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4WD SUV 선발대회

한 가락씩 하는 SUV 5대. 우아한 볼보부터 온로드 최강자 BMW, 전통의 콰트로 아우디와 귀족 오프로더 레인지로버 그리고 오프로드 최강자 지프까지. 그들이 말하는 비장의 4WD 기술을 파헤친다

Volvo XC90 T8 TWIN ENGINE AWD | 보기에 좋은 떡이 늘 맛있진 않더라

볼보와 함께하는 ‘원돌이’ 타임!

볼보와 함께하는 ‘원돌이’ 타임!

볼보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선봉장은 단연코 XC90. 이토록 고급스럽고 우아한 감각이 흐르는 볼보가 있었나 싶을 만큼, 지금의 XC90에는 ‘잘생김 유전자’가 과다하게 흐르고 있었다. 요즘은 잘생긴 사람이 공부도 잘하고 능력도 좋은 시대. 그럼 XC90도 생긴 것만큼 잘 달릴까?

가솔린과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엔진 라인업을 갖춘 XC90 중 우리의 눈길을 끈 건, 슈퍼+터보차저 조합을 품은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T8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할덱스 4WD 시스템을 품은 다른 볼보와 달리, 65kW 리튬-이온 배터리에 저장한 전기를 동력 삼은 전기모터가 뒷바퀴를 굴리고 엔진은 오직 앞바퀴만 굴리는 전기 4WD 방식이다. 이는 320마력을 내는 트윈 차저 엔진과 80마력짜리 전기모터가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구동력이 필요한 바퀴에 힘을 보내면서 연료를 아끼는 영리한 구조다.

주행 모드는 퓨어, 파워, 오프로드 등 무려 여섯 가지. 친환경적인 퓨어 모드에서 2t이 넘는 덩치를 오직 전기만 이용해 달렸고, 모든 힘을 쏟아부어 힘 넘치는 스포츠 주행을 즐길 때 사용하는 파워 모드에선 가솔린과 전기를 바닥낼 때까지 네 바퀴에 아낌없이 힘을 보냈다. 크랭크샤프트에 통합된 스타터 제네레이터는 엔진과 전기모터 사이에서 발전 역할을 하는 동시에, 슈퍼차저와 터보차저의 힘이 부족할 때 15.3kg·m의 토크를 더하는 부스터 역할을 겸한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자세히 보여준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자세히 보여준다

XC90 T8은 온로드에서 더할 나위 없이 조용하고 매끄럽게 달렸다. 배터리에 전기만 가득 있다면 오직 전기모터만 이용해 뒷바퀴만 굴려 21km를 달릴 수 있었고, 전기가 부족할 때는 4개의 바퀴가 모두 돌아가거나 앞바퀴로만 달렸다. 차체 중심에 배터리 팩을 세로로 길게 배치해 무게중심을 잡았고,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차체의 흔들림을 제어하며 마치 양탄자 위를 사뿐히 구르듯 달렸다. 생긴대로 우아하고 매끈한 주행 감각이 일품이었다. 지면에서 약간 떠서 달리는 듯한 볼보 특유의 주행 감각은 여전히 있었지만, 기품 있는 스타일을 흐트러놓지는 않았다. 과연 XC90이 오프로드에 들어서도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비교적 단단한 흙길에서는 다른 4WD SUV처럼 달렸지만, 모래밭처럼 접지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XC90 T8은 맥을 못 췄다. 차체 자세 제어 장치를 꺼버린 뒤 에어 서스펜션을 높이는 오프로드 모드로 돌린다 한들, 여전히 허우적거리는 모습은 온로드에서 고상하고 우아했던 XC90 T8의 이미지를 처참히 부쉈다. 전기모터는 뒷바퀴에 힘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른 채 갈팡질팡하는 모습. 그렇다고 스로틀만 열어 엔진만 들볶기에는 뒤쪽으로 쓸데없이 힘을 보내는 느낌도 들었다. 모래밭에 바퀴 하나만 잘못 빠져도 옴짝달싹 못하는 순간이 빈번히 나타났다. 스웨덴의 얼음 호수 위에서 갈고닦은 4륜구동 실력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아무래도 XC90 T8의 4륜구동 방식을 온전히 사용하려면 배터리를 늘 100% 충전하고 늘상 네 바퀴를 굴리며 다녀야겠다.

Onroad★★★★ Offroad★★ Dynamics★★

Key Tech Electric AWD

뒷바퀴를 굴리는 80마력 전기모터

뒷바퀴를 굴리는 80마력 전기모터

볼보 4WD 시스템의 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1996년 첫 번째 4륜구동 볼보 모델로 등장한 볼보 850 에스테이트에까지 다다른다. 2002년 등장한 XC90 1세대는 2세대 할덱스 시스템을 썼다. 2세대 XC90 T8의 전기모터 4WD 시스템은 그야말로 최신 기술. 프로펠러샤프트로 연결하는 일반적인 4WD 시스템이 아니기에 구조적으로 간단하다.

Volvo XC90 T8 TWIN ENGINE AWD Excellence

 Price 1억3780만 원
Engine 1969cc I4 가솔린 슈퍼+터보차저&전기모터, 400마력, 65.3kg·m
Transmission 8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5.6초, 230km/h, 10.7km/ℓ, CO₂ 64g/km
Weight 2355kg

BMW X5 M50d | 온로드의 왕좌를 사수하라

여기는 왠지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곳 같은데…

여기는 왠지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곳 같은데…

2013년 3세대로 진화한 BMW X5는 어느덧 세대교체를 앞두고 있는 완숙한 모델. 다른 SUV와 달리 스포츠 액티비티 비히클이라는 개념을 세우며 1999년 처음 등장한 뒤로, BMW가 만들면 SUV도 날카로운 성능을 뽐낸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부었다.

다른 SUV가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 4륜구동 기술을 품었던 반면, BMW는 X5의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4륜구동 시스템 x드라이브를 이식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재미있는 운전을 위해 스포츠 주행 성능을 강조한 BMW의 본질은 후륜구동 방식. X5 역시 후륜구동에 가까운 감각을 전하기 위해 앞뒤 38:62의 비율로 구동력을 나눴다. 똑똑한 x드라이브는 주행 속도 및 바퀴 회전 속도, 스티어링 휠 각도와 가속 페달의 위치를 파악하고 노면 접지력에 따라 앞뒤 차축 한쪽으로 0.1초 만에 힘을 100%까지 보내며 오버스티어나 언더스티어 없이 코너를 쏜살같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 추가적인 디퍼렌셜과 이를 연결하는 장비가 필요한 기계식 4WD 시스템과 달리, 컴퓨터로 제어하는 x드라이브는 구조적으로 간단하고 가벼워 연료 효율성 측면에서도 우수했다.

오프로드에서 쓸 만한 기능이 뭐가 있더라?

오프로드에서 쓸 만한 기능이 뭐가 있더라?

x드라이브와 함께 어울리는 다이내믹 퍼포먼스 컨트롤은 좌우 뒷바퀴에 보내는 힘을 0~100% 조절하고, 차체 자세 제어 장치는 접지력을 잃은 바퀴에 보내던 동력을 끊고 제동을 걸어 다른 바퀴로 남은 힘을 보낸다. X5에 들어가는 또 다른 기술은 다이내믹 드라이브. 코너를 돌아나갈 때 발생하는 차체의 롤을 파악해 파워 스티어링 모터로 앞뒤 스태빌라이저 바를 비틀어, 차체가 기우는 걸 막고 안정적인 코너링을 뒷받침하는 기술이다.

이처럼 다양한 기술을 받아들인 X5는 그야말로 오늘 모인 SUV 중 온로드의 제왕이라고 해도 좋았다. 후륜구동 모델에 가까운 움직임, 어떤 상황에서든 최대한의 힘을 도로에 뿌리며 박차고 달리기 위해 끊임없이 계산하고 지휘하는 차체 통합 관리 시스템, 단단하지만 탄성 좋은 서스펜션,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날카로운 핸들링 성능. 겉보기엔 키 높고 덩치 큰 SUV였지만, 날래고 정확한 움직임은 스포츠 주행 성능을 기본으로 앞세운 BMW의 다른 모델과 다르지 않았다. 스포츠 주행 모드에서는 질주하는 코뿔소처럼 맹렬히 달렸다. 무엇보다 381마력과 75.5kg·m의 폭발적인 힘을 내뿜는 직렬 6기통 트리플 터보 디젤 엔진 앞에서, 다른 SUV는 적수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프로드에 들어서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접지력이 살아 있는 메마른 흙바닥에서는 노면을 놓치지 않고 잽싸게 달렸지만, XC90 T8과 마찬가지로 무른 땅에 들어서면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중앙관제센터가 이런 상황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듯, 올바른 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허둥댄다고나 할까? 온로드에서의 탄탄한 주행 성능을 위해 낮게 내려앉은 차체는 오프로드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음, 이래서야 모니터에 차체 기울기와 조향 각도 등을 보여주는 x드라이브 상태가 나온다고 한들 별로 의미가 없잖아? 여전히 BMW에는 굽이진 산악 도로나 서킷을 달리는 모습이 제일 잘 어울렸다.

Onroad★★★★★ Offroad★★★ Dynamics★★★★

Key Tech Intelligent xDrive

날 도대체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날 도대체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후륜구동 감각을 일깨우는 다이내믹 퍼포먼스 컨트롤

후륜구동 감각을 일깨우는 다이내믹 퍼포먼스 컨트롤

거의 모든 BMW 모델에 들어가고 있는 4륜구동 기술 x드라이브는, 1985년 BMW를 대표하는 스포츠 세단 3시리즈에 가장 먼저 들어갔다. 그 이유는 당연히 더 날카로운 핸들링 성능과 역동성을 위해서. 최신 x드라이브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에서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으로 진화했고, 6세대 7시리즈에서는 뒷바퀴 조향 기술까지 섭렵했다.

BMW X5 M50d

Price 1억4020만 원
Engine 2993cc I6 트리플 터보 디젤, 381마력@4000~4400rpm, 75.5kg·m@2000~3000rpm
Transmission 8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5.3초, 250km/h, 9.5km/ℓ, CO₂ 212g/km
Weight 2190kg

Audi Q7 35TDI quattro | 그들이 진보를 이루는 방식

아우디를 상징하는 문장을 하나로 꼽자면 누구나 떠올릴 것이다.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그들의 슬로건 말이다. 이 말은 아우디 브랜드를 관통하는 표현이자, 10년 만에 2세대로 진화한 Q7을 가장 함축적이고 극적으로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아우디의 기계식 4륜구동 시스템 콰트로는, 브랜드 역사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독보적인 기술이다. 폭스바겐을 위한 4WD 군용 오프로더에서 시작한 콰트로는, 아우디가 1980년에 선보인 아우디 80 콰트로를 통해 양산차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콰트로 시스템을 적용한 아우디는 모터스포츠에까지 세력을 확장하며 랠리에서 5시즌 동안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고, 혁신적인 고성능 4륜구동 시스템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갔다. 아우디가 콰트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에어 서스펜션을 넣으면 리프트/오프로드 모드로 진화한다

에어 서스펜션을 넣으면 리프트/오프로드 모드로 진화한다

다른 메이커가 전자 제어 4륜구동 기술을 개발해온 것과 달리, 아우디는 디퍼렌셜을 활용한 기계식 4륜구동 방식을 고집하며 꾸준히 개선했다. 앞뒤 구동력을 나누는 센터 디퍼렌셜은 크라운 기어와 자가 잠금식 구조로 진화했고, 날카로운 코너링 성능을 추구하는 스포츠 모델을 위해 뒷바퀴 사이에서 힘을 나누는 리어 디퍼렌셜 또한 액티브 스포츠 디퍼렌셜로 발전을 거듭했다. 그리고 이제는 필요한 바퀴에 알맞은 힘을 보내 주행 성능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콰트로 울트라’가 미래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Q7이 2세대로 진화하는 동안 Q7에 들어간 콰트로 시스템도 함께 진화했다. 프런트 액슬 디퍼렌셜과 센터 디퍼렌셜의 디자인을 통합해 전체 크기를 줄이는 동시에 무게도 덩달아 줄였고, 리어 액슬 디퍼렌셜 역시 크기와 무게를 줄이며 전체적인 경량화에 기여했다. 평소엔 앞뒤 40:60의 비율로 힘을 나누는 자가 잠금식 센터 디퍼렌셜은 주행 상황과 네 바퀴의 접지력에 따라 눈 깜짝할 새 없이 빠른 속도로 앞바퀴 한쪽에 최대 70%, 뒷바퀴 한쪽에 최대 85%의 구동력을 보낸다. 디퍼렌셜을 비롯한 구동 계통 외에도 앞뒤 차축에서 각각 27, 40kg씩 무게를 덜어내는 등 차체 구석구석에서 군살을 빼며 총 325kg까지 감량한 효과는, 일상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물론이고 오프로드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볍고 탄탄한 섀시는 주행 성능을 산뜻하고 훌륭하게 지원했다. 저속에서는 앞바퀴와 반대로,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뒷바퀴를 조향하는 4륜 조향 기술은 대부분 주행 상황에서 안정성을 높였다. 구형보다 크기를 줄였지만 여전히 커다란 덩치가 날랜 제비처럼 달리고 코너를 돌아나갔다. X5만큼 예리한 감각이 아니라, 모든 상황을 계산해 냉철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고급스럽고 균형 잡힌 인테리어의 콕핏 안에서, 최신 기술을 마음껏 이용하며 차에 명령을 내리는 과정과 묘하게 어울렸다. 거친 황야를 질주할 때도 앞뒤 좌우로 끊임없이 힘을 나누며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 모습이 완벽을 추구하는 아우디다웠다.

접지력을 회복하기 어려운 모래밭에서 빠져나오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는 XC90과 X5 곁으로 호기롭게 다가간 Q7. 품위 있게 나오고 싶었지만, 바퀴는 점점 모래 속으로 빠져들었다. 35TDI 사양의 시승차는 에어 서스펜션이 없기에 리프트/오프로드 모드로 돌려 차체를 들어 올릴 수도 없었다. 그저 배를 깔고 엎드린 채 애먼 모래만 열심히 파낼 뿐이었다. 이건 제아무리 레인지로버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된다고 생각하며 좌절하고 있을 때, 레인지로버와 랭글러가 유유히 빠져나간다.

Onroad★★★★ Offroad★★★★ Dynamics★★★

Key Tech Technically Quattro

자가 잠금식 센터 디퍼렌셜

자가 잠금식 센터 디퍼렌셜

아우디 콰트로는 항상 네 바퀴에 힘을 보내지만 모델의 파워트레인 구조와 성향에 따라 콰트로 시스템도 달라진다. 지금의 Q7은 평소 앞뒤에 40:60 비율로 힘을 보내다가 필요할 때 센터 디퍼렌셜을 잠그며 다른 한쪽으로 힘을 몰아준다. 후륜구동 중심의 세로 배치 엔진 방식은 대개 이런 토센 방식을 쓰지만, TT처럼 차체가 작은 전륜구동 모델들은 할덱스 방식을 사용한다.

Audi Q7 35TDI quattro

Price 9580만 원
Engine 2967cc V6 터보 디젤, 218마력@3250~4750rpm, 51.0kg·m@1250~3000rpm
Transmission 8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7.1초, 216km/h, 11.9km/ℓ, CO₂ 168g/km
Weight 2224kg

 Land Rover Range Rover SDV8 | 여전히 막강한 럭셔리 오프로더

레인지로버가 집으로 가기 위해 평소 다니는 길

레인지로버가 집으로 가기 위해 평소 다니는 길

레인지로버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궁극의 럭셔리 SUV. 다만 최근에는 벤틀리 벤테이가를 비롯해 롤스로이스도 컬리넌이라는 럭셔리 SUV를 출시하려고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기에, 지금의 입지를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최근에 등장한 람보르기니 우루스처럼, 페라리와 애스턴 마틴 역시 슈퍼카의 성능을 담은 SUV를 곧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들이 레인지로버만큼 강력하고 완성도 높은 오프로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오프로드 기능 버튼이 너무 많다고? 오토 모드만 눌러도 웬만한 길은 간다

오프로드 기능 버튼이 너무 많다고? 오토 모드만 눌러도 웬만한 길은 간다

4세대로 진화한 레인지로버는 디자인과 화려함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확실한 업그레이드를 거쳤다. 100% 알루미늄 모노코크 차체와 어우러진 알루미늄 서스펜션과 에어 스프링 조합은, ‘진짜 SUV라면 당연히 프레임 보디’라며 주장하던 마니아들의 온몸을 흐물흐물하게 녹여버릴 만큼 부드럽고 아늑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특히 에어 서스펜션을 오프로드 설정으로 바꾸면 80km/h에서도 40mm 높아진 차체를 유지할 수 있어, 장거리 오프로드 코스를 마음놓고 달릴 수 있다.

레인지로버가 온·오프로드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표적인 무기는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2. 풀/자갈/눈, 진흙/바퀴 자국, 모래, 암벽등반, 일반 모드 등 다섯 가지 주행 상황에 따라 차체가 받아들이는 정보를 분석해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 2개의 디퍼렌셜을 조작해 언제든 운전이 편안하도록 도와주기에 우리는 마음 편히 컨트롤러만 돌리면 그만이다. 레인지로버의 똑똑한 4WD 시스템은 센터 디퍼렌셜과 리어 디퍼렌셜로 이뤄진 구조. 전자식 다판 클러치를 통해 힘을 적재적소에 보내고, 저속 모드에서는 2.93:1 기어비로 전환해 최대 3500kg의 견인력을 뿜어낸다.

레인지로버는 온로드에서도 매력적인 요소를 갖췄다. 거대한 차체가 코너를 돌아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면 자세가 쉽게 무너지리라 생각할 테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초당 500회 이상 감지해 차체 흔들림이 줄어들도록 댐퍼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기술 덕분에 생각보다 기울어짐이 덜하다. 이와 함께 앞뒤 차축을 따로 조절해 접지력을 유지하고 주행 안정성을 높여주는 다이내믹 리스폰스 시스템도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다.

온로드에서 넉넉하고 편안한 성능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지만, 레인지로버의 진짜 매력적인 모습은 모래와 자갈, 진흙과 바위가 난무하는 오프로드에서 나타난다. 모래사장에서 허우적거리는 볼보와 BMW, 아우디를 무심하게 바라보고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컨트롤러를 돌렸다. 센터패시아 터치스크린에 바퀴마다 힘이 어떻게 나뉘며 디퍼렌셜이 어떻게 반응하고 서스펜션의 현재 높이는 어느 정도인지 온갖 정보를 보여주는 화면이 나타났다.

주변에 장애물이 없는지 살펴본 뒤 가속 페달을 가볍게 지그시 밟자, 거대한 덩치가 움찔움찔하더니 아무 일 없다는 듯 부드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다시 스크린을 보자 센터 디퍼렌셜과 리어 디퍼렌셜이 계속해서 풀렸다 잠기길 반복하며 최적의 바퀴에 최적의 힘을 보내느라 분주한 상황. 하지만 겉에서 보기엔 너무나 편하게 모래사장을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렇다, 이게 바로 레인지로버다.

험준한 바위로 가득한 곳을 지나거나 가파르게 경사진 언덕을 타고 올라도, 두려울 게 없다. 지형 반응 시스템이 알아서 에어 서스펜션을 높이거나 낮추고(그래도 불안하면 직접 높이 조절 버튼을 눌러 한껏 올려라!), 주변 지형을 감지해 커다란 덩치가 최소한으로 흔들리도록 붙잡아준다. 우리는 그저 조종석에 올라 굽이진 길을 내려다보며 나아갈 길만 천천히 지나면 되는 것이다.

Onroad★★★★ Offroad★★★★★ Dynamics★★★

Key Tech Ultimate Terrain Response

수영을 즐기는 럭셔리 SUV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수영을 즐기는 럭셔리 SUV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레인지로버가 품은 오프로드 전용 장비를 나열하자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주변 상황에 맞게 주행 모드 다이얼을 돌리면 엔진과 변속기, 디퍼렌셜과 서스펜션 등 모든 부분을 유기적으로 조절해 어느 길이든 돌파한다. 2~30km/h의 저속 구간에서 크루즈 컨트롤처럼 작동하는 전 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도 접지력 부족한 오프로드에서 유용한 장비. 최대 900mm 깊이의 물길도 건널 수 있는 레인지로버 앞에 불가능은 없다.

Land Rover Range Rover SDV8

 Price 1억8340만 원
Engine 4367cc V8 터보 디젤, 339마력@3500rpm, 75.5kg·m@1750~2250rpm
Transmission 8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6.9초, 218km/h, 8.0km/ℓ, CO₂ 248g/km
Weight 2650kg

Jeep Wrangler Rubicon | 두려울 게 없는 아메리칸 터프 가이

온로드에서 랭글러를 놀려대던 볼보와 BMW

레인지로버가 궁극의 럭셔리 오프로더라면, 랭글러 루비콘은 그야말로 전장을 향해 거침없이 전진하는 열혈 터프 가이 같은 존재. 비록 레인지로버가 엄청난 성능과 다양한 기술을 두르고 험준한 길을 돌파할 수 있다고 해도, 운전하는 당신은 정말 아무런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지나갈 수 있을까? 가격이 1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알루미늄 섀시의 차를 가지고? 나 같으면 매끈한 아스팔트 도로만 달리며 1년에 한 번쯤 스키장을 찾을 때나 비포장도로를 밟을 것이다. 하지만 랭글러 루비콘과 함께라면 다르다. 랭글러는 지프의 오랜 아이콘. 지프의 초기 모델에서부터 가졌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결코 디자인만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다. 전장을 거침없이 누볐던 군용 오프로더의 막강한 성능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발전을 거듭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랭글러가 여전히 오프로드의 강자로 불리는 이유는 손에 꼽을 만큼 뚜렷하다. 2H와 4H, 4L 주행 모드로 나뉜 록-트랙 4륜구동 시스템과 앞뒤 차축에 달린 트루-록 디퍼렌셜, 전자식 스웨이 바 분리 장치, 한층 강력한 힘을 전해주는 앞 차축의 다나 44 헤비듀티 액슬 등이 바로 그것. 하지만 이런 장비는 온로드 주행에 전혀 필요 없고 무게만 불게 만들어 연료 효율성을 떨어트린다. 오프로드에선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하지만, 아스팔트 위에서 마찰저항이 큰 랭글러 전용 오프로드 타이어와 고속에서 높은 rpm을 유지하는 5단 자동변속기 탓에 아늑한 온로드 주행 환경은 랭글러에 꿈도 꿀 수 없는 이야기다. 예리한 코너링과 땅에 붙은 듯 착 가라앉는 주행 안정성? 여기서 꺼낼 얘기는 아니다.

온로드에서는 그야말로 덜덜거리고 불편한 트럭이나 다름없었지만, 오프로드에 들어선 뒤 뒷바퀴로만 달리는 온로드 전용 2H 모드에서 4H 모드로 바꿨다. 앞뒤 50:50 비율로 구동력을 정확히 나누는 터라, 이것만으로도 웬만한 모래나 진흙쯤은 우습게 지났다. 구동 계통에 부하가 크게 걸려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4H 모드는 이런 오프로드나 눈 쌓인 길을 88.5km/h 미만의 속도로 지날 때만 써야 한다. 이제 레인지로버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바위를 하나둘 정복할 차례다.

4L 모드로 바꾼 뒤 앞뒤 디퍼렌셜을 모두 잠그면 바퀴마다 25%씩 똑같은 힘이 나뉜다. 무려 4:1에 달하는 저속 기어비로 전환하고 앞바퀴 서스펜션 스트로크를 늘려주는 스웨이 바 분리 기능도 사용하면, 드디어 무적의 오프로더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 뒤의 일은 안 봐도 뻔한 상황. 막강한 힘과 73.3:1의 강력한 크롤비를 이용해 바위는 물론 어떤 장애물이든 쉽게 타고 넘는 랭글러의 거침없는 발놀림에 이날 동행한 SUV들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넌 그렇게 허구한 날 바위나 타라는 듯 바위산을 엉금엉금 기어오르는 랭글러 루비콘만 두고 하나둘 자리에서 사라진다.

랭글러 루비콘이 마니아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숨어 있다. 함께 모인 SUV 중 그 어느 모델보다 저렴한 차값은 바위에 긁혀도 대수롭지 않게 넘겨도 좋을 만큼 부담스럽지 않고, 무엇보다 엄청난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튼튼한 차체를 바탕 삼아 오프로드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이들이 많다. 요즘처럼 도심형 크로스오버가 흔해빠진 대신 무겁지만 견고한 강철 프레임 보디 기반의 SUV가 희귀한 이때, SUV의 본질에 가까운 랭글러 루비콘의 가치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Onroad Offroad★★★★★ Dynamics★★★

Key Tech New Wrangler, New 4WD

신형 랭글러는 전자식 4WD 시스템을 품었다!

신형 랭글러는 전자식 4WD 시스템을 품었다!

2017 LA 오토쇼에서 공개된 신형 랭글러는 디자인적으로 큰 변화가 없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깜짝 놀랄 만하다. 새로운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3.0ℓ 디젤 엔진을 8단 자동변속기와 어울렸고, 새로운 전자식 4WD 시스템인 셀렉-트랙을 품었다. 차체 곳곳에 알루미늄을 사용한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변화.

Jeep Wrangler Rubicon

 Price 4840만 원 
Engine 3604cc V6 가솔린, 284마력@6350rpm, 35.4kg·m@4300rpm
Transmission 5단 자동, 4WD
Performance 0→100 N/A, N/A, 6.5km/ℓ, CO₂ 268g/km
Weight 2075kg

이세환 | 사진 최대일, 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