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클립스

 

최근에 이만큼 놀라운 제품을 본 적이 있었나? 아이폰X 말이다. 직업상 수도 없이 많은 제품을 만지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지만 최근엔 아이폰X만큼 큰 즐거움을 준 게 없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능을 하나씩 해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더라. 아이폰X에 대한 이야기는 <아이폰X만의 즐길 거리, 7가지> 기사에 마음껏 풀어냈으니 여기선 생략하는 거로.

지금 다시 아이폰X 이야기를 꺼내는 건 그때 예고했던 대로 클립스(Clips)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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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스는 동영상 제작 앱이다. 원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길이를 조절하거나 자막, 음악을 넣어 한편의 동영상을 만들어 낸다. 무엇보다 쉽고 간편하다는 것이 장점. 애플이 직접 만든 만큼 아이폰의 기능을 최대한 끌어내는 완성도를 지녔다. 사실 처음 발표한 건 4월. 하지만 지난 11월 전반적인 기능을 개선하고 UI를 바꿔 업데이트했다. 사용하기는 더 편해지고 효과는 다양해졌다. 그리고 아이폰X만을 위한 새로운 기능이 추가됐다. 쓰다 보니 이건 업데이트 수준이 아니다. 말 그대로 환골탈태(換骨奪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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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간편하고 더 화려하게

일단 전반적인 UI가 바뀌었다. 촬영 화면 위에 있던 버튼은 아래로 내려왔다. 대신 프로젝터 폴더와 사운드 트랙 버튼이 올라갔다. SNS에 최적화한 정방형 화면비는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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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아래에 있는 메뉴는 사진, 비디오, 보관함에서 모드, 카메라, 보관함, 포스터로 교체했다. 카메라에는 다양한 필터와 말풍선, 스티커, 이모티콘 등을 담았다. 이전보다 더 늘었다. 물론 영상 제작 앱답게 애니메이션 효과가 기본이다. 디즈니와 스타워즈를 테마로 만든 것도 새롭게 추가했다. 애플이 클립스를 위해 직접 라이선스를 해결했으니 마음껏 써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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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필터는 수채화, 목탄, 붉은빛 갈색, 인디고, 코믹북, 잉크, 비비드, 드라마틱, 흑백, 실버톤, 느와르 중 선택할 수 있다. 아이폰 기본 카메라 앱보다 더 많다. 앱스토어에 있는 다른 카메라 앱도 필요 없을 정도. 아예 클립스를 기본으로 쓰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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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함에는 아이폰 안에 있는 사진과 영상을 불러올 수 있다. 다양한 효과를 넣은 사진과 추상화 등의 이미지는 포스터에서 볼 수 있다. 역시 애니메이션 효과가 기본. 클립 중간에 인서트로 넣기 좋다. 종류도 많다. 하나씩 보는 데만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정도.

그 아래에는 사진 촬영 버튼이 새로 생겼다. 이전에는 영상만 촬영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바로 찍은 사진도 영상에 넣을 수 있다. 사진 촬영 좌우에는 플래시와 전후면 카메라 전환 버튼. 빨간색의 촬영 버튼은 약간 짧아졌고 좌우에 텍스트 입력과 효과 버튼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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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입력은 이전과 같다. 영상을 찍으면서 넣고 싶은 자막을 말하면 그대로 영상에 들어간다. 그 아래에는 현재 촬영하고 있는 클립을 모아 볼 수 있는 타임라인이다. 타임라인 오른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지금껏 만든 타임라인 속 클립을 하나의 영상 파일로 출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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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법은 간단하다. 다양한 필터나 효과 등을 마음껏 추가한 다음 빨간색 촬영 버튼을 누른다. 참고로 이 버튼은 누르고 있는 동안만 기록한다. 그러니까 버튼을 누르면 녹화를 시작하고 떼면 끝나는 것. 그게 하나의 클립이 된다. 바로 찍은 사진을 넣고 싶으면 일단 흰색 사진 촬영 버튼을 눌러 사진을 찍은 후 빨간색 버튼을 원하는 시간만큼 눌러 클립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여러 개의 클립을 만든 후 길이를 조절하고 분위기에 맞는 사운드 트랙을 넣고 출력하면 끝. 참고로 사운드트랙은 원하는 분위기의 음악을 고르면 자동으로 영상 길이에 맞게 들어간다.

오랜 시간 전문 지식을 동원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고퀄리티 영상이 터치 몇 번으로 끝난다. 심지어 할 수 있는 효과도 많다. 클립스를 깔아보자. 나만의 독특한 영상을 수도 없이 만들어 낼 수 있다. 터치 몇 번으로.

아이폰X을 위한 선물, 모드

아직 설명하지 않은 기능이 하나 있다. 메뉴에 보면 ‘모드’라는 것이 있다. 여기 들어가면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진다. 웬만한 일로는 눈길조차 주지 않을 정도로 무뚝뚝한 지인도 모드에서만큼은 감탄사를 연발하더라. 사실 이 기사도 그 지인 때문에 쓰기로 마음먹었다는 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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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에 들어가면, 현실의 나는 여전히 같은 공간이지만 클립스 안의 나는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순간 이동한다. 트루 뎁스 카메라를 이용해 사용자와 배경을 분리하고 다른 배경으로 바꾸는 것. 심지어 배경은 360도 VR(가상현실)이다. 사방을 둘러 보면 실시간으로 바뀌는 영상이 끊김 없는 이어진다. 트루 뎁스 카메라와 A11 바이오닉의 탁월한 성능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는 대목.

개인적으로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실 이런 영상을 만들기 위해선 넓은 스튜디오에 커다란 크로마 배경을 놓고 고사양 카메라로 촬영한 후 어도비 프리미어나 애플 파이널컷 같은 전문가용 편집 프로그램으로 편집해야 한다. 촬영이나 편집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는 건 기본이고. 하지만 클립스는 터치 몇 번으로 그 정도 수준의 영상을 만들어 낸다. 값비싼 장비도 없이 고작 아이폰X 가지고. 물론 배경이 정해져 있다는 제약이 있지만 놀라움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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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배경은 대도시, 강변, 밀레니엄 팔콘, 메가 디스트로이어, 스케치북, 8비트, 다원, 도시풍경, 은하계, 스티커, 그래피티, 붓질 12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밀레니엄 팔콘과 8비트 같은 배경에는 순식간에 지나가는 캐릭터가 있으니 사방을 빠르게 둘러 보길 권한다.

단 모드 메뉴는 아이폰X에만 나온다. 트루 뎁스 카메라와 A11 바이오닉이 없는 아이폰에서는 활성화되어 있지도 않다. 아쉽게도.

볼수록 놀라운 클립스

클립스는 놀라운 기능을 갖춘 영상 제작 앱이다.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가 지닌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내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웬만한 영상 제작 실력자도 만들 수 없는 복잡하고 수준 높은 영상을 터치 몇 번으로 해결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심지어 무료다, 무료. 보면 볼수록, 쓰면 쓸수록 매력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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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을 쓰면서 클립스를 모른다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있을까. 특히 아이폰X을 쓴다면 반드시 깔아야 한다. 영상에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괜찮다. 아이폰 기본 카메라 앱보다 더 많은 필터를 겸비한 사진 기능만 써도 되니까. 솔직히 이건 애플이 잘못했다. 이 정도면 기본 앱으로 넣어야지.

아이폰을 쓰고 있다면, 주변에 아이폰을 쓰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소개하자. 머지않아 큰 유행을 이끌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