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마니아의 ‘알쓸신잡’ 영국편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알쓸신잡’ 영국 편

Silverstone Circuit

나라마다 유명한 서킷이 있다. 독일의 뉘르부르크링, 이탈리아의 몬차 같은 곳 말이다. 그럼 영국을 대표하는 서킷은 어디일까? 바로 실버스톤 서킷이다. 런던에서 약 130km 떨어진 노샘프턴셔주에 있는 실버스톤 서킷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용 비행장으로 쓰였다. 전쟁이 끝나고 영국 왕립 자동차 클럽이 서킷으로 개조했는데, 1950년 첫 F1 대회가 열린 곳으로 유명하다. 여러 차례 변화를 거쳐 현재는 5.89km길이에 18개의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서킷은 F1을 개최할 뿐만 아니라, 만 14세부터 참여할 수 있는 ‘주니어 드라이브’, 페라리와 애스턴 마틴을 연달아 모는 ‘헤드 투 헤드’, 전문 드라이버에게 개인 운전 교습을 받는 ‘1:1 코칭’ 등 일반인도 서킷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Royal Warrant

영국 왕실이 사용하는 제품을 뜻한다. 흔히 왕실이 품질을 보증한다는 의미로 알려졌지만, 그렇지 않다. 단지 왕실에서 사용한다는 것이지, 그 무엇도 보증하지 않는다. 물론 영국 왕실에서 허접스러운 물건을 사용하진 않겠지만 말이다. 총 세가지의 로열 워런트가 있는데 엘리자베스 여왕, 에든버러 공 그리고 황태자가 각각 수여할 수 있다. 누가 수여했는지에 따라 워런트의 문양이 조금씩 다르다.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는 애스턴 마틴, 벤틀리, 재규어 랜드로버가 인증을 받았다. 로열 워런트 제품은 3년간 왕실에 무상으로 상품을 제공하는데, 여왕이 벤틀리, 재규어 랜드로버를 즐겨 타는 이유다.

black cab

런던 택시를 부르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는 뉴욕의 옐로 캡이 있다. 블랙 캡 면허는 몇 가지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런던 시내 길과 광장을 다 외워야 할 정도로 취득이 까다롭다. 우리나라와 달리 택시가 대부분 택시 정류장에만 대기하고 있으며, 빈 택시라고 무작정 차에 올라타면 택시 기사에게 실례다. 반드시 목적지를 미리 상의하고 승차해야 한다. 진짜 블랙 캡은 번호판에 일련번호가 있으니 타기 전에 확인해볼 것. 기본요금은 2.6파운드(약 3900원)이다.

Driving Tip in London

1. 혼잡 통행료(Congestion Fee)
런던은 6개의 존(zone)으로 나뉘는데, 중심부인 1존을 통과하려면 혼잡 통행료를 지불해야 한다. 하루에 8파운드(약 1만2000원)이며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적용된다. 당일 자정까지 혼잡 통행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이튿날부터 연체료가 부과된다. 1존에 갈 일이 있으면 온라인이나 소매점을 통해 미리 결제해놓는 게 현명하다. 통행료 납부를 완료하지 않은 채 출국하면, 재입국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자.

2. 좌측통행

외국에서 운전하면 낯선 공간, 낯선 언어만으로도 운전대를 잡은 손이 떨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영국은 운전석 위치와 주행 방향마저 다르다. 특히 런던에는 회전 교차로가 많은데, 무심코 오른쪽으로 진입했다가는 정면충돌할 위험이 매우 크다. 기어 변속도 왼손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어색하다. 낯선 환경에서 안전 운전 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주행하기.

3. 주차

노란 선 또는 빨간 선이 두 줄 그어진 곳은 주차 금지 구역이다. 노란 선에는 타고 내리는 정도의 일시적인 정차가 허용되지만, 빨간 선은 아예 정차조차 허용하지 않으니 조심해야 한다. 런던 역시 우리나라처럼 거주자 우선 주차제를 시행하고 있으므로 비어 있다고 마구 주차할 수도 없다. 땅값이 비싸고 도시가 생긴 지 오래된 탓에 주차장이 없는 건물이 많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주차 비용 정산기가 있는 노변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이다. 이마저 어렵다면 NCP라는 주차 전문 업체를 검색하자. 참고로 런던 도심 지역 시간당 주차 비용은 평균 1만 원 이상으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Bucket list

사람들은 저마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일명 버킷 리스트다. 평소 드라이브를 즐긴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영국의 그림 같은 드라이브 코스 두 곳을 소개한다. 오늘부로 버킷 리스트를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1. 체더 협곡(Cheddar Gorge)

체더치즈할 때 그 체더가 맞다. 체더 협곡은 영국에서 가장 큰 협곡으로 최대 길이가 113m다. 빙하가 지나가며 만든 장관인데, 연간 3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가는 명승지다. 브리지워터(Bridgewater)부터 체더 협곡까지 30km가량 이어지는 코스가 달리기 좋다. 영국판 <car>에서 촬영을 위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니, 혹시 멋진 차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면 알은체해보시길.

2. 코츠월드(Cotswolds)

가장 영국적인 전원 풍경을 간직했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벽돌로 지어진 중세 영국풍 건물이 즐비하다. 과거 목장이 성행했던 구릉 지역이어서 와인딩하기 좋은 환경이다. 챌트넘(Cheltenham)에서 출발해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Stratford-upon-Avon)으로 이동하는 약 53km 구간이 유명하다.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은 셰익스피어의 출생지다.

Goodwood Festival of Speed

‘성덕’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 ‘성공한 덕후’라는 뜻이다. 개인 사유지를 열어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이하 굿우드 페스티벌)를 개최한 리치먼드 경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자동차광이었던 그가 같은 자동차 애호가끼리 모여 열던 소소한 파티가 이제는 1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거대한 행사가 됐다. 볼거리는 크게 둘로 나뉘는데, 각종 슈퍼카와 클래식카가 전시된 구역과 레이싱이 펼쳐지는 1.86km의 언덕 오르막 서킷 구간이다. 주최하는 브랜드에 따라 매해 바뀌는 대형 구조물도 볼만하다. 으리으리한 저택을 거닐며 귀한 자동차를 실컷 볼 기회는 흔치 않다. 25주년을 맞은 굿우드 페스티벌은 오는 7월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박호준

박호준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엉덩이는 무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