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포르쉐가 이루지 못한 것

독보적인 911에 비하면 구형 파나메라는 초점이 흐릿했다. 하지만 신형 파나메라는 포르쉐가 쏟아부은 애정으로 가득했다

포르쉐에 4도어 모델은 골치 아픈 숙제였다. 누구보다 멋지고 빠른 4도어 모델을 만들고 싶기에 스스로 고민이 더 깊어졌다. 그동안 포르쉐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4도어 모델을 소개했다. 과거에 911의 길이를 늘린 컨셉트카를 선보였고 쿠페에 굳이 수어사이드 도어를 달기도 했으며, 페리 포르쉐의 75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928-4도 결국 빠르고 편안한 4도어 모델을 기리는 작품이었다.

마법 같은 차체 제어 능력으로 짜릿한 운전 재미를 선사한다

마법 같은 차체 제어 능력으로 짜릿한 운전 재미를 선사한다

마침내 포르쉐는 파나메라로 정착했다. 긴 휠베이스와 패스트백을 오묘하게 조합한 외관은 충격적인 스타일을 표현했다. 그들의 의지는 분명 911에 영향을 받은 듯했다. 하지만 온전치 않은 비율과 어색한 테일램프의 위치는 좀처럼 눈에 익지 않았다. 반면에 속은 알차고 다분히 포르쉐다웠다. 포르쉐가 만들면 4도어 세단도 날렵하고 화끈할 수 있음을 당당하게 증명했고, 적어도 스포츠카 브랜드의 자존심만큼은 지켜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2세대 파나메라를 국내에 선보였다. 여전히 파나메라의 지향점은 그대로다. 럭셔리 세단의 편안함과 스포츠카의 강렬한 퍼포먼스의 양립. 즉, 이율배반적인 4도어 스포츠 세단을 겨냥한다.

포르쉐 기함에 걸맞은 혁신과 품격이 공존한다

포르쉐 기함에 걸맞은 혁신과 품격이 공존한다

포르쉐의 고집은 여전했다. 911 스타일에서 비롯한 포르쉐 특유의 실루엣은 파나메라에 녹아들었다. 핵심은 차체가 더 커졌음에도 자연스러운 자태다. 긴장감을 유지한 비율, 매끈한 숄더 라인, 풍만한 뒤태가 어우러져 포르쉐만의 4도어 세단 스타일을 제시했다. 또한 조향에 따라 지능적으로 비추는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와 4 포인트를 강조한 LED 테일램프의 조화는 과거 파나메라와 감히 비교할 수 없다. 잘생긴 외모만큼 인테리어에서 혁신이 일었다. 단, 이번엔 고집이 아니라 참신한 시도가 이어진다. 파나메라는 포르쉐가 그토록 고집했던 수많은 버튼 대신 터치 패널을 사용했다. 덕분에 센터패시아는 널찍한 12.3″ 터치스크린을 품었고 블랙 패널 표면은 누를 때마다 물리적인 진동으로 작동 여부를 알린다. 포르쉐는 이를 포르쉐 어드밴스드 콕핏이라 말했고 우리는 그 콕핏에 홀딱 반해버렸다.

초고속을 맛볼 수 있는 독립형 라운지 체어

초고속을 맛볼 수 있는 독립형 라운지 체어

운전석에 엉덩이를 붙이면 스포츠카 브랜드의 솜씨를 확신할 수 있다. 충분히 낮고 안락하며 적당한 쿠션은 허리에 달라붙는다. 스티어링 휠과 기어 레버의 위치는 손이 기억하고 있는 그곳에 정확히 자리한다. 다음은 시동을 걸어볼 차례. 마침내 새로운 엔진이 숨 쉬기 시작한다.포르쉐의 V6는 911의 수평대향 엔진만큼 강렬하다. 2.9ℓ 바이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440마력을 달성. 구형보다 20마력이 올랐고 연비는 오히려 11% 좋아졌다. 엔진과 짝지은 8단 PDK 변속기도 새롭게 설계했다. 둘의 조합은 곧 강력한 가속 능력을 의미한다. 우리가 시승한 파나메라 4S(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는 0→100km/h를 4.2초 만에 돌파한다.

출력은 여유를 넘어 강렬함에 가깝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드라이브 모드는 이 차를 911로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댐퍼의 강도를 비롯해 조향과 가속 반응성까지 날카롭게 매만진다. 가변 배기 시스템은 한결 목청을 키웠다. 속도를 높이면 엔진과 머플러가 번갈아가며 화음을 맞춘다. 만약 친구를 옆에 태웠다면, 눈을 감고 이 차가 세단인지 스포츠카인지 맞추는 내기를 해도 좋다. 무엇보다 신형 파나메라의 백미는 섀시다. 3 챔버 에어 서스펜션과 전자식 섀시 관리 시스템인 4D 섀시 컨트롤의 조합은 노면과 속도를 가리지 않는 마법의 아이템. 좌우 독립적으로 구성된 스태빌라이저는 전기모터와 연결해 스티어링과 횡G에 따라서 타이어 접지력을 최대로 확보한다. 여기에 리어 액슬 스티어링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코너링 실력을 맛보게 된다.

그동안 포르쉐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신형 파나메라는 럭셔리 세단이 갖춰야 할 품위와 스포츠카 브랜드로서 화끈한 성능을 모두 갖췄다. 언제나 강력한 파워트레인과 마법 같은 차체 제어 능력은 수많은 라이벌을 싱겁게 만들고 첨단을 달리는 콕핏으로 기함의 품격을 갖췄으며, 무엇보다 몰라보게 달라진 스타일은 포르쉐가 그토록 원했던 기함의 모습이다. 여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제대로 된 포르쉐의 4도어 모델이자 포르쉐의 기함이 되기까지, 파나메라 곳곳에서 포르쉐의 깊은 애정과 노력의 흔적이 돋보인다.

LOVE  스타일, 인테리어, 화끈한 성능

HATE  즐거운 만큼 떨어지는 유량계

VERDICT  포르쉐 이름에 걸맞은 기함


Porsche Panamera 4S

Price 1억7370만 원 
Engine 2894cc V6 가솔린 터보, 440마력@5650~6600rpm, 56.1kg·m@1750~5500rpm 
Transmission 8단 PDK, AWD Performance 0→100 4.4초, 289km/h, 8.8km/ℓ, CO₂ 195g/km 
Weight 2060kg

김장원  사진 최대일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bejangwon@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