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LS, 뻔한 럭셔리 말고 오모테나시

최고의 럭셔리를 다투는 기함 경쟁에 렉서스가 다시 한번 끼어들었다. 이번에는 뻔한 럭셔리가 아니라 손님에 대한 일본식 환대, 즉 ‘오모테나시’다

만약 당신이 우버 블랙을 예약했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를 상상하거나 BMW 7시리즈가 오길 기대할 것이다. 아우디 A8도 나쁘지 않다. 셋 다 멋지고 고급스러우며 뒷좌석에서 은밀하게 인스타그램을 하기 좋을 테니까. 그런데 만약 렉서스 LS가 왔다면? 당신은 기뻐할 것인가, 실망할 것인가?’

기자가 LS 시승차를 받았을 때도 딱 그랬다. 기쁨과 실망 사이에서 잠시 머뭇거리다 묵직한 키를 받았다. 그래도 예상외로 느낌이 좋았다. 기함이면 여지없이 럭셔리한 세단을 상상하지만, LS는 독일 프리미엄 기함과는 기운이 달랐다. 사실, 뻔한 럭셔리는 여러 기함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다. 우람한 풍채와 위엄 있는 얼굴, 여유로운 실루엣에 언제나 풍요로운 인테리어가 탑승객을 유혹한다. 하지만 LS는 조금 달랐다. 독일 출신이 앞다투어 과시하는 위엄과 품격 대신 실험적인 디자인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기함이 저렇게 자극적이어도 괜찮은 걸까?’ LS의 첫인상이 딱 그랬다.

기함의 비율은 대개 정해져 있다. 긴 휠베이스와 듬직한 숄더 라인, 강인하지만 여유를 잃지 않는 디자인이 주제가 된다. 하지만 렉서스는 과감하게 얼굴에 손을 댔다. 조금 더 진하게 그리고 더 섹시하게 말이다.

첫인상을 결정하는 얼굴은 강렬하다. 뚜렷한 눈매처럼 치켜 올라간 헤드램프와 넓게 그려진 스핀들 그릴은 마치 맹수의 얼굴처럼 표정이 사납다. 나는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에 늘 물음표를 남겼지만, 이번 LS를 보면서 그 물음표를 지워버리기로 했다. LS의 그릴은 어지럽게 엇갈린 선 사이에서 정교한 규칙을 선보였고, 입체적인 패턴에서 디자이너의 순수한 의도를 드러냈다. 시선을 옮기면 풍만한 볼륨감이 커다란 면적을 채운다. 마치 이두박근처럼 부풀어 오른 몸매가 휠 아치 위에서 풍만함을 과시한다. 그렇다고 스포츠카처럼 유난스럽지도 않다.

‘L-피네스’라는 디자인 철학 아래, 과감한 시도가 이어졌지만 과시욕을 툭 덜어낸 렉서스의 의도가 LS의 새로운 외모다. 차체는 이전과 달리 일반 모델과 롱 휠베이스 모델을 구분하지 않는다. 렉서스의 새로운 GA-L 플랫폼을 바탕으로 5235mm의 우월한 길이와 3125mm의 여유로운 휠베이스를 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플랫폼은 더욱 길어지고 넓어졌으며 높이는 낮아졌다. 즉, 렉서스의 공유 플랫폼이 지향하는 안정적인 비율을 그대로 품는다. 덕분에 LS는 3박스 세단에서 4도어 쿠페처럼 날렵해졌다. 더불어 커다란 차체를 아름답게 메우는 작업도 병행했다. 윈도와 범퍼 아래를 장식한 크롬 트림과 눈부시게 빛나는 20″ 알루미늄 휠은 LS의 품격을 한껏 끌어올린다.

렉서스의 감성은 인테리어에서 절정을 이룬다

묵직한 도어 핸들을 당기자 우아한 실내가 펼쳐진다. 마치 유명 디자이너와 건축가가 협업해 일궈낸 듯한 감각적인 라운지 공간. 그곳은 치밀하게 계산된 정교함, 속임수 없는 고급스러움이 돋보였다. 렉서스는 이를 ‘오모테나시’라 말한다. 즉, 정성껏 반긴다는 뜻으로 도어를 여는 순간 은은한 조명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조화로 탑승객을 맞이한다. 부드러운 시트는 기분 좋게 몸을 감싸 안는다. 하지만 더욱 탐나는 공간은 바로 뒷자리다. 맘 같아선 동료에게 운전을 맡기고, 길게 눕힌 오토만 시트에서 DVD를 보고 싶지만, 서둘러 시동 버튼을 누르고 미로 같은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와야 했다.

말끔한 엔진 커버 아래는 수많은 부품이 살아 숨 쉰다

시동 후에도 이어지는 침묵. LS의 또 다른 차별화다. 렉서스는 더 이상 V8, V12 배지를 고집하지 않는다. 대신 하이브리드 심장을 이식해 신선한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파워트레인은 3.5ℓ V6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 그리고 가상의 10단 트랜스미션 조합이다. 출력은 V8 엔진에 버금가는 359마력을 자랑하며 엔진과 모터의 협업으로 네 바퀴를 굴린다. LS는 이상적인 스펙처럼 여유롭게 도로를 박차고 달렸다. 잔잔한 호흡, 조용한 숨소리, 감쪽같은 변속이 이어지며 속도계는 빠르게 치솟는다. 이어지는 가속과 감속에서 수많은 부품이 복잡하게 작동했지만, 캐빈에서만큼은 아무런 이질감도 느낄 수 없는 침묵의 질주다. 터보 엔진 시대가 도래함으로써 V8의 특권이 흐릿한 시점, LS는 언제나 정숙하고 매끄러웠으며 때로는 화끈하게 응답했다.

스포츠 모드로 고정한 채,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가상의 배기 사운드를 즐기며 가속 페달을 비벼 밟았다. 그제야 변속기의 속임수가 탄로 난다. 사실, LS는 4단 자동변속기에 PSD(Power Split Device) 조합으로 가상의 10단 기어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톱니 기어 특유의 직결감은 사라진 채 계기반 속 기어 단수만 바쁘게 오르내렸다. 분명 성실한 직원 같은데,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LS를 몰면서 레이스를 펼치는 운전자는 없을 것이다. 만약 있다면 나 같은 자동차 전문 기자이거나, 호기심으로 레버를 돌린 발레 파킹 직원뿐일 것이다. 결국, 어색한 변속과 가식적인 배기 사운드는 치명적인 흠이 될 수 없었다. 한편, LS는 언제나 부드럽게 미끄러졌고 스티어링 휠을 꺾어도 묵직한 뚝심을 자랑하며 머리를 돌렸다. 그럴 만했다. 무게는 앞뒤로 정확하게 51:49를 유지했고 GA-L 플랫폼은 경량화와 강성 확보가 동시에 이뤄졌다. 게다가 에어 서스펜션의 조합은 언제나 구름 위를 달리는 듯한 품위 있는 승차감을 선사했다.

시승 후에도 LS는 느낌이 좋았다. 새로운 외모는 자신감으로 넘쳐났고 호화로운 인테리어는 단순히 고품질이 아니라 감성적으로도 매력적이었다. 하이브리드는 V8을 대체하기에 모자람이 없었으며, 평온한 주행 감각은 기함의 품격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나는 우버 블랙으로 LS가 나타나도 망설임 없이 기뻐할 것이다. 하지만 딜러에게 계약해야 한다면? 아무래도 더 고민해봐야겠다.

LOVE  빈틈을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완벽한 품질
HATE  속임수를 쓰는 10단 트랜스미션
VERDICT  우버 블랙으로 만나고 싶은 럭셔리카


Lexus LS 500h AWD

Price 1억7300만 원
Engine 3456cc V6 가솔린+전기모터, 299마력@6600rpm, 35.7kg·m@5100rpm, 총 359마력
Transmission CVT, AWD
Performance 0→100 N/A, N/A, 10.6km/ℓ, CO₂ 161g/km
Weight 2370kg

김장원 사진 최대일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bejangwon@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