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서울을 담다

누구나 처음은 모두 낯설다. 처음으로 마주하는 순간은 어색하고 생소하며 어리숙하고 어렵다. 몸과 마음이 겪어보지 못한 것들이라 더더욱 그렇다. 에디터의 첫 ‘서울’은 대학 시절이었다. 여러 갈래로 뻗은 지하철 노선이 어디로 어떻게 지나는지조차 몰랐던 시절, 화려한 네온사인이 정신없이 반짝이던 터미널과 그곳을 가로지르는 거리의 분주함. 처음으로 마주한 서울이었다. 길거리엔 목적지가 있는 사람들이 바삐 스쳤고 도로에선 크고 작은 경적소리가 오갔다. 그렇게 눈 앞에 펼쳐진 첫 서울은 그저 어렵고 삭막한 곳이었다. 빽빽하게 줄지어진 빌딩처럼 잠시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을 것만 같은 숨 가쁜 도시, 서울.

그리고 세월이 흘러 에디터에게 서울은 더이상 삭막하지도 무섭지도 않은 그저 익숙한 삶의 터전이 되었다. 이곳에서 글을 쓰고 돈을 벌며 잠을 자고 먹기도 하는, 딱 그만큼의 역할을 해내는 공간. 꽤 오래 이곳의 정서에 맞추며 살다 보니 분주한 삶이 당연해졌다. 그런데 얼마 전 빠름이 당연한 이곳에서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품은, 아주 느릿한 동네를 찾았다.

익선동, 바쁘게 살아가는 서울을 비웃기라도 하듯
천천히 흘러가는 오랜 동네

▲ 익선, 촌스럽고 투박한 이름 안엔 ‘선함을 더하다’ 는 넉넉한 의미가 있다

삐뚤빼뚤한 벽돌이 마음대로 쌓여 담을 이룬 이곳은 스마트폰보다 노트와 연필, 디지털화면보다 필름이 어울린다. 빼곡하게 모여있는 기와지붕 아래에는 편의점보다는 슈퍼가, 지나가다 멈춰선 담벼락엔 흰 수염 얼굴을 그린 장난스러운 재미도 있었다. 원색 간판이 어우러진 오래된 미용실, 낡은 자전거가 무심히 놓여 있는 이곳을 쭉 돌아보고 있자니 일회용 카메라를 들고 소풍을 다녔던 그 때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 

꼭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이곳을 닮은 카메라
인스탁스와 함께 구석구석을 담았다 

▲ 인스탁스 미니 70

책가방에 쏙 들어갈 것 같은 조그마한 크기의 미니 70. 핸드백에 넣어두고 마주치는 풍경마다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렀다. 억지로 포장하지 않고 순간을 그대로 기억하는 필름의 매력 덕분에 해가 비치면 비치는 대로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그때의 그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었다.

▲ 인스탁스 미니 90 네오 클래식

이곳과 가장 잘 어울리는 레트로 필름 카메라, 미니 90 네오 클래식. 미니 90을 들고 골목을 지나면 시대가 멈춰선 느낌이 들었다. 몸은 훌쩍 커버렸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옛 시절로 돌아가 골목을 걷고 있는 것만 같았다. 레트로 풍의 골목 사이사이가 카메라의 클래식한 디자인과 맞물려 80년대에 어린 소녀였을 엄마를 떠올려 보기도 했다. 네오 클래식 덕분에 품었던 기분 좋은 상상이다.

▲ 인스탁스 와이드 300

줄을 매달아 몸에 꼭 지니고 다닌 와이드 300. 카메라의 크기도 필름도 미니 90, 70보다 크다. 덕분에 추억하고 싶은 공간을 더 넓고 크게 담을 수 있었다. 정사각형 필름에서 풍기는 정직한 느낌이 오래된 사진관을 다녀온 듯했다.

▲ 일회용 필름카메라 퀵스냅

퀵스냅은 일회용 필름카메라다. 한번 사용하면 카메라로서의 운명을 달리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아주 귀하고 소중한 추억만을 담는 카메라다. 퀵스냅만이 기억하는 순간은 디지털로는 도무지 담아낼 수 없는, 즉석 사진만의 감성으로 기억한다. 익선동에서의 기분과 분위기를 함께한 퀵스냅. 오래 간직하고픈 추억이 생겼다.

사진 김남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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