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크로스 컨트리로 찾는 올림픽 준비 현장

하얗게 물든 세상. 삐죽 솟은 산봉우리와 협곡 사이로 난 눈길을 헤치고 달리는 볼보의 자랑, 크로스 컨트리. 올림픽 준비로 열기가 가득한 강원도 산자락을 향해 바퀴를 틀었다

이따금 가슴속 불길이 왈칵 피어오를 때가 있다. 그게 열렬한 기쁨이든 걷잡을 수 없는 분노든 어떤 감정이든 간에, 가끔은 앞뒤 잴 것 없이 훌쩍 떠나 일탈에 몸을 맡기는 게, 당신의 삶과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 아닐까? 끝없이 펼쳐진 푸르른 바다로 향하든, 줄기 따라 연달아 솟은 봉우리가 장관을 이루는 산으로 향하든, 그건 당신의 마음이 향하는 대로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행복한 문제.

때마침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제23회 동계 올림픽이 열린다(3월 9~18일에는 동계 패럴림픽 개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열리는 동계 올림픽이자,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이은 대한민국 두 번째 올림픽이다. 올림픽이 도대체 뭔지 알 수도 없었던 세 살배기 아이였던 나는, 30년을 살아오는 동안 어느덧 쓰디쓴 인생 맛을 알아버렸다. 한 달 주기로 돌아가는 팍팍한 삶에 얼룩진 가슴을 시원스레 열어젖힐 시간이 필요했다. 어마어마한 입장료를 낼 수 없어 어차피 TV나 PC로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겠지만, 그래도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이 펼쳐질 장소에 내 흔적 하나 남기고 오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지 않은가? 문제는 눈이 두껍게 쌓여 있을 강원도에 어떻게 다녀오냐는 것.

지난 12월, 서울에서 강릉까지 2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KTX 경강선이 평창 동계 올림픽을 맞아 개통했지만, 이왕 가는 김에 강원도 산자락 곳곳을 누비고 오려면 직접 자동차를 운전해서 가는 게 편할 따름이었다(안 그러면 이 기획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내가 고른 차는 볼보 크로스 컨트리. 국토를 횡단하는 데 이만큼 이름과 성격이 어울리는 차가 또 있을까? 길게 뻗은 고속도로와 산을 휘감고 도는 국도, 자칫 마주칠 수 있는 눈 덮인 험로까지 안전하고 편하게 내달리는 크로스 컨트리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영동고속도로에 이어 서울양양고속도로까지 새로이 뚫렸고, 거미줄처럼 뻗은 국도까지 합하면 강원도로 향하는 길은 다양했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인 평창 마운틴 클러스터로 가려면, 영동고속도로에 올라 줄곧 동쪽으로 달리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그건 너무 쉽고 재미없지 않은가?

그래서 개인적으로 평창을 들를 때마다 꼭 한번은 다녀왔던 태기산에 올라가기로 마음먹었다. 해발 1000m 넘는 산등성이까지 차로 오를 수 있고,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우뚝 솟은 바람개비 모양 풍력발전기와 드넓게 펼쳐진 백두대간 줄기가 함께 만들어내는 풍광이 기가 막히기 때문. 매서운 겨울바람이 살갗을 파고들겠지만, 자연이 빚은 장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여 올라갈 가치는 충분했다.

크로스 컨트리 인생 샷 획득! 멋짐 주의보 발령!

크로스 컨트리 인생 샷 획득! 멋짐 주의보 발령!

게다가 영동고속도로 둔내IC에서 빠져 6번 국도를 타고 산을 거슬러 오르는 동안, 좌우로 연달아 굽이치는 와인딩 도로를 달리는 맛도 빼놓을 수 없는 경험. 전날 꽤 많은 눈이 내려 도로가 얼어 있었고 크로스 컨트리가 애써 운전의 재미를 찾으려 타는 차는 아니지만, 넉넉한 디젤 엔진의 힘과 4륜구동 시스템을 믿고 희뿌연 안개를 뚫으며 굽은 길을 달리는 경험은 또 새로웠다.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크로스 컨트리와 함께라면 좋겠네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크로스 컨트리와 함께라면 좋겠네

아침 6시 반에 서울에서 출발한 우리는 잠에서 덜 깬 눈을 부릅뜬 채(그보다는 볼보의 최신 반자율주행 장비 파일럿 어시스트의 덕을 크게 봤다. 초록색 스티어링 휠 아이콘을 계기반에 띄워놓고 이따금 운전대를 툭툭 건드려주면 됐으니까), 휴게소에서 라면과 김밥으로 허기를 겨우 달래가며 2시간을 달려 여기까지 왔다. 국도 옆으로 빠져 눈 덮인 비탈길을 오르기 위해, 주행 모드는 일찌감치 오프로드 모드로 돌려두고 차체 자세 제어 장치는 해제한 상태. 스노타이어를 신고 있지 않았기에 얼어 있는 눈을 꾹꾹 눌러 밟으며 중간에 멈추지 않고 단번에 올라가야 했다.

이상하다. 사진 찍는 동안 바람에 눈이 다 날아갔나?

이상하다. 사진 찍는 동안 바람에 눈이 다 날아갔나?

눈보라를 하얗게 흩뿌리며 얼마나 올랐을까. 마침내 시리도록 새파란 하늘 아래 시원스레 펼쳐진 자연경관이 나타났다. 안개가 걷히자 저 멀리 아득히 이어진 산줄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가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볼보의 고향 북유럽의 풍경이 이랬을까. 고개 하나 넘어 아스라이 보이는 휘닉스 스노우 파크에서는 동계 올림픽 15개 종목 중 스노보드와 프리스타일 스키 경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눈 덮인 비탈길을 내려올 때는 브레이크 밟는 걸 주의할 것

눈 덮인 비탈길을 내려올 때는 브레이크 밟는 걸 주의할 것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듯 자신 있게 눈밭을 헤집으며 달리는 크로스 컨트리를 달래며 내려오는 길.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순식간에 접지력을 잃고 한없이 미끄러질 테지만, 오프로드 모드에서 자동으로 활성화된 경사로 감속 주행 장치가 빛을 발한다. 이윽고 가파른 와인딩 도로를 달려 내려와 다시 영동고속도로에 올랐다. 다음 목적지는 진부(오대산)역. KTX 경강선이 지나는 역 중 올림픽 개회식과 대부분 야외 경기가 펼쳐질 평창 마운틴 클러스터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이다. 완공 단계에 접어들어 어엿한 형태를 갖췄고, 마무리 작업을 위해 추운 날씨에도 인부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올림픽 기간에는 역에서 평창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고 하니 참고해도 좋겠다.

내 기필코 너와 동동주를 먹으러 다시 오리!

내 기필코 너와 동동주를 먹으러 다시 오리!

구글에서 ‘평창 맛집’을 검색하면 메밀, 한정식, 한우 등 다양한 식당이 등장하지만, 이곳에 올 때마다 꼭 찾아서 먹은 음식은 따로 있었다. 겨우내 말린 황태를 사용해 찜과 구이, 해장국 등 다양하게 해 먹는 황태 요리다. 몸의 한기를 싸악 날려줄 뜨끈한 해장 국물도 좋고, 매콤달콤한 황태찜과 구이에 달콤하고 쌉싸래한 더덕 동동주를 곁들여도 좋다. 1박 2일 일정이었다면 푸짐하게 먹고 늘어지게 한숨 잤을 텐데, 그저 아쉬울 뿐이다. 식당 바로 근처에 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릴 오각형 모양의 올림픽 플라자가 있고, 봅슬레이와 크로스컨트리, 스키 점프 등 다양한 설상 경기가 열릴 알펜시아 타운도 가까이 있으니, 올림픽 경기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이들이라면 쉬엄쉬엄 둘러보기에도 그만이다.

타조도 그렇고 풍력발전기도 그렇고, 뭐 이리 다 길어?

타조도 그렇고 풍력발전기도 그렇고, 뭐 이리 다 길어?

올림픽만 보러 온 게 아니라 나처럼 다른 목적을 갖고 평창을 찾았다면(연인과 겨울 여행을 즐기기 위해 사전 답사를 왔다든지…), 각종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대관령 삼양목장도 가보길 권한다. 올림픽 플라자와 식당이 있는 대관령면에서 자동차로 9km 정도 송천을 따라 산기슭을 올라가면 쉽게 갈 수 있고, 무엇보다 겨울철(11~4월)에는 자차로 해발 1140m의 목장 꼭대기까지 비포장길을 따라 올라갈 수 있어 편하게 둘러보기에 좋다.

사진은 추억을 남기고…

사진은 추억을 남기고…

흡사 자동차 랠리 코스처럼 길이 나 있지만, 여럿이 이용하는 관람로이기에 20km/h 미만으로 천천히 올라가야 한다(크로스 컨트리로 달려보고 싶은 걸 참느라 혼났다). 강설량이 많은 1~2월에는 그야말로 하얗게 물든 세상을 내려다보는 게, 마치 선계로 오르는 기분마저 들 정도다. 날씨 좋을 때 꼭대기에 오르면 저 멀리 푸르른 동해까지 볼 수 있어, 소원을 빌기 위해 1월 1일 열리는 해돋이 행사에 참석하는 이들도 많다.

제2의 김연아가 활약할 강릉 아이스 아레나

제2의 김연아가 활약할 강릉 아이스 아레나

설상 경기가 평창에서 대부분 열린다면, 피겨와 스피드 스케이팅, 아이스하키와 컬링 같은 빙상 경기는 죄다 강릉 코스탈 클러스터에서 열린다. 대표적인 건물은 매끈한 돔 형태의 강릉 아이스 아레나. 평창 올림픽 플라자에서 강릉 아이스 아레나까지는 경강로에 올라 다시 한번 와인딩을 즐기며 가거나,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빠르고 편하게 가면 된다. 이미 눈밭과 산악 도로를 신나게 달리며 한껏 즐긴 데다 이미 시계는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었기에, 우리는 다시 한번 파일럿 어시스트의 도움을 받아 편히 가는 방법을 택했다.

종일 고생한 너를 씻겨주는 일. 그런데 서울에 눈이 오더라?

종일 고생한 너를 씻겨주는 일. 그런데 서울에 눈이 오더라?

평창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강릉 경기장 역시 한창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머지않아 우리나라 대표 선수들이 이곳을 뜨겁게 달궈놓을 현장을 상상하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른다.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온 선수들 모두 뛰어난 성적을 기록해 눈부신 메달을 목에 거는 영광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길 바라며, 이번 여정의 종착지로 향했다. 백두대간을 뚫고 달려 강릉까지 온 김에, 바다를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 한잔의 여유를 누려봐도 좋지 않은가?

추억의 간식 쫀득이는 잘게 찢어 먹어야 제맛

추억의 간식 쫀득이는 잘게 찢어 먹어야 제맛

카페거리로 유명한 강릉 안목해변에 도착하자 이미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사방을 붉고 휘황찬란하게 물들이는 석양은 없지만, 눈에 담기는 모든 실루엣이 흐릿했다. 사물의 구별이 모호해지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 아니라, 아침 일찍부터 쉬지 않고 달리며 하얗게 물든 세상을 구경한 탓에 피곤이 절정에 달한 것. 마음 같아서는 하룻밤 머물고 싶지만, 하릴없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Volvo Cross Country D5 AWD

 Price 7690만 원
Engine 1969cc I4 터보 디젤, 235마력@4000rpm, 49.0kg·m@1750~2250rpm
Transmission 8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7.5초, 230km/h, 13.3km/ℓ, CO₂ 143g/km
Weight 1945kg

이세환 | 사진 최대일

이세환

사람과 자동차, 당신의 이야기와 우리의 자동차를 함께 나누고픈 1인
serrard@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