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돌이를 위한 드라마 4

수능이 끝났거나 연애가 끝났거나 돈벌이가 끝난, 그것도 아니라면 추운 바깥보단 아늑한 실내가 좋은 집돌이라면! 시간 많~은 당신을 위해 드라마 덕후 에디터가 묻고 따져 고른 ‘정주행하기 좋은 드라마’ 4편을 소개한다. 한국 드라마는 지루하고 뻔하다는 생각을 지울 것. 구성 탄탄한 웰메이드 작품만으로 선별했다. 훗, 그렇다면 레이스를 시작해 보지.

이번 생은 처음이라 / 16부작
장르: 로맨틱 코미디
등장인물: 정소민, 이솜, 김가은, 김민석, 이민기, 박병은 등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청춘 남녀의 사랑을 세 가지 모양으로 재밌게 풀었다. 집주인과 세입자로 만나 선 결혼, 후 연애로 이어지는 지호와 세희 커플, 특이한 만남만큼 결혼도 연애도 특이하게 이어지는 이들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7년째 연애만 하는 호랑과 원석 커플, 장기간 연애 중인 커플에게 뜨거운 공감을 살 만한 대사와 장면이 눈길을 끈다. ‘결혼’에 대한 남녀의 첨예한 시각 차이가 느껴지는, 지극히 현실적인 에피소드들이 채워진다. 또 수지와 상구의 위험하고도 아슬아슬한 관계가 사랑으로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누군가를 만나고 좋아함에 있어서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된다.

특별히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공감할 수 없는 일과 공감 사이의 묘한 줄다리기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최고 대학 국문과를 졸업했지만, 현실을 보장받지 못하는 계약직 보조 작가 윤지호, 아름다울 리 없는 그녀의 세상에서 결혼, 연애란 단어가 비현실적인 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결국 집세를 내는 조건으로 집주인과 계약 결혼을 하는데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이 전개는 어쩐지 이해가 되기도 하고 가끔은 고구마 백 개쯤 먹은 듯한 답답함이 몰려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드라마가 끝나고도 오랜 여운이 남는 건 어쩌면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공감을 끌어내는 힘은 그 어떤 청춘 드라마보다 단단했다. 힘든 연애의 끝에 서 있다면, 결혼이 어렵다면, 또는 당당한 싱글이라면 반드시 챙겨볼 것. 세상을 보는 관점이 더 깊어지는 ‘나’의 이야기가 될테니. 

구해줘 / 16부작
장르: 스릴러
등장인물: 옥택연, 서예지, 조성하, 우도환, 이다윗 등

OCN 드라마 <구해줘>는 다루려는 소재 자체가 흥미로웠다. 우리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눈앞에 보이지 않았던 ‘사이비 종교 집단’에 대해 다룬다. 누구나 카더라 쯤으로 알았지 제대로 조명된 적이 많지 않아 궁금했던 어둠의 영역이기도 했다. <구해줘>는 새하늘님이라 칭하는 신을 섬기며 목자임을 자처하는 교주를 둘러싼 사이비 집단의 비리와 그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맞서는 시골 청년의 이야기다.

스릴러이기에 결말을 미리 이야기하진 않겠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는 내내 스릴 넘치고 간담이 서늘하기도 했으며 통쾌할 때도 있었다. 아마 비슷한 이유로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소재가 다소 거친 탓에 시작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구해줘>는 첫 회부터 순항하더니 시청률 정점을 찍고 호기롭게 종영했다. 여느 드라마가 꿈꾸듯 박수칠 때 멋지게 떠난 셈이다.

<구해줘>는 사회적 이슈와 어둠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다면 충분히 구미가 당길 만한 드라마다. 에디터 역시 사이비 집단이 미치는 영향력 그리고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 활동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기도 했다. 꽉 찬 전개와 배우들의 메소드 연기가 더해져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구해줘>. 넉넉한 ‘좋아요’를 남긴다.

청춘 시대 / 12부작
장르: 청춘 로맨틱 코미디
등장인물: 한예리, 박은빈, 박혜수, 류화영, 한승연 등

<청춘 시대>를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아마 두 번만 본 사람도 없을 거다. 드라마 <청춘 시대>는 그만한 매력을 갖춘 마성의 작품이다. 셰어하우스에서 동고동락하는 시트콤으로 단순한 구조인 듯 보이지만 개개인의 숨겨진 비밀과 상처를 극복하는 힐링 스토리다. 삶의 질과 모양에서부터 극명한 차이를 지닌 다섯 명의 청춘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 ‘헬조선, 탈민국’을 외치는 현시대 청춘들에게 힘이 되어 준다.

스스로 아빠를 죽인 범인이 어린 ‘나’ 일지도 모른다는 트라우마가 있는 주인공 은재는 아픈 기억 때문에 불만을 드러내지 못하고 참고만 사는 소극적인 대학생으로 셰어하우스에 입주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대학에서 만난 복학생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알아가게 되고 함께 사는 하메(하우스 메이트)들을 통해 갇혀 있던 마음을 위로받는다. 그 밖에도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 데이트 폭력을 견뎌내고 살아가는 예은,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에 남자를 쉽게 사고 만나는 강언니, 번번이 취업에 실패해 하루종일 알바로 버티며 사는 취준생 진명, 마지막으로 첫 경험이 간절한 모태솔로 지원이 있다.

드라마 <청춘시대>는 이렇듯 성격도 꿈도 사정도 전부 다른 다섯 명의 청춘들이 천방지축으로 이루는 인생 스토리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공감가는 장면과 스토리 덕분에 지난 추억과 시절이 떠올라 울고 웃기도 한다.

아르곤 / 8부작
장르: 보도 수사극
등장인물: 故 김주혁, 천우희, 박원상, 이승준, 박희본 등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다는 이유로 보기 시작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잘 짜인 전개와 알찬 디테일, 흔히 ‘있을 법한 일’을 다룬 소재 덕분에 강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탐사 보도팀 아르곤의 수장이자 앵커, 김백진은 투철한 직업의식으로 진부하고 재미없다는 소리를 듣지만, 비리로 가득한 방송 실정과 치열하게 싸우며 정의를 놓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드라마는 그를 통해 투명한 방송을 이끄는 진정한 기자의 모습을 그려낸다.

<아르곤>은 실수와 잘못에 대해 깨끗이 인정할 줄 알고 그것이야말로 투명하고 공정한 방송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여전히 이슈가 되고 있는 공영 방송 파업과 재개가 더욱 관심 있게 다가온다.

8부작의 짧지만 강력한 전개로 시즌 2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안타까운 배우의 죽음 앞에 담담히 고인을 기리는 드라마가 되었다. 직선적이고 올바른 김백진을 연기한 故 김주혁의 열연 덕분에 드라마가 진정한 웰메이드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