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카로 제격인 3시리즈?

왜건도 SUV도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게 쓸모 많은 3시리즈가 있다. 여유로운 공간과 고급 소재를 버무려 만든 그란 투리스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탄생부터 지금까지 콤팩트 스포츠 세단의 대명사로 불리는 3시리즈. 하지만 진화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소비자의 요구를 끌어안아야 했고, 차체는 나날이 커졌으며 날카롭던 주행 감각은 타협할 수 있는 한계까지 부드러워졌다. 3시리즈 중에서도 시대의 요구를 가장 많이 받아들인 존재가 있다. 세단과 SUV, 왜건의 장점을 아우르며 크로스오버로 새롭게 태어난 그란 투리스모 말이다. 시승차는 지난해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버전으로, 올해 4월 서울모터쇼에서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했다. 함께 등장한 V12 고성능 플래그십 M760Li의 빛에 가려 별로 주목을 못 받은 듯했지만, 그란 투리스모의 폭넓은 활용도를 알고 있는 이들은, 새롭게 돌아온 녀석을 놓치지 않았다.

바탕 삼은 3시리즈보다 한결 고급스러운 분위기

바탕 삼은 3시리즈보다 한결 고급스러운 분위기

탄생 후 처음 가진 페이스리프트이기에, 과한 변화는 자제했다. 대신 누구나 갖고 싶은 옵션을 더해 매력을 높였다. 기본으로 마련해둔 LED 헤드램프가 그것. 게다가 상위 트림인 럭셔리와 스포츠 라인에 들어간 풀 LED 헤드램프의 경우, 키드니 그릴과 맞닿은 부분에 섬세한 터치를 가해 더 날카롭고 멋스러운 눈빛을 담아냈다. 매끈한 루프 라인 아래 두툼하게 살 오른 범퍼와 빵빵한 엉덩이, 날카롭게 꺾인 호프마이스터 킥 등 세단보다 크고 넓은 차체와 또 다른 분위기의 디자인 요소들이지만, 그래도 항상 달리는 듯한 BMW의 비율은 여전하다.

난 아빠도 아니지만, 이런 공간에 늘 혹한다

난 아빠도 아니지만, 이런 공간에 늘 혹한다

실내도 소소한 변화에 그쳤지만, 한결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진하게 배어 있다. 가죽과 크롬 등 고급 소재를 쓴 덕분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또한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마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탕 삼은 3시리즈보다 훨씬 넓다. 3시리즈 세단보다 110mm 긴 2920mm의 휠베이스 위에 놓인 뒷좌석은 동급을 뛰어넘어 5시리즈와 견줄 만했고, SUV인 X3의 트렁크 용량 550~1600ℓ에 맞먹는 520~1600ℓ의 널찍한 트렁크 공간은 웬만한 크기의 짐도 꿀떡꿀떡 삼켰다. 가스 리프트로 들어 올리는 트렁크 바닥 밑의 수납 공간 또한 요긴하다. 드라이브샤프트가 뒤로 지나는 탓에 뒷좌석 센터 터널이 불쑥 올라와 있지만,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데다 넓고 편한 뒷좌석은 성인 남자 3명이 타도 넉넉할 만큼 여유롭다. 4:2:4로 나눠 접을 수 있는 것도 커다란 장점.

효율성 좋은 디젤 엔진 덕분에 장거리 여행도 걱정 끝!

효율성 좋은 디젤 엔진 덕분에 장거리 여행도 걱정 끝!

해외에는 4기통은 물론 6기통 가솔린과 디젤 엔진이 다양하게 있는 반면, 한국에 들어온 그란 투리스모는 전과 마찬가지로 2.0ℓ 4기통 디젤 엔진을 품은 320d 한 종류뿐. 최고 190마력, 40.8kg·m로 성능이 약간 높아진 새로운 엔진은 기어비를 다듬은 8단 자동변속기와 어울려, 어느 길 위에서든 기운차게 힘을 뿜어낸다. 3시리즈 세단보다 운전석이 59mm 높아, 한결 느긋하게 달리는 감각이 잘 어울린다. 때로는 4기통 디젤의 거친 음색에 얼굴을 찌푸릴 때도 있긴 하나, 어마어마하게 막히는 출퇴근 길을 뚫고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눈곱만큼 줄어든 연료 게이지를 보면 짜증도 금세 사그라진다.

남부러울 게 없는 뒷좌석 공간

남부러울 게 없는 뒷좌석 공간

뒷좌석에 가족을 태우고 지방으로 나들이를 다녀온다 한들, 기름값 부담은 확실히 덜하다. 그 돈으로 맛난 음식 하나라도 더 먹거나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데 쓸 수 있다면, 엔진이 시끄럽다고 투덜대는 일이 조금은 덜해질 거다. 세단보다 한결 부드러운 승차감도, 편안한 가족 여행을 뒷받침해주는 요소. 에코 프로와 컴포트, 스포츠까지 주행 모드가 나뉘어 있지만, 스포츠보다는 다른 주행 모드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이유다.

틀린 그림 찾기는 늘 어렵다

그래도 운전하는 입장에서 아쉬운 게 있다면, 가솔린 엔진이 없다는 점 그리고 가장 싼 520d보다 100만 원 비싼 시승차의 가격 6430만 원이다. 시승차는 그란 투리스모 스포츠 라인으로 x드라이브 4륜구동 시스템까지 갖추긴 했으나, 후륜구동 520d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하지만 그란 투리스모의 넉넉한 뒷좌석과 쓰임새 좋은 트렁크 공간에 꽂혔다면, x드라이브만 넣은 그란 투리스모를 골라도 충분할 게 분명하다.

LOVE  급을 뛰어넘는 뒷좌석, 쓸모 많은 트렁크

HATE  털털거리는 디젤 엔진

VERDICT  패밀리카로 쓰임새 좋은 3시리즈

이세환 사진 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