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편히 이야기를 나눠 볼까, 애플 가로수길

오는 토요일이죠. 1월 27일 오전 10시, 드디어 서울에서 애플스토어가 문을 엽니다. 전 세계 500번째, 그리고 우리나라 첫 번째 애플스토어입니다. 정식 이름은 애플 가로수길(Apple Garosugil). 많은 인파가 몰려들겠죠. 당분간 발도 들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언제 가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미리 둘러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만사 제치고 달려갔습니다.

위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12길 46. 가로수길 한복판입니다. 대중교통이 좀 애매하지만 주차 공간 생각하면 차를 갖고 가는 것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저는 3호선 신사역에서 내려 8번 출구로 나와 걸었습니다. 오랜만에 가로수길 나들이네요. 참 많이도 변했습니다. 지금도 변해가고 있고요. 라인 스토어를 지나 조금 더 걸으니 애플 가로수길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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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길 반대편에 서서 바라보았습니다. 어느새 바리케이드를 걷었군요. 역시 기대한 것처럼 전면은 통유리입니다. 7.6m 높이라네요. 물론 한가운데에는 애플 로고가 빛을 내고 있고요. 애플은 가로수길의 넘치는 에너지에 큰 인상을 받아 터를 마련했다고 설명합니다. 가로수길 상권이 많이 죽은 줄 알았는데 아직 살아있나 보네요. 하긴 애플 가로수길이 들어 왔으니 한동안은 북적북적하겠네요.

정면 유리 너머로 네 그루의 고무나무가 보입니다. 일정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것이 마치 가로수를 연상케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가로수길에 있는 가로수처럼 가로수를 세운 것이라네요. 이를 통해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스토어 내부로 안내하는 거라고. 지금은 계절이 계절인지라 외부에 마른 나뭇가지와 달리 초록 잎이 달려 있어 뚜렷한 대비를 이루긴 하지만 어쨌든 그런 의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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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디자인 철학이 남다른 애플입니다. 이런 세심한 곳까지 특정한 의도를 숨겨 놓다니. 물론 이런 가로수가 없어도 애플 로고가 충분히 사람들을 끌어들이겠죠. 오히려 인증샷을 찍는 이들에게 애플 로고를 가리는 저 나무가 방해될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생각 없는 디자인보다는 확고한 디자인 철학이 베어 있는 인테리어라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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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널찍한 내부 공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천정도 굉장히 높습니다. 2층까지 올려도 될 정도인데 단층으로 만들었군요. 덕분에 시원한 느낌입니다. 그랜드홀을 표방한 내부는 국내산 참나무로 만든 테이블과 자연석을 이용한 벽면으로 꾸몄습니다. 편안함을 주기 위해 따뜻한 느낌을 주는 재료를 많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내부를 둘러 보는 내내 은은한 향기도 느껴졌습니다. 과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안정을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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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 펼쳐진 테이블에는 110여 대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맥, 맥북이 있습니다. 가장 앞에 있는 건 아이폰입니다. 최근에 선보인 아이폰8과 8플러스, X이 있고 7 시리즈와 SE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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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는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 아이패드 프로가 있습니다. 애플 키보드와 애플펜슬을 매치한 것도 있습니다. 원하는 조합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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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는 테이블 안에 진열했습니다. 투명한 유리로 막혀 있긴 하지만 원하면 꺼내서 착용할 수 있습니다. 밴드도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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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 시리즈와 맥 프로, 아이맥도 직접 만질 수 있습니다. 맥 프로는 LG전자 5k 디스플레이에 연결해 두었더군요. 애플 가로수길 테이블에 깔려 있는 제품 중 애플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만든 건 LG전자 5k 디스플레이와 벨킨 무선 충전기 부스트업뿐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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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발표한 아이맥 프로도 보입니다. 아이맥 최초의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는 정말 눈을 뗄 수 없더군요. 키보드는 특수키에 아이콘을 배치해 한결 깔끔합니다. 조만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같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저도 현기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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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충전기를 올려놓은 테이블도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AR, 로봇 프로그램 같은 기능에 대해 시연하기도 합니다. 물론 지니어스나 테크 스페셜리스트와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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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개인 맞춤형 가이드도 받을 수 있습니다. 애플 가로수길은 ‘지니어스 바’를 따로 구성하지 않았습니다. 제품 디스플레이 공간과 지니어스 바를 구분하지 않았거든요. 그냥 둘러 보고 있으면 애플 로고가 박힌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밝게 웃으면서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편하게 대화하고 궁금한 걸 물어보면 됩니다.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았으니 궁금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죠. 전원 버튼 어디 있냐는 간단한 것부터 A11 바이오닉 칩처럼 기술 관련된 심도 있는 설명도 가능하죠. 애플 가로수길에는 총 140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15개 언어를 구사하고 해외 애플스토어에서 근무한 사람도 있다더군요. 분명히 말하지만 구입을 강요하거나 눈치를 주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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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품을 구입하고 싶으면 이들에게 말하면 됩니다. 구입한 후에는 지니어스를 통해 신규 앱을 소개받고 자신의 용도에 맞게 무료 개인 설정 서비스도 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무이자 할부도 있고 기존 아이폰이나 맥에 대한 보상판매도 한다네요. 오는 토요일부터는 신학기를 준비하는 대학생과 교육자를 위해 ‘백투스쿨’이라는 행사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애플 제품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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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는 모든 제품은 무선인터넷을 물려 놨습니다. 모든 기능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건 기본이고요.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케이블을 최소화했다는 것입니다. 아이폰 같은 경우 아예 충전 독을 달았고 아이패드나 맥, 맥북도 책상 위로 튀어나온 케이블을 최소화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입니다. 심지어 도난 방지를 위한 장치도 없습니다. 자유롭게 사용하라는 배려입니다. 단 위치 기반의 보안 장치를 해 놓았습니다. 애플 가로수길을 벗어나면 쓸 수 없도록 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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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 벽은 ‘애비뉴(Avenue)’라고 부릅니다. 쇼핑거리의 쇼윈도 디스플레이에서 영감을 받은 테마형 쇼핑 공간입니다. 애플 전용 서드파티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공간으로 꾸며 음악, 홈, 코딩 등 다양한 액세서리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있는 제품도 직접 써보고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단 드론은 목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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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안쪽에는 ‘포럼(Forum)’이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6k 비디오 월 앞에 여기저기 자유롭게 나열해 놓은 의자가 있습니다. 이곳에선 매일 진행하는 ‘Today at Apple’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배움과 영감의 중심이 되는 곳이죠. 조도, 구도 등 사진 테크닉을 비롯해 스위프트 기반의 코딩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과 개인 작업을 가져와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거나 다른 이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아이들을 위한 애플 캠프, 필드 트립 같은 프로그램도 있고요.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크리에이티브 프로(Creative Pro)가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크리에이티브 프로는 사진이나 음악, 예술, 디자인, 코딩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죠. 애플스토어 앱을 통해 사전 신청만 하면 무료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신청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미 개설된 프로그램은 모두 만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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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k 비디오 월 뒤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이더군요. 여기도 깔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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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는 ‘보드룸(Boardroom)’이 있습니다. 이곳은 비즈니스를 위한 공간입니다. 현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조언과 교육을 하는 곳이죠. 외부와 단절된 조용한 분위기에 편안한 테이블과 소파에 앉아 이야기할 수 있게 했습니다. 여기서도 애플의 모든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도 있습니다. 단 보드룸은 사전 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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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애플 가로수길을 ‘누구든지 편하게 서로를 연결하고 배우고 창조할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합니다. 미리 둘러본 그곳은 그런 의도를 잘 반영했습니다. 눈에 드러나는 곳부터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말이죠.

하나 더. 개인적으로 애플 가로수길을 둘러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판매나 체험, 홍보가 목적이었다면 이만한 공간과 140명이나 되는 직원이 필요했을까요? 사실 500번 째건 첫 번째건, 아이폰 개통이 되건 안되건 일단은 애플 제품을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맘 편히 써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시콜콜한 궁금증까지 시원하게 해결하고 나에게 맞는 활용법까지 알려주는 곳이 생겼다는 게 우리에게는 더 큰 의미일 것입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 말입니다.

시간이 날 때 아니 짬을 내서 꼭 한 번 방문해보길 바랍니다. 애플 제품 사용자는 물론이고 안드로이드 사용자도 가 보면 좋을 듯합니다. 아, 애플 제품을 싫어하는 분들도 가보길 추천합니다. 매장에 들어가서 지니어스와 맘 편히 이야기 나누길 바랍니다. 아마 당분간은 발 디딜 틈 없이 미어터지겠지만 그래도.

애플에 대해
마음 편히 이야기 나누는 공간

한만혁

일상에 일상을 더해 이상을 이루는, 지극히 차가운 현실주의자. 제품을 보는 관점 역시.
mh@gearba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