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만나본 폭스바겐 티구안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생사조차 알 수 없었던 티구안. 험난한 대한민국 시장을 상대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2년 전 일이다. 폭스바겐 신형 티구안을 시승하기 위해 독일 베를린으로 떠났다. 나는 새로운 티구안을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기쁨에 잠시 설렜다. 게다가 한국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티구안의 2세대 모델이 몹시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정은 생각만큼 여유롭지 않았다. 나는 티구안을 만나기 위해 바쁘게 이동해야 했고 시차 적응을 하느라 피로가 몰려왔다. 일정에 비하면 티구안을 살펴보고 시승한 시간은 아주 짧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어쨌든 새로운 티구안을 가장 먼저 만났으며, 아우토반 위에서 티구안의 매력을 잠시나마 누렸으니까.

시승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사건이 터졌다. 바로,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디젤게이트’였다. 한국에서도 폭스바겐은 직격탄을 맞았다. 티구안을 비롯해 폭스바겐의 모든 라인업이 판매를 중단했고 신형 티구안의 출시 소식은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그래도 다행이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재기를 꿈꾼다. 최근 ‘뉴 비기닝(New Beginning)’이라는 프로젝트처럼, 그들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 꿈틀거리고 있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좋은 차와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성난 소비자를 달래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적어도 신형 티구안이 ‘좋은 차’의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는 점이다.

티구안의 최초 데뷔 시점은 2007년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콤팩트 SUV 시장을 선도하는 리더가 됐다. 성공 가도는 마치 골프처럼 화려했다. 전 세계적으로 264만 대를 판매하며 독보적인 판매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마침내 2015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2세대 티구안을 선보였다. 신형 티구안은 첫인상부터 성공의 기운이 감돌았다. 절제된 실루엣을 바탕으로 잘생긴 얼굴이 머릿속에 각인됐다.

폭스바겐의 패밀리 룩은 적응하느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 언제나 대중적인 취향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설득력을 호소한다. 새로운 티구안 역시 익숙한 이목구비와 웅장한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날렵한 디자인이 조화를 이뤘다. 단, 구형에 비교하면 변화의 폭은 크다. 동글동글한 5세대 골프가 날렵한 7세대로 진화했듯이 티구안의 외관은 남성적이고 날카로우며 실로 변화무쌍하다.

살집도 늘어나고 키도 크지만 골프의 친형제임이 틀림없다

살집도 늘어나고 키도 크지만 골프의 친형제임이 틀림없다

모든 신차가 그렇듯이 티구안은 덩치를 더 키웠다. 길이는 구형보다 60mm 늘어난 4486mm, 너비는 30mm를 늘여 1839mm가 되었고, 휠베이스는 77mm를 늘여 2681mm에 달한다. 유일하게 줄어든 수치는 높이다. 신형 티구안은 구형보다 33mm를 낮춰 더 날렵한 비율을 챙겼다. 자신감 넘치는 앞모습은 헤드램프의 공이 크다. 새로운 LED 프로젝션 헤드램프는 진지한 표정과 강인한 눈빛을 동시에 지녔다. 시선을 옆으로 옮기면 간결한 실루엣이 수평선을 이룬다. 한층 높아진 사이드 캐릭터 라인과 벨트 라인이 안정감을 이루며, 도드라진 휠 아치와 다부진 숄더 라인이 역동적인 몸매를 강조한다.

정갈한 인테리어는 터치스크린과 LCD 계기반을 품는다

정갈한 인테리어는 터치스크린과 LCD 계기반을 품는다

뒷좌석은 한결 넓어져 유용하다

뒷좌석은 한결 넓어져 유용하다

드디어 운전석에 엉덩이를 올렸다. 차에 오르기 전에 폭스바겐 관계자는 ‘모던한 인테리어’를 힘주어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모던함보다 간결함에 가깝다. 즉, 모던(Modern)이 응당 갖춰야 할 현대적인 감성과 첨단을 달리는 응접실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간결한 인테리어 구조는 다분히 기능적이며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인포테인먼트와 신기술을 두루 담고 있다.

4모션 액티브 컨트롤을 탑재한 티구안에 이 정도 언덕은 식은 죽 먹기

4모션 액티브 컨트롤을 탑재한 티구안에 이 정도 언덕은 식은 죽 먹기

나는 티구안과 함께 공항을 출발해 도심을 파고들었다. 탁 트인 시야와 쾌적한 시트 환경이 나를 반기며 이국적인 도로 위를 미끄러져 나갔다. 시승차는 150마력짜리 2.0 TDI 모델에 DSG를 달았고 4모션과 ACC(Adaptive Cruise Control)를 갖춘 하이-라인 트림이었다. 나는 시승차와 궁합이 좋았다. 2.0 TDI 라인업은 분명 한국 시장에서 볼륨 모델로 활약할 것이다. 그리고 수동 기어 대신 달린 7단 DSG 역시 다분히 한국 소비자 취향이다.

150마력을 발휘하는 2.0 TDI 엔진이면 충분하다. 더 이상 매연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150마력을 발휘하는 2.0 TDI 엔진이면 충분하다. 더 이상 매연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밖에서 덜덜거리던 엔진 소리는 운전석에 오르자 잦아들었고 대신 낯선 팝송이 흥을 돋운다. 티구안은 출발부터 경쾌했다. 가속 페달을 가볍게 밟아도 속도계는 쑥쑥 오른다. DSG는 더 부드러워졌다. 바쁜 태코미터 바늘과 달리 실내는 평온하기만 하다. 모든 게 쾌적했다. 풍부한 토크, 잘게 나뉜 기어비, 물 흐르듯 유연한 변속을 이어가며 한가로운 원형 교차로를 돌아 나올 때 세련된 거동으로 응답했다. 추월이 필요할 때면 패들 시프트를 당기면 그만이다. 엔진은 빠르게 회전수를 올렸고, 활기찬 가속은 골프처럼 쾌활했다. 드라마를 원한다면 240마력 트윈 터보 디젤 엔진이면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폭스바겐다우며 티구안에 어울리는 출력은 딱 150마력이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과 뒤 4링크 구성이다. 골프와 공유하는 MQB 플랫폼은 뛰어난 강성 확보와 경량화가 이뤄졌다. 그 결과 티구안의 무게는 구형 대비 50kg 줄었다. 덕분에 핸들링은 골프를 닮았고 승차감은 골프보다 한 수 위다. 울퉁불퉁한 노면을 밟으면 승차감 차이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스티어링 휠은 정직하게 반응하되 반응이 빠르지 않다. 골프와 닮았지만 티구안은 패밀리카의 수준을 넘어서지 않았다.

시승 여정의 마지막은 오프로드 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파른 경사로와 좌우 높이가 다른 범피 코스를 비롯해 날카로운 돌무덤까지. 그야말로 폭스바겐이 준비한 티구안의 놀이터였다. 신형 티구안은 천연덕스럽게 경사로를 치고 올랐다. 분명 믿는 구석이 있었다. 비결은 바로 ‘4모션 액티브 컨트롤’이다. 이 기능은 폭스바겐의 4륜구동 기술인 4모션을 더욱 터프하고 유용하게 조율하는 마법의 아이템이다. 로터리 스위치를 돌리면 온로드, 스노, 오프로드, 오프로드 인디비주얼 모드를 제공한다. 게다가 4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주변을 360°로 보여주는 에어리어 뷰(Area View)까지 활용하면 운전자의 노고는 반의반으로 준다. 나는 화면을 보면서 스티어링 휠을 돌리고 가속 페달을 살살 달래며 오프로드 코스를 마음껏 누볐다. 티구안은 마치 랜드로버처럼 돌무덤을 오르내렸고 거친 험로는 어느덧 개구쟁이의 놀이터로 변했다.

‘티구안을 언제 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폭스바겐 코리아가 곤혹을 치를 때, 나는 티구안의 데뷔 여부가 가장 궁금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고서야 희망적인 움직임이 포착됐다. 물론 아직 정확한 시기와 라인업 구성조차 알 수 없다. 게다가 내 주위의 폭스바겐 오너는 여전히 마음에 뿔이 난 상태다. 하지만 나는 눈여겨볼 것이다. 적어도 내가 시승한 티구안은 베스트셀러로서 자격이 충분하니까.


Volkswagen Tiguan 2.0 TDI 4Motion

Price 미정
Engine 1968cc I4 터보 디젤, 150마력 @3500~4000rpm, 34.6kg·m @1750~3000rpm,
Transmission 7단 DSG, AWD
Performance 0→100 9.3초, n/A, n/A, CO₂ 155g/km
Weight 1647kg

김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