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꼭 읽어보세요

10kg 다이어트, 저축, 욕하지 않기 등 새해만큼 ‘실천 불가능한’ 다짐이 넘쳐나는 시기도 없다. 그중 매년 베스트 10위 안에 꼽히는 ‘독서’. 책은 지성을 기르고 마음의 양식을 쌓는 데 훌륭한 콘텐츠지만 늘 그렇듯 읽다보면 어느새 눈이 감긴다. 새해에는 달라져 보자. 어차피 1일 1책 못할 거, 가벼운 ‘그래픽 노블’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글도 그림도 아닌
그래픽 노블

독서, 결코 작심삼일 되지 않도록 에디터가 직접 읽은 그래픽 노블을 추천한다.


그래픽 노블은 말 그대로 ‘소설 만화’ 다. 슈퍼 히어로 물이 유행하던 미국 만화계에서 문학성은 물론 예술성까지 갖춘 문학 장르다. 넓게는 그림이 있는 만화에 가깝지만 주로 미국과 유럽 문학에서 영향을 받아 단순한 만화보다 예술성이 더 짙다. 그래서인지 그래픽 노블에 쓰이는 문장은 한 번쯤 곱씹어 볼 만큼 의미 있고 철학적인 내용이 많다.

아들의 땅 / 지피 / 북레시피

-소개
그래픽 노블은 컬러와 흑백 버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아들의 땅>은 흑백 노블이다. 인간 종말 이후의 삶이 배경으로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야생 상태의 두 아들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 비인간적인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성장 스토리다. 종말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선과 악, 사랑, 잘못된 신앙 숭배 등을 묘사하면서 문명과 지식이 닿지 않은 거칠고 단순한 세상을 통해 현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에디터 한 줄 평
종말 이후, 문명이 사라진 세계에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적나라하게 또는 순수하게 표현한다. 연필로 낙서한 듯한, 다듬어지지 않은 그림체가 종말 시대의 거친 삶을 의도적으로 표현한 듯하다.

HERE / 리처드 맥과이어 / 미메시스

-소개
<HERE>는 한 공간을 여러 시대로 나눠 무작위로 배열한 단편 노블이다. 작품엔 뚜렷한 스토리가 없고 오직 하나의 장소에서 이루어졌던 다양한 시대의 순간을 묘사한다. 작품 속 등장하는 1957년은 저자 맥과이어 자신이다. 부모와 다섯 형제, 친척과 친구들이 등장하면서 개인적인 추억을 장면 묘사를 통해 단순하게 드러낸다.

-에디터 한 줄 평
한 공간에 여러 시점이 혼재하는 듯한 독특한 구성이 인상 깊다. 어떤 날은 풀밭이 되었다가 한 페이지를 넘기면 금방 현시점으로 돌아와 소파와 러그가 있는 거실이 된다. 세월에 따라 한 공간이 지나온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낸 작품.

반 고흐 / 바바라 스톡 / 미메시스

-소개
네덜란드 만화가 바바라 스톡이 고흐의 생애를 그린 그래픽 전기다. 작품 속에는 예술에 대한 고흐의 지독한 열정과 고갱과의 관계, 정신적 혼란을 겪으면서도 예술 활동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일생이 담겨 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실제 고흐가 작품에 사용했던 색상을 썼다는 점이다. 책으로 나오기까지 무려 3년이 걸린 이 책은 꼼꼼한 고증을 거쳐 당시 고흐의 속옷 생김새까지 디테일하게 그려냈다.

-에디터 한 줄 평
고흐는 예술가로서의 예민함과 인간적인 면모를 모두 갖췄던 아티스트로서 직접 겪어보지 못한 그의 삶을 만화를 통해 짧고 강렬하게 경험할 수 있다.

펀홈 / 앨리슨 벡델 / 움직씨

-소개
정상적인 가족의 형태를 통해 자신을 숨기고 살아온 아버지 브루스 벡델. 그의 비밀스러운 동성애와 그를 지켜보는 딸 저자 자신의 당찬 퀴어 성장담을 그린 그래픽 노블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펀홈>의 원작이기도 하다. 퀴어 프라이드와 젠더 감수성을 담아 개성 넘치는 단어와 어미 하나까지 세심하게 표현한 작품.

-에디터 한 줄 평
동성애자인 아빠를 관찰하며 레즈비언으로 성장하는 저자 앨리슨이 바라보는 세상, 그녀의 유년기 시절을 굉장히 뚜렷하고 솔직하게 담았다. 자살로 삶을 마감한 아버지의 짧은 생애를 역추적하며 인생과 자아를 관철하는 철학적인 작품.

최수련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 어디쯤.
sueryun@gearba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