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0 시승기] 제네시스의 아이돌 스타!

370마력 터보 엔진, 8단 자동변속기, 후륜구동 및 AWD, 고급스러운 품질과 최첨단 편의 장비를 두른 제네시스의 아이돌 스타. 하지만 데뷔가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어느새 삼십 대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 이제는 소개팅으로 들뜨거나 설레지도 않는다. 그녀가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든가 좋은 스펙을 갖췄다 해도 마찬가지다. 이미 소개팅은 피곤한 일의 연속이었다. G70를 만났을 때가 딱 그랬다. 현대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이미 렉서스와 인피니티의 성장 신화를 봤기에 새로울 것이 없었고, 제네시스가 호기롭게 외쳤던 타도 3시리즈와 C-클래스는 감히 범접하기 힘든 상대로 D 세그먼트를 군림했다. 독일 브랜드가 80년대에 이뤘던, 일본 브랜드가 90년대에 이뤘던 프리미엄 콤팩트 세단을 제네시스는 2017년에 내놓았다. 늦어도 너무 늦은 건 아닐까? 비록 신화적인 인재와 기술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룩한 현대지만, 이미 승자가 결정된 전장에 왜 뛰어들었을까? G70를 만나기에 앞서 부정적인 생각만 맴돌 뿐 별다른 기대는 없었다.

첫 만남. 어김없이 최상위 트림에 최고 사양이다. 컬러는 꽤 만족스러운 블레이징 레드였다. 단순히 새빨간 열정을 드러내는 레드가 아니라 제법 고급스럽게 절제된 컬러다. 이미 사진으로 충분히 본 터라 외모 감상을 뒤로 미루고 차에 올라타려는데, 도어 손잡이가 어두운 다크 크롬 재질이다. 시선을 돌려보니 그릴과 윈도 라인, 펜더 가니시까지 다크 크롬으로 통일했다. ‘과연 이게 고급스러운 선택일까?’ 푸념하며 차에 올랐다. 알고 보니 3.3 터보 모델에만 적용한 크롬이다. 차라리 메르세데스-벤츠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크롬으로 통일했으면 어땠을까?

누가 이렇게 강력하고 부드러운 엔진에 딴지를 걸 수 있을까?

누가 이렇게 강력하고 부드러운 엔진에 딴지를 걸 수 있을까?

G70와 만난 지 5분째. 사진 촬영 때문에 빨리 자리를 떠야 했다. 요모조모 따져볼 여유 없이 바로 가속페달을 밟았다. V6 터보 엔진이 활기를 띤다. G70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스팔트를 박차며 쏜살같이 내달린다. 변속기는 부드럽게 기어를 올렸다. 시야가 점점 좁아지더니 자연스레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배경은 빠르게 흘렀고 터널 속 불빛은 레이저처럼 이어졌다. 그때 HUD에 떠오른 속도가 254km/h였다(믿거나 말거나).

한참 달리고 나서야 드라이브 모드를 조절했다. 컴포트, 에코, 스포츠, 스마트, 커스텀으로 총 5가지. 스포츠 모드는 rpm을 올려 긴장감을 부추기고 에코 모드에선 변속기를 중립으로 바꿔 타력 주행을 끌어냈지만 드라마 같은 전개는 없다. 변화의 폭이 크지 않고 드라이브 모드가 쓸데없이 많다. 컴포트 모드로도 충분히 달릴 만하고 아쉬울 때면 패들 시프트를 건들면 그만이다.

엔진 출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부드럽게 회전하고 강력한 힘을 지체 없이 쏟아낸다. 저속에서 터보랙이 나타났지만 아주 잠시뿐 금세 맹렬한 가속으로 보답한다. 반면에 변속기는 보수적이다. 언제나 부드럽게 반응하지만, 패들 시프트로 명령해도 결코 빠르지 않다.

멋진 시트에서 향기로운 가죽 냄새가 난다

멋진 시트에서 향기로운 가죽 냄새가 난다

G70와 만난 지 1시간째. 이제야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더 이상 현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저렴한 플라스틱 트림 대신 가죽으로 꼼꼼하게 감싼 대시보드와 스티치가 눈길을 끈다. 제네시스는 흉내만 내는 꼼수에서 탈피, 밝게 빛나는 알루미늄과 메탈 스피커 커버조차 진짜 소재를 그대로 적용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시트다. 나파 가죽의 단단하고도 부드러운 촉감에 퀼팅 패턴으로 멋을 냈다. 볼스터까지 정교하게 움직이는 시트는 형상과 품질까지 만족스럽다.

정갈한 디자인과 품질 좋은 소재. 현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정갈한 디자인과 품질 좋은 소재. 현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평가 기준을 독일 프리미엄 수준으로 올렸다. 윈도 스위치는 조금 더 정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고, 알루미늄 트림은 너무 차가운 느낌이다. 게다가 아무리 퀼팅 시트가 고급스럽다 한들 도어 트림까지 온통 퀼팅 스티치로 장식한 건 너무 조잡하다. 인테리어 소재도 신선함이 없다. 나뭇결을 그대로 재현한 우드 트림과 감각적인 스트라이프 무늬를 더한 새로운 소재 등 조금 더 참신한 시도가 이어져야 한다. 최신 유행을 따르는 플로팅 디스플레이와 말끔하게 정리한 인테리어는 흠잡기 힘들지만, 분위기와 형태에서 아우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G70와 만난 지 2시간째. 사진기자가 촬영하는 동안 외관을 살폈다. 강렬한 인상은 분명 큼지막한 크레스트 그릴 영향이 컸다. 커다란 그릴을 기준으로 날씬한 헤드램프가 낮고 넓은 모습을 연출한다. 헤드램프는 독특한 데이타임 라이트를 품었다. 얇은 두 줄의 LED는 앞으로 제네시스 램프 디자인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옆모습은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짧은 오버행과 역동적인 비율을 고스란히 품었다. 볼륨 있는 캐릭터 라인과 멋진 비율이 기준을 잡고, 정교한 메시 타입 휠과 펜더 가니시가 양념이 된다. 매끈한 실루엣이 그대로 뒤까지 이어진다. 살짝 치켜 올라간 트렁크 리드와 안정감 있는 테일램프의 조화. 그곳에서 듀얼 머플러가 제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G70와 만난 지 3시간째. 어느덧 낯선 기운이 사라졌고 익숙한 콕핏에서 익숙하게 운전을 이어갔다. 차분한 스티어링은 오류가 없다. 조금 더 무거웠으면 마음에 쏙 들었겠지만, 딱 좋은 크기에 정확하고 편안하게 핸들을 돌릴 수 있었다. 다시 속도를 조금 더 올렸다. G70는 좀처럼 평정을 잃지 않는다. 엔진과 트랜스미션이 바쁘게 움직여도 콕핏은 차분하게 침묵을 지킨다. 울퉁불퉁한 노면을 지나쳐도 마찬가지다. 서스펜션은 유연하게 반응하고 강직한 차체가 기분 좋은 승차감을 끌어낸다. 콤팩트 세단이 날카로운 핸들링을 고집하는 시절은 지났다. 잘나가는 3시리즈와 C-클래스조차 한결 여유를 품고서 정확하게 달리는 데 집중하는 시대다. 다행히 G70도 그 유행을 잘 따르고 있었다.

드디어 제네시스가 해냈다. 탁월한 주행 감각은 더 이상 수입차의 고유 매력이 아니다

성숙한 달리기 실력은 고속에서 선명하게 두드러졌다. 이미 빠른 속도로 코너 안으로 파고들었지만 엔진은 여유롭게 힘을 내고 서스펜션이 말끔하게 충격을 흡수한다. 곧이어 하중 이동이 점차 격해졌다. 댐퍼는 압축과 이완 과정에서 냉정하게 반응하고 차체는 끈기를 잃지 않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감속. 브렘보 브레이크는 단숨에 차를 잡아 세운다. 이어서 가속과 선회 그리고 제동이 이어졌지만, 침착하게 한계를 극복하는 G70는 제네시스의 자신감을 뒷받침했다.

G70와 만난 지 4시간째. 더 이상 빠르게 달릴 필요가 없었다. 맘 같아선 트랙에라도 끌고 들어가 한계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프리미엄 콤팩트 세단으로서 G70의 평가는 이만하면 충분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굳이 드라이브 모드를 건드릴 필요가 없었다. 퇴근 시간에 몰린 자동차 행렬에 따라 강변북로를 달리면 그만이었다. 그 와중에 G70는 살며시 핸들을 돌려놓았다. 굳이 크루즈 컨트롤을 켜지 않아도 차로 안으로 차를 집어넣는다. 긴장은 풀리고 라디오가 선명하게 들린다. 크루즈 컨트롤까지 켜면 깜빡 졸음운전을 할 것 같아서 일부러 라디오 볼륨만 키웠다. 렉시콘 오디오가 연주하는 선율도 나쁘지 않았다. 열선을 켜둔 시트는 여전히 온기가 남아 있다. 스티어링 휠도 따뜻하기는 마찬가지. 그렇게 어느덧 집에 도착했다. 주차 엘리베이터 안에 차를 넣고 리모컨 키로 잠그는 순간. 결국, 나는 G70와 두 번째 만남을 약속하기로 했다.

LOVE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품질
HATE  사라진 도전자의 패기
VERDICT  너무 늦게 데뷔한 아이돌 스타

김장원  사진 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