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선 가족 영화 5

민족 최대 명절, 설날은 흥미롭게도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의미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하늘에서 용돈에 뚝 떨어지는 ‘세뱃돈 데이’이기도 하고 그로 인해 또 누군가는 지갑이 가벼워지는 날. 또한 입시, 취업, 결혼 등 사회가 제멋대로 만들어놓은 제도에 제때 응답하지 못한 자들의 소외된 하루이기도 하다.

이토록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명절, 모두가 공통으로 즐길 수 있는 건 바로 영화다. 여러 방송사에서 꾸미는 설 특선 영화만큼 시그니처 명절 이벤트가 또 있을까. 그래서 에디터도 준비한 가족 영화 다섯 편. 명절이 좋든 싫든 ‘나’를 버티게 하는 유일한 힘, 가족. 그 의미가 더욱 애틋해지는 영화로 준비했다.

마음 훈훈해지는 가족 영화 다섯 편


<그래, 가족>은 기존의 드라마 장르가 꾸준히 보여준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철저히 부정한다. 오히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가족 관계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현실 가족에 대한 공감을 이끈다. 영화 속에서는 가족이지만 연락처도 알지 못한다던가 성격, 능력, 라이프스타일 등 달라도 너무 다른 형제 사이를 캐릭터에 비춰 가족의 다양성을 드러낸다. 그렇지만 한 핏줄이라는 공통분모로 느닷없이 닥친 위기 상황을 코믹하게 풀어간다. 어쩔 수 없는 가족이란 울타리가 얼마나 끈끈한 시너지를 이끄는지 깨닫게 하는 영화.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한 여운을 준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바닷마을 다이어리>. 러닝 타임 내내 감독 특유의 따뜻하고 섬세한 감동이 느껴지는 장면들로 훈훈한 미소를 짓게 한다. 15년 전 가족을 버린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 죽음 뒤에 알게 된 이복 여동생 ‘스즈’.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그녀에게서 주인공 코우다 사치는 미워할 수 없는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결국 스즈와 함께 네 자매가 되어 살기로 결심하는 데. 아버지의 부재, 계모 사이에서도 씩씩하고 착하게 자란 이복 여동생 스즈와 서로의 아픔을 감싸고 위로하는 힐링 스토리. 지친 삶에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배우 박정민과 이병헌의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이끈 바 있는 <그것만이 내 세상>.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피아노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진태(박정민 분)와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 분)의 만남. 달라도 너무 다른 캐릭터 사이의 긴장감 덕에 영화가 더욱 흥미로울 수 있었다. 보호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진태와 그 상황을 이용해 캐나다로 떠날 목적이었던 조하. 그러나 이 둘이 이끌어가는 이야기가 관객으로 하여금 울고 웃게 한다. 살아온 곳도 잘하는 것도 모두 다른 두 형제가 만드는 가슴 따듯한 이야기. 충무로가 주목하는 배우 박정민과 믿고 보는 이병헌, 이 둘의 연기는 더할 나위 없다.


<코코>는 뮤지션이 되기 위해 죽은자들의 세상에 가게 된 주인공 미구엘과 그를 둘러싼 가족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다. 사후 세계에서 맞닥뜨린 미구엘 가족의 숨겨진 진실이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극장은 극도의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특히 영화를 보게 된다면 200% 공감하는 킬링 파트가 있는데, 사후 세계를 다녀온 미구엘이 고조 할머니 코코를 위해 부르는 노래, <리멤버 미>.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을 것. <코코>는 멋진 사운드와 다채로운 그래픽이 화려한, 결코 슬픈 영화가 아니다. 그러나 관객이 눈물 흘릴 수밖에 없었던 건 영화가 보여준 사랑의 형태가 개인의 삶에 비춰져 지극히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주인공 발렌틴에게 어느 날 듣도 보도 못한 아기가 생긴다. 생판 처음 보는 낯선 여인으로부터 갑작스럽게 넘겨받게 되는데 우여곡절 끝에 아이를 돌려주기 위해 국경을 넘어보기도 하지만, 여인의 종적이 묘연하다. <사랑해, 메기>는 졸지에 아빠가 된 발렌틴이 딸 매기를 키우며 성장하는 가족 영화다. 영화가 특히 인상 깊었던 이유는 하루 전만 해도 바람둥이, 플레이보이였던 주인공이 매기를 만나 삶의 전부를 아이에게 몰두한다는 점이다. 모든 걸 주어도 아깝지 않은 ‘진정한 슈퍼 대디’로 거듭나는 발렌틴, 영화를 흐뭇하게 하는 포인트가 된다.

최수련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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