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페이스, 베이비 재규어의 탄생

F-페이스의 뒤를 잇는 베이비 재규어의 탄생. 민첩한 순발력, 강인한 파워, 똑똑한 기능성까지. 재규어 E-페이스가 제출한 만점짜리 이력서

베이비 재규어

재규어의 성장 일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이드카 제작사에서 스타일리시한 스포츠카 제조사로 성장, 스포츠카와 럭셔리 세단을 잇따라 생산했던 황금기, 아름다운 디자인과 빼어난 성능을 자랑했던 D-타입과 E-타입은 각종 그랑프리를 휩쓸었다. 성장하면서 아픔도 있었다. 재정 위기를 맞으면서 경영진이 바뀌기도 했고 BMC, 브리티시 레일랜드 모터 컴퍼니, 포드와 합병하며 방황했던 시기도 있었다.

E-페이스의 질주 모습. 풍만한 볼륨감과 황금 비율이 공존한다

그렇다면 현재는? 이안 칼럼의 선구적인 지휘 아래 건강한 재규어로 거듭났다. XF는 재규어의 변혁을 일으켰다. XJ는 재규어의 전통을 되살렸다. F-타입은 재규어의 이상을 실현했고 F-페이스는 실리를 챙겼다. 다음은 E-페이스 차례다. E-페이스. 콤팩트 시리즈를 의미하는 ‘E’와 SUV 라인업에 붙는 ‘페이스’ 조합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E-페이스는 재규어의 콤팩트 퍼포먼스 SUV다. 재규어는 최근 가장 팽창하고 주목받는 SUV 시장을 향해 달리고 있다. 재규어 최초의 SUV F-페이스가 포문을 열었다면, E-페이스가 집중포화를 쏟아부을 차례다. E-페이스의 작은 어깨에 많은 희망이 걸려 있다. E-페이스는 재규어의 미래가 달린 베이비 재규어다.

E-페이스를 맞이하는 우리의 기대는 크다. 우선 이안 칼럼의 새로운 작품이 기대된다. 분명 스포츠카처럼 날카롭고 매끈할 것이다. 성능은 언제나 화끈해야 한다. 우리 머릿속에 재규어는 늘 빠르고 강렬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편의 장비와 패키지를 기대한다. E-페이스라면 소비자의 수요에 집중하고 그 요구를 헤아려야 한다.

가장 작지만 아름다운 재규어

E-페이스의 디자인은 F-타입과 SUV의 결합이다. 초기 E-페이스의 디자인 방향은 각진 형태로 시작했다. 하지만 재규어는 F-타입의 실루엣이 더 매력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안 칼럼 디자인 팀의 핵심 인물이자, 디자인 스튜디오 디렉터를 맡은 웨인 버제스 디자이너는 F-타입을 닮은 SUV를 만들기 위해 E-페이스 프로젝트에 푹 빠져들었다고 한다. 가장 까다로운 작업은 앞부분이었다. 높은 SUV 차체에 날카로운 앞모습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수정을 거쳐야 했다. 덕분에 E-페이스는 높지만 날카로운 형태를 자랑한다.

라디에이터 그릴에서부터 리어 스포일러로 이어지는 다이내믹한 루프 라인은 E-페이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세단과 밴이 결합한 모노 볼륨 형태로, 실내 공간을 앞으로 끌어당긴 캡 포워드(cab-forward) 스타일을 빚어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은 짧은 오버행이다. E-페이스는 가로로 배치한 엔진 때문에 짧은 오버행 설계에 불리했다. 하지만 앞부분 모서리를 깎아내 짧은 오버행을 실현했다. 엔지니어링의 한계를 디자인 설계로 극복한 것이다. 덕분에 E-페이스는 짧은 오버행과 날렵한 루프 라인의 조합, 거기에 역동적인 캡 포워드 스타일을 더해 매끈한 덩어리를 이룬다. 굳이 달리지 않아도 역동적이다. 스포츠카의 생생한 기운과 안정감이 더해진 비율은, 다름 아닌 E-페이스의 아름다운 신체 조건이다.

J 블레이드는 기본. 날카로운 헤드램프 안에 LED를 가득 채웠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는 E-페이스의 선명한 표정을 만든다. 멀리서도 독창적인 재규어의 존재감을 알아챌 수 있다. LED 헤드램프는 날카로운 디자인에 ‘J 블레이드’ 주간 주행등을 심었다.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은 허니콤 메시로 멋을 부렸다. 마치 스포츠카의 그릴처럼 정교하고 압도적이다.

이안 칼럼은 재규어가 핫 해치를 만들었다면 E-페이스와 매우 비슷할 거라 말했다

뒷모습에 주목하면 E-페이스의 디자인 완성도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루프 라인과 절묘하게 이어지는 뒤태, 고성능 핫 해치처럼 풍만한 볼륨감, 황금 비율이 자아내는 안정감이 공존한다. 특히 슬림한 블레이드 타입의 LED 테일램프가 압권이다. 얇은 형태에서 아름다운 빛을 만들기 위해 재규어 LED 기술을 모두 투입했다. 야간에는 더 특별하다. 마치 사나운 F-타입의 뒷모습처럼 붉은빛을 남긴다.

F-타입을 닮은 인테리어

F-타입의 디자인 큐는 외관에서 실내까지 이어진다. E-페이스는 운전 재미를 추구한 재규어의 두 번째 SUV다. 즉, E-페이스는 자연스럽게 F-타입의 영향을 받았다. E-페이스의 실내는 수준 높은 재규어의 솜씨를 경험할 수 있다. 실제로 실내 곳곳이 새롭고 인상적이다. 운전 자세는 여러모로 스포츠카에 가깝다. 시트는 낮게 설계하고 대시보드를 평평하게 다듬어 쾌적한 시야를 제공한다. 콕핏에 오르면 모든 인테리어가 운전자를 향한다. F-타입의 스티어링 휠, 기어 레버, 주행 모드 버튼도 그대로 살아 있다. 덕분에 운전자는 독립된 공간에서 안락함을 누린다.

새로운 시트는 풍만한 볼스터를 마련했고 가죽으로 마감했다. 게다가 열선 기능은 기본으로 올라간다. 시트 형상은 스포츠카의 버킷 시트와 똑 닮아 있다. 빠른 속도로 와인딩 로드를 누비는 재규어답게 운전자의 몸을 단단히 지지하며 촉감도 훌륭하다. 동승석에 솟아오른 손잡이는 단순히 모양이 아니다. 횡 G를 이겨내려면 스티어링 휠 대신 꼭 붙잡아야 한다.

권총 손잡이? E-페이스의 콕핏엔 F-타입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하지만, 콤팩트 SUV는 주로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운전하는 차다. E-페이스는 스포티한 성격과 편안한 승차감을 버무리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돋보였고, 부드러운 시트 쿠션과 쾌적한 뒷좌석 공간이 이를 뒷받침했다. E-페이스의 뒷좌석은 낮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과 절묘한 타협이 이뤄졌다. 타고 내리기 쉽고 쾌적한 뒷좌석 공간을 위해 수많은 수정이 이어졌다.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세대를 위한 재규어의 센스. 센터 콘솔은 온갖 잡동사니를 집어삼킨다

대시보드 하단에 위치한 로터리 다이얼은 라이카 카메라 렌즈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립감도 조작감도 모두 훌륭하다. 실내 곳곳은 알루미늄 트림이 파고들었다. 단순히 반짝이는 금속 장식이 아니라 절제된 감성으로 세련미를 더한다. 아무리 재규어라고 한들 실용성까지 스포츠카를 닮을 필요는 없다. E-페이스는 SUV라면 응당 갖춰야 할 수납 공간을 품었다. 센터 콘솔은 온갖 잡동사니와 아이패드는 물론, 심지어 작은 핸드백조차 집어삼킨다. 컵홀더엔 스마트폰을 손쉽게 보관할 수 있는 추가 공간도 있다. 또한 10.7ℓ의 글러브 박스, 10.56ℓ의 도어 포켓을 통해 실용적인 수납 공간을 마련했다.

한결 깔끔하고 영리해진 재규어의 터치 프로. T맵과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중앙 터치스크린은 재규어에서 익숙한 ‘터치 프로(Touch Pro)’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들어갔다. 이제 느린 터치 반응으로 볼멘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다. 반응 속도도 매우 빠르며 매끄럽게 돌아간다. 또한, T맵&지니 뮤직 애플리케이션이 기본 사양이다. T맵은 실시간 교통 정보를 반영하여 빠르고 정확한 경로를 제공한다. 업데이트도 간편하다. 스마트폰의 자동 업데이트를 통해 언제나 최신 지도 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

작은 차체와 넓은 실내는 공존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콤팩트 SUV는 이율배반적인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한다. E-페이스 역시 마찬가지다. E-페이스는 이보크의 플랫폼을 활용한다. 하지만 이보크보다 21mm 더 늘어난 2681mm의 휠베이스를 마련했다. 이는 곧 넓은 뒷좌석 공간을 의미한다. 또한, E-페이스는 484ℓ의 트렁크 공간을 마련했다. 2열 시트를 완전히 접으면 최대 1141ℓ까지 늘어난다.

스포츠카 유전자의 힘

E-페이스의 파워트레인은 모두 재규어의 신형 인제니움 엔진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직렬 4기통, 가솔린과 디젤 그리고 터보차저의 힘을 빌린다. 국내에 선보일 E-페이스는 P250 트림 모델로, 이름처럼 250마력을 발휘한다(정확히 249마력이다). 인제니움 엔진은 미국 자동차 전문 미디어 워즈오토(WardsAuto)가 뽑은 ‘2018 10대 베스트 엔진’에 선정됐다. 강력한 출력은 물론, 연비와 정숙성 모두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워즈오토가 뽑은 2018 10대 베스트 엔진에 선정된 인제니움

E-페이스는 낮은 회전부터 37.2kg·m의 최대토크를 쏟아내기 때문에 언제나 빠르고 민첩하다. 2000rpm을 넘어서면 터보차저가 제대로 밀어붙인다. 엔진은 부드럽게 회전하고 5500rpm에서 최고출력을 쏟아낸다. 9단 자동 기어는 스포티한 성격을 강조했다. 가속력을 중시한 세팅이 더해져 빠른 변속을 책임진다. 운전자는 상쾌한 가속 과정을 지휘할 수 있다. 특히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릴 때, E-페이스는 야무진 핫 해치처럼 달려들 것이다.

재규어는 E-페이스를 위해 인텔리전트 4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했다. E-페이스의 AWD는 스탠더드 드라이브라인과 액티브 드라이브라인으로 나뉜다. E-페이스 P250은 할덱스 기반의 스탠더드 드라이브라인이다. 이 시스템은 트랙션 확보를 위해 앞뒤 동력을 영리하게 나눈다. 항속 주행을 할 때는 앞바퀴 중심으로 동력을 전달해 효율을 높인다. 또한, 험로에서 앞바퀴가 미끄러지면 뒷바퀴로 힘을 전달한다. 동력 분배는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다. 게다가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SPC) 시스템은 진흙, 젖은 풀밭, 얼음, 눈, 비포장도로처럼 표면이 미끄러운 조건에서도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준다. 즉, 오프로드에서 쓰는 저속 크루즈 컨트롤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달리면 달릴수록 선명한 주행 질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E-페이스는 작은 몸집만큼 날쌔다. 운전 과정 또한 짜릿하다. 이안 칼럼은 E-페이스를 키 큰 핫 해치라고 말했다. 차체가 높지 않았다면 E-페이스는 사실상 핫 해치나 다름없다. 재규어는 E-페이스의 운전 재미를 높이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했다. 같은 플랫폼을 쓰는 디스커버리 스포츠보다 열정적이고 이보크보다 섬세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자신 있게 재규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재규어는 E-페이스 프로젝트를 위해 최고의 팀을 꾸렸다. 용접을 늘려 차체 구조를 단단하게 만들고 휠베이스는 적당히 늘렸다. 앞 서스펜션은 맥퍼슨 스트럿, 뒤 서스펜션은 인테그럴 멀티링크로 유지했지만, 지오메트리를 완전히 변경해 기초 강성을 더욱 높였다. 예리한 코너링을 노리는 섬세한 세팅도 더했다. 4륜구동 E-페이스가 후륜구동 스포츠카처럼 코너를 돌아나가기 위해 캠버와 스티어링을 끊임없이 수정했다. 또한 브레이크를 바탕으로 제어하는 토크 벡터링 시스템도 투입했다.

E-페이스의 선회는 뉴트럴 스티어에 가깝다. 4륜구동 특유의 언더스티어를 억제하기 위한 재규어의 노력이었다. 웬만한 코너 앞에선 앞이 밀려나지 않는다. 언더스티어가 심해지면 바로 토크 벡터링이 작동해 코너 중심으로 노즈를 끌어당긴다. 뒷바퀴 구동력도 한층 높였다. 확실히 이보크보다 후륜구동 중심의 SUV다.

국내에 선보일 E-페이스는 18″ 또는 19″의 알루미늄 휠과 고정식 댐퍼의 조합이다. 기본적으로 탄탄한 탄성으로 노면을 다스린다. SUV의 물렁물렁한 느낌이라기보다 스포츠카의 단단함에 가깝다. 이는 곧 날렵한 핸들링으로 이어진다. 속도가 빨라져도 안정감에 흔들림이 없다. 유연한 서스펜션 구조와 댐퍼의 신속한 복원력이 만나 쾌속 질주를 허락한다. 그렇다면 승차감은? 재규어는 SUV에 걸맞은 승차감을 위해 인테그럴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새롭게 조정했다. 결과는 일거양득. 부피를 줄여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으며 노면 충격을 여러 링크로 분산시켜 뒷좌석 승차감을 향상시킨다.

결국, E-페이스는 열정적인 콤팩트 SUV로 거듭났다. 아스팔트를 달리든, 험로를 달리든 E-페이스 콕핏 위에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E-페이스 안에는 F-타입처럼 강인한 스포츠카 유전자와 랜드로버처럼 듬직한 오프로더의 피가 흐른다.

재규어의 젊은 피

재규어는 언제나 카리스마가 넘친다. 쿠페와 컨버터블을 비롯해 세단과 SUV에 이르기까지 재규어의 정체성은 결국 아름다운 고성능이다. E-페이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라이벌을 압도하는 동력 성능, 아름다운 스타일, 정교한 주행 질감, 고급스러운 감성 품질을 두루 갖췄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콤팩트 SUV는 주로 젊은 소비자의 자동차다. 그리고 젊은 소비자는 결코 빈틈이 없다. 그들은 소셜 미디어로 정보를 나누며 누구보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다.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최첨단 기술과 안전 장비로 어필해야 한다.

재규어의 두 번째 SUV. 운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눈여겨볼 것이다

E-페이스는 첨단 기술과 동행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가장 유용한 건 역시 영리한 주행 보조 시스템이다. 큐 어시스트(Queue Assist)가 통합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첨단 레이더 기술을 활용해 앞차의 속도를 파악한다. E-페이스는 스스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앞차가 멈추는 경우에도 큐 어시스트 기능을 통해 자동으로 정차한다. 또한, 차선 유지 어시스트 시스템과 사각지대 어시스트 기능이 투입됐다. 운전자의 실수로 차선을 벗어나면 경고를 보내며, 스티어링을 조향해 복귀를 돕는다. 안전한 주행을 책임지는 사각지대 어시스트도 든든하기는 마찬가지다. 운전자 시야에 가려진 사각지대를 지속적으로 감지해 사이드미러에 경고 아이콘으로 위험을 알린다.

젊은 감각의 디지털 환경도 돋보인다. E-페이스는 지니 뮤직 서비스로 다양한 음악을 생생한 음질로 즐길 수 있다. 물론 모든 제어는 터치스크린 하나면 충분하다. 이뿐만 아니다. E-페이스에 기본으로 탑재된 리모트 프리미엄 서비스는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 원격 실내 온도 조절 기능과 함께 탑승하기 전 미리 원하는 온도를 설정할 수 있으며, 간단한 조작으로 차량을 잠그거나 잠금 해제할 수 있다.

작은 E-페이스에 재규어의 큰 미래가 달려 있다. 재규어의 두 번째 SUV인 E-페이스에는 대중에게 한발 다가가는 전략이 반영됐다. 재규어다운 스타일과 역동적인 퍼포먼스,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첨단 사양까지. 이 정도면 재규어의 완벽한 이력서가 아닐까?


Jaguar E-Pace P250 R-Dynamic SE

Price 6470만 원
Engine 1998cc I4 가솔린 터보, 249마력@5500rpm, 37.2kg·m@1300~4500rpm,
Transmission 9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7.0초, 230km/h, N/A, CO₂ N/A
Weight N/A

김장원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bejangwon@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