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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생기면 예전에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차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미니밴, 크로스 컨트리, 뚱뚱한 미니까지. 막상 만나보니 미처 몰랐던 새로운 매력에 제법 호감이 생긴다. 동의하지 못한다고? 그렇다면 조금만 참자, 애들은 금방 크니까

컨트리맨과 크로스 컨트리를 나란히 놓고 보니, 도망가는 아들의 차를 쫓는 아버지의 차처럼 보이는 건 왜일까

훌륭한 패밀리카가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는 당연히 넓고 실용적인 공간이다. 가족 한 명이 늘어나면, 그 몸집에 몇 배가 되는 짐이 따라오기에 넉넉한 적재 공간은 필수다. 둘째, 글쎄… 여기서부터는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다르다. 누군가는 스타일, 누군가는 안락한 승차감과 안전성 그리고 누군가는 가격일 수 있다. 몸집을 키운 미니, 컨트리맨은 스타일을 중시하던 아빠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이다. 총각 시절 “미니는 역시 3도어지”라고 누구보다 강하게 외치던 그였지만, 카 시트를 앞에 두고 컨트리맨이라는 새로운 타협점을 찾았다. 컨트리맨은 2세대로 오면서 진화했지만, 특유의 선한 눈망울과 동그란 사이드미러, 투톤 루프 등 미니의 DNA는 그대로 유지했다. 또한, 길이너비높이는 4299×1822×1557mm로 기존보다 각각 199×33×13mm가 늘어나 더욱 넉넉해진 모습. 뒷좌석을 최대 13cm 앞뒤로 조절할 수 있어, 똑똑하게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실내도 여전하다. 시그니처 디자인인 8.8″ 컬러 모니터를 중심으로 센터페시아를 휘감는 컬러풀한 조명과 앙증맞은 버튼 배열이 눈길을 끈다. 특히, 트렁크를 여닫는 ‘이지 오프너’ 기능을 더해 범퍼 아래 공간에 발을 넣는 모션만으로 손쉽게 트렁크를 여닫을 수 있어, 짐을 실을 일이 많은 ‘엄·빠’들에게는 딱이다. 트렁크 공간이 450ℓ라는 점이 살짝 아쉽지만, ‘미니’ 가문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다.

SUV라고는 불리지만 여전히 정체성이 애매하다

SUV라고는 불리지만 여전히 정체성이 애매하다

미니의 진가는 디자인만큼 톡톡 튀는 주행 감각에서 드러난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순간 민첩하게 반응하는 몸놀림은 몸집이 커진 미니라고 다르지 않다. 최고출력은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내는 2.0ℓ 디젤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매끄럽고 재빠른 변속과 반응을 보여준다.

서스펜션은 여전히 단단한 편. 실수로 방지턱이라도 세게 넘는 날엔 “아야” 하는 신음이 절로 새어 나올 정도다. 다른 미니 형제들보다 뒷좌석을 이용할 일이 많은, 카 시트에 탈 아이를 생각하면 ‘조금 더 부드럽게 세팅했어도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4륜구동 시스템을 올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안정적으로 달려나가니, 컨트리맨만큼 잘 달리면서 스타일리시한 패밀리카도 없다.

프랑스의 실용주의 vs 스웨디시럭셔리의 대결

프랑스의 실용주의 vs 스웨디시 럭셔리의 대결

볼보 크로스 컨트리는 국내에서는 외면받는 세그먼트 중 하나다. 하지만, 패밀리카를 고르는 눈으로 보면 또 다르다. 카멜레온 같다고 할까? 운전석에 앉으면 살짝 높이 있는 세단 같은 느낌인데, 뒤를 돌아보면 SUV처럼 공간이 넉넉하고, 왜건처럼 길이도 길다(키 198cm인 성인 남성이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을 정도).

외모는 새로운 볼보의 디자인을 적용해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인상이다. T자형 헤드램프와 세로 방향 그릴이 중후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더한다. 실내는 월넛 우드 트림을 사용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특유의 감성적이고 따뜻한 분위기.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한 9″ 터치스크린은 태블릿 PC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쉽게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조작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뒷좌석 편의 장치다. 패밀리카를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가 ‘나보다 가족’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실내 공기청정 시스템과 4존 온도 조절 기능은 까다로운 엄마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충분해 보인다.

엔진은 2.0ℓ 터보 디젤 엔진으로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40.9kg·m의 강력한 성능을 낸다. 몸체가 길어 움직임이 굼뜰 것 같지만, 미꾸라지처럼 부드럽고 민첩한 달리기 성능으로 반전 매력을 뽐낸다. 올-로드 ‘스페셜리스트’를 지향하는 크로스 컨트리는 4륜구동 시스템을 더해 험로 주행 능력도 끌어올렸다. 특히, 크로스 컨트리는 오프로드에서 승차감과 실내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세단과 다른, 편평비를 높인 타이어를 사용했다. 또한 경사가 있는 언덕에서는 스스로 속도를 줄여서 내려오는 경사로 감속 주행 장치를 갖춰, 미끄럽고 거친 언덕길에서 무게가 앞이나 뒤로 쏠려 일어날 수 있는 사고도 예방한다.

(처음사진) 아직까지는 어색한 볼보의 새로운 스타트 버튼 시스템.오른쪽으로 돌려!

(처음사진) 아직까지는 어색한 볼보의 새로운 스타트 버튼 시스템. 오른쪽으로 돌려!

그뿐만 아니다. 다양한 안전 장치는 볼보가 패밀리카로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 볼보의 최신 인텔리세이프 시스템 중 하나인 파일럿 어시스트 II는 앞차와 간격을 스스로 조절하며 달리는 반자율주행 모드다. 직선은 물론 곡선 도로에서도 문제없어, 장거리 운전도 피로가 적다. 이 외에도 긴급 제동 시스템인 시티 세이프티 기능, 도로 이탈 보호 시스템 등을 갖춰, 도로 위 그 누구보다 안전하게 가족들과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아 참, 바워스&윌킨스 스피커의 ‘어마무시한’ 성능은 보너스다.

미래에서 온 듯 심플하지만 강렬한 인상의 시트로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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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사진) 뒷좌석 발판 밑에 숨어 있는 비밀 공간

(마지막사진) 뒷좌석 발판 밑에 숨어 있는 비밀 공간

앞선 모델들과 비교하면 그랜드 C4 피카소는 패밀리카의 정석이 무엇인지 몸소 증명한다. 뒤편에 달린 접이식 테이블은 이 차를 얼마나 가족에게 초점을 맞춰 디자인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외모 또한 개성이 넘친다. 유선형 디자인, 헤드램프 상단에서 길게 이어지는 슬림한 LED 주간등은 그릴까지 뻗어 나와 유니크한 얼굴을 완성했다. 천장을 모두 덮은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와 윈드스크린은 실내 인테리어의 백미. 우는 아이 울음도 뚝 그치게 하는 놀라운 개방감은 피카소를 경험해본 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거다. 운전석에 앉으면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7″ 멀티 터치스크린과 12″ LED 파노라믹 스크린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개만 살짝 돌리면 눈에 들어오는 큼직한 파노라마 계기반 덕분에 속도계가 더욱 눈에 쏙쏙 들어온다.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게 없는 실내에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컨버세이션 미러다. 리어뷰 미러보다 살짝 위에 위치한 이 작은 볼록거울은 아이를 데리고 홀로 운전해야 하는 엄마들이 아이들의 행동을 더욱 쉽게 살필 수 있도록 배려한 장치다. 2열과 3열은 각각 독립적으로 접을 수 있는데, 2열은 각도 조절도 가능하다. 아이 둘을 카 시트에 태우고도 엄마가 가운데 좌석에서 편하게 쉬며 갈 수 있다는 사실. 기본 트렁크 공간은 645ℓ. 3열을 접으면 1843ℓ의 적재 공간이 생긴다. 절충형 유모차의 경우 완전히 다 접지 않아도 들어갈 만큼 넉넉하다.

1.6ℓ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kg·m를 낸다. 강력한 성능은 아니어도 아이들을 태우고 슬슬 달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EMP 2 플랫폼을 바탕으로 부드럽게 세팅한 서스펜션은 구렁이 담 넘듯 부드럽게 방지턱을 넘는다. 게다가 7인승 모델에서 보기 드문 14.2km/ℓ라는 경제성까지 갖췄으니, 3000만 원대에서 이만한 스펙을 가진 패밀리카가 또 있을까. 여전히 훌륭한 패밀리카의 조건을 찾는 건 이렇게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어떤 시선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모델은 확 바뀌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 즉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호모 에코노미쿠스인 인간의 본성이라 말한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파악하고, 본능에 따라 선택한다면 그것이 바로 가장 훌륭한 패밀리카를 고르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그랜드 C4 피카소에 한 표 던진다.

안효진 | 사진 최대일, 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