에서 쿠페보다 한결 실용적인 그란 쿠페를 골랐다. 4시리즈가 한국에 들어온 이후 판매 비중을 보면 확실해진다. 쿠페가 34%, 컨버터블이 22%고, 그란 쿠페가 44%다. 세단을 좋아하는 한국인 입맛을 고려할 때, 오히려 저 수치보다 그란 쿠페 비율이 더 높지 않은 게 이상하다. 그건, BMW 그리고 그 안에서도 쿠페와 컨버터블을 원했던 이들에게 4시리즈 효과가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는 얘기다.

뭐가 달라졌냐고? 사실 나도 잘 몰랐다

뭐가 달라졌냐고? 사실 나도 잘 몰랐다

4시리즈가 페이스리프트를 마치고 돌아왔다. 원래도 멋졌기에, 너무 큰 변화를 선택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았다. 대신, 꼭 필요한 부분만 손질한 결과, 인상이 한층 선명하고 강해졌다. 솔직히 말해, 더 멋있어졌다는 얘기다. 3시리즈 얼굴을 낮게 눌러놓은 것 같았던 모습은, 더 입체적이고 예리해졌다. 범퍼의 날을 세운 것도 있지만, 바이 LED 헤드램프 안에 각진 코로나링을 집어넣은 영향이 컸다. 요즘 BMW가 자신 있게 다루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라이트 기술. 레이저 라이트까진 아니지만, 헤드램프뿐 아니라 방향지시등과 안개등 그리고 테일램프까지 LED로 장식해 매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그에 비해 페이스리프트를 겪은 것치고, 실내의 변화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최신 버전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넣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정도랄까?

이 공간을 핑계로 그란 쿠페를 고르는 이들이 많을 거다

이 공간을 핑계로 그란 쿠페를 고르는 이들이 많을 거다

쿠페와 그란 쿠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뒤태. BMW 팬이라면 누구나 쿠페의 매끈하고 탄력 넘치는 엉덩이에 빠져들겠지만, 그란 쿠페의 펑퍼짐한 엉덩이를 보고 끌리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 짐을 더 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가장이 분명했다. 그리고 분명, 패스트백 스타일의 테일게이트가 열렸을 때 훤히 드러나는 트렁크 공간을 보고 지나칠 수 없었을 거다. 기본 480ℓ에 뒷좌석을 접으면 1300ℓ까지 늘어나는 짐 공간은, 뒷좌석을 접을 수 없는 쿠페의 445ℓ에 비해 가장들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 강력한 장점.

그란 쿠페는 주행 감각도 쿠페와 다르다. 3시리즈보다 무게중심이 40mm 낮은 쿠페에 비해, 그란 쿠페는 30mm 낮아 한계가 좀 더 빨리 찾아온다. 게다가 시승차는 3.0ℓ 직렬 6기통 트윈 터보 디젤 엔진을 품은 435d xDrive 모델. 구조적으로도 쿠페보다 몸무게가 더 나가는 데다, 가솔린 엔진보다 무거운 디젤 엔진을 품었다. 이 급에서 공차중량 1820kg이 분명 가벼운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엔진 그리고 활기찬 엔진을 받쳐주는 매끈한 8단 변속기와 자세 제어 장치가 있다.

BMW가 요즘 M 스포츠 패키지를 밀고 있는 이유? 그래야 더 BMW다운 모습을 보여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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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퍼와 서스펜션, 스티어링 휠을 더 예리하게 다듬었다는 4시리즈는, 생각 외로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7월 말, 출시 행사와 함께 부산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서 아주 잠깐 타본 가솔린 모델 420i 쿠페는, 날카로운 스포츠 쿠페라기보다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만한 부드러운 맛이 도드라졌다. 무엇보다 달리는 감각이 그랬다.

오늘 만난 435d 그란 쿠페는 좀 다르다. 산등성이 따라 좁은 굽잇길을 빠르게 돌아나갈 때마다 가볍지 않은 무게 때문에 움찔했지만, 가솔린 모델보다 탄탄한 감각이 한결 나았다. 무엇보다 길게 뻗은 고속도로에서는 거침없이 몰아칠 수 있는, 넘쳐나는 힘이 압권이었다. 제동 성능만 좀 더 높이면 딱 좋겠다 싶을 만큼 달리기 실력이 뛰어났다. 예리한 핸들링? 이 부분은 확실히 BMW다운 색채가 희미해지고 있다. 매끄러운 6기통이라고 해도, 디젤 모델로 코너마다 열 내며 집중하기 싫다. 그저 디젤다운 성능과 효율성 그리고 쿠페 스타일을 조금 양보한 대신 누릴 수 있는 실용성에 집중하라. 분명 아이 엄마도 이렇게 좁은 차를 왜 샀느냐며 투정하지 않을 테니.

LOVE  힘이 넘치는 엔진, 짐 부리기 좋은 트렁크

HATE  4시리즈다운 맛은 뭘까?

VERDICT  스타일을 조금만 양보하면, 누릴 수 있는 게 많다

이세환 사진 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