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의 골드러시, 실속 더한 레니게이드

SUV는 4륜구동 디젤이라며 매달리는 당신. 부담을 덜어낸 가솔린 레니게이드를 타보면, 주야장천 산길만 찾아갈 게 아닌 이상 굳이 디젤 SUV를 타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레니게이드는 지프 최초의 B 세그먼트 모델이지만, 브랜드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우리나라에서 팔린 지프 중 28%가 넘는 모델이 레니게이드로, 총 1499대가 주인을 찾아갔다(가솔린 732대, 디젤 767대). 레니게이드는 2015년 국내에 들어온 뒤로 지금까지 꾸준히 입지를 넓혀왔고, 어느새 지금은 동급 수입 SUV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레니게이드 중에서도 인기 있는 트림은 아무래도 디젤 모델이었다. 우리나라 소비자 머릿속에는, ‘SUV는 디젤’이라는 공식이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었기 때문. 그런데 디젤 천하였던 수입차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2015년 가을 디젤 게이트 파문이 발생한 뒤로 2년이 흐르는 동안, 디젤 인기는 사그라들었고 가솔린과 하이브리드가 자리를 늘려나갔다. 레니게이드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오프로드 장비를 잔뜩 갖춘 4륜구동 2.0ℓ 디젤 모델 대신, 전륜구동 2.4ℓ 가솔린 레니게이드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그리고 지난 8월, FCA코리아는 탄력받은 레니게이드 가솔린 모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인기 좋은 옵션을 더해 상품성을 높인 2.4 론지튜드 하이 트림을 선보였다. 바이제논 헤드램프와 가죽 시트,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품은 6.5″ 터치스크린과 센터 콘솔 박스 안의 추가 USB 슬롯 등이 바로 그것. 몸값은 250만 원 높아진 3580만 원으로 뛰었지만, 충분히 수긍할 만한 가격 인상이다.

외모 하나만으로 존재감은 충분하다

외모 하나만으로 존재감은 충분하다

그동안 디젤 레니게이드는 여러 번 타봤지만, 가솔린 모델을 만나는 건 처음이다. 매번 만날 때마다 신선하고 풋풋한 인상을 주는 건 귀여운 디자인의 힘이 크다. 게다가 시승차는 처음 만나는 샛노란 지프. 화려해서 부담스럽기보다는, 발랄해서 깜찍할 정도다.

고급형 7" 디지털 계기반은 아니지만, 정보는 알차게 보여준다

고급형 7″ 디지털 계기반은 아니지만, 정보는 알차게 보여준다

7 슬롯 그릴 아이콘을 숨겨놓은 깜찍함

7 슬롯 그릴 아이콘을 숨겨놓은 깜찍함

가솔린 모델이라고 해서 다른 건, 거추장스러운 오프로드 장비를 빼버린 흔적들. 센터페시아 아래쪽 수납공간에 있어야 할 디퍼렌셜 록 버튼과 주행 모드 다이얼 대신, 지프 아이덴티티 마크인 7 슬롯 그릴 장식이 자리 잡고 있다. 평소 오프로드 갈 일이라고는, 나만의 시간 또는 일상에서 벗어나 만끽하는 자유를 즐기기 위해 아주 가끔 오지 캠핑을 떠날 때 아니면 거의 없다시피 한 게 우리 아니던가. 평소 쓸 일이 거의 없는 장비 대신 얻은 건 170kg의 감량 효과. 그 덕분에 디젤 모델의 11.6km/ℓ와 큰 차이 없는 공인 연비 10.0km/ℓ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꼭 디젤 레니게이드를 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흐릿해진다.

디젤 말고 가솔린 엔진의 매력을 느껴보라

디젤 말고 가솔린 엔진의 매력을 느껴보라

몸무게 부담이 덜한 효과는 달릴 때 곧바로 나타난다. 무엇보다 소음과 진동이 꽤 있는 데다 엔진 회전수가 최대 5000rpm에 머무는 디젤 엔진보다 한층 활기찬 가솔린 엔진은, 진흙 자국이 선명한 태코미터 안에서 6500rpm까지 시원하게 회전한다. 175마력, 23.5kg·m의 성능은 모자람 없이 딱 좋다. 1750rpm부터 터져 나오는 디젤 엔진의 35.7kg·m 토크보다야 못하지만, 경쾌하고 부드럽게 회전하는 탓에 나도 모르게 자꾸만 스로틀을 열게 된다. ZF 9단 자동변속기는 느긋한 변속 속도 때문에 굳이 9단까지 잘게 나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여유를 갖고 달리다 보면 부드러운 감각이 썩 괜찮다. 그래서 디젤 모델보다 승차감도 한결 푸근한 인상이 강하다.

지붕을 뗄 수는 없어도, 꽤 활짝 열린다

지붕을 뗄 수는 없어도, 꽤 활짝 열린다

정차 중에 엔진을 껐다 켜는 스톱 스타트 시스템, 지붕을 활짝 떼어버릴 수 있는 마이 스카이 오픈 에어 선루프, 내리막길 속도 제어 장치, 마지막으로 오프로더 브랜드의 핵심이랄 수 있는 로 기어와 지형 반응 시스템을 포함한 4륜구동 시스템 모두 빠져 있지만, 과연 이런 게 당신한테 꼭 필요한 것들인가? 차라리 톡톡 튀는 개성 강한 SUV에 끌리는 게 아니고?

다시 한번 고민해보자. 평소 4륜구동 시스템을 쓸 일이 얼마나 자주 있는가? 곧 눈 내릴 겨울에? 차라리 윈터 타이어를 마련해 잘 관리하는 게 훨씬 도움받을 일이 많을 거다. 4륜구동이 고속으로 달릴 때 더 낫지 않느냐고? 그럴 거면 차라리 키 낮은 세단이나 해치백을 고르길 권한다. 가솔린 레니게이드는 디젤보다 한결 편하고 경쾌하며, 더 싸다.

LOVE  귀여운 디자인, 가솔린 엔진, 디젤보다 싼 가격

HATE  모래사장, 깊게 팬 산길

VERDICT  선택과 집중에 성공한 합리적인 레니게이드

이세환  사진 최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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