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무선에 완성도를 더하다, 자브라 65t

올해는 완전무선 이어폰의 해다. 지난해부터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더니 올해는 다양한 제조사가 뛰어들고 있다. 가격 비교 사이트에 등록된 것만 해도 120여 개가 넘을 정도. 상황이 이러니 관심을 안 가지려야 안 가질 수가 없다. 그래서 최대한 눈에 띄는 대로 씹고 뜯고 맛보고 들어 보는 중.

최근에는 자브라도 완전무선 이어폰 엘리트 65t를 선보였다. 안 그래도 블루투스 기기에 일가견이 있는 자브라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더라. 심지어 이번이 세 번째다. 엘리트 스포츠와 엘리트 스포츠 4.5를 기반으로 편의성과 착용감, 성능을 개선했다는 것이 자브라의 설명. 덕분에 지난 1월 열린 CES 2018에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더 잴 필요 있나? 바로 들어 봤다.

기능에 충실한 독특한 디자인

대부분의 완전무선 이어폰은 동그랗거나 타원형 디자인을 띈다. 65t 역시 전반적으로 둥근 형태다. 단 약간 일그러진 타원형에 가깝다. 커스텀 이어폰처럼 귀 안쪽 형태에 맞춰 굴곡을 준 것. 물론 사람마다 귀 모양이 다르지만 자브라는 최적의 굴곡을 찾아 적용했다. 보청기를 만들면서 다진 노하우를 적용했다는 게 자브라의 설명이다. 우리에게는 잘 안 알려져 있지만 자브라는 보청기 쪽에서도 일가견이 있다. 덕분에 오랜 시간 끼고 있어도 편하다. 귀에 잘 밀착해 잡소리도 들어오지 않고.

바깥쪽에는 둥근 원형을 기본으로 한쪽이 짧게 튀어나오도록 디자인했다. 여기에는 마이크를 넣었다. 좌우에 각각 두 개의 마이크가 들어간다. 덕분에 통화할 때 상대방에게 뚜렷한 목소리를 전달한다. 좌우가 헷갈리지 않는 것도 장점.

가운데 부분은 버튼이다. 오른쪽은 음악 재생이나 정지, 전화 받기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두 번 누르면 히어스루(Hear Through) 기능을 실행한다. 히어스루는 외부 소리를 그대로 들려주는 기능. 소니의 앰비언트, B&O의 트랜스퍼런시처럼 이어폰을 빼지 않아도 상대방 목소리나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왼쪽에는 버튼이 두 개다. 짧게 누르면 볼륨을 조절하고 길게 누르면 트랙을 이동한다.

무게는 오른쪽 6.5g, 왼쪽 5.8g이다. 보통 완전무선 이어폰은 오른쪽을 마스터로 세팅한다. 블루투스를 연결하고 왼쪽 유닛에 신호를 보내 싱크를 맞추는 등 주요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회로가 조금 더 들어간다. 오른쪽이 약간 더 무거운 이유다. 그래도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상당히 가벼운 편.

완전무선 이어폰의 구성품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케이스다. 작은 유닛을 잃어버리지 않게 보관하고 부족한 배터리를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 자브라는 케이스를 유선형으로 만들었다. 보기에는 예쁜데 미끄러지기 쉽다. 양옆에 평평한 곳을 잡아야 한다. 뚜껑을 열면 유닛 수납부가 나온다. 탄성이 있는 고무 재질로 만들고 접합 단자를 배치했다. 단 자석이나 걸림쇠가 없다. 그냥 유닛을 얹은 후 뚜껑을 닫는 방식. 길을 걸을 때 뚜껑을 열어야 한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충전 단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USB 마이크로B 타입. 케이스 바닥 쪽에 달았다. 무게는 69g. 역시 부담 없는 수준이다.

배터리 수명은 총 15시간이다. 유닛은 5시간 연속 재생할 수 있는 분량의 배터리가 들어간다. 케이스에 넣으면 유닛을 두 번 더 충전할 수 있다. 이번엔 15분 충전으로 1시간 30분 정도 사용하는 급속 충전 기능도 넣었다. 완충까지는 약 2시간.

IP55 방진 방수 등급을 지원해 땀을 흘리거나 비를 맞아도 문제없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컬러는 티타늄 블랙과 코퍼 블랙, 골드 베이즈로 나왔다. 가격은 23만9000원. 보스나 B&O보다 저렴하다.

65t를 위한 전용 앱

대부분의 완전무선 이어폰이 그렇듯 65t 역시 제대로 쓰려면 전용 앱을 깔아야 한다. 물론 자브라는 이미 다양한 블루투스 기기를 선보였고 그에 관련된 앱도 보유하고 있다. 사실 기존 앱에 65t를 추가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65t를 위한 앱을 따로 만들었다. 그만큼 신경 쓰고 있다는 뜻.

자브라 사운드 플러스 앱에서는 배터리 잔량과 이어폰 착용 상태, 사용자 매뉴얼, FAQ 등 65t 관련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고 제품 등록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세부 설정도 가능하다. 세팅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우선 보이스 어시스턴트. iOS의 경우 시리나 알렉사,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 디폴트 서비스나 알렉사를 선택할 수 있다. 65t의 특징 중 하나는 아마존 알렉사까지 지원한다는 것. 단 영어만 알아듣는다. 사실 상관없다. 아직 국내에서는 자주 쓸 일이 없으니.

오디오 경험 파트에서는 히어스루의 외부 소리 유입량, 한쪽을 빼면 자동으로 정지하는 기능, 이어폰 상태를 음성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켜고 끌 수 있다. 히어스루의 경우 외부 소리와 음악을 섞는 게 아니라 외부 소리만 켜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명확하게 들을 수 있으니. 한쪽 유닛을 빼서 음악을 중지하는 기능은 오른쪽만 해당된다. 앞서도 말했듯 오른쪽이 마스터기 때문. 왼쪽은 아무리 빼도 음악이 멈추지 않는다(처음 테스트 때는 왼쪽은 안 됐지만 분실의 우려가 있어 왼쪽도 지원하도록 업데이트했다는 것이 자브라코리아의 설명입니다. 말씀해주신 Hyoungsoon Park 님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한쪽 유닛을 빼서 음악을 중지하는 기능은 양쪽 모두 지원한다. 세 번째 세팅은 전화 경험이다. 여기서는 전화가 오면 원하는 음량이나 전화 음질을 선택할 수 있다. 발신자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기능도 여기서 켜고 끌 수 있다.

마지막은 뮤직 이퀄라이저 기능이다. 여기에는 5 밴드 이퀄라이저가 있어 원하는 음질로 세팅할 수 있다. 기본 음질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특정 음역대를 부각하고 싶을 때 유용하다. 단 샘플이 없어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조작할 수 있다. 프리셋을 저장하는 기능이 없어 매번 조절해야 하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다양한 세팅을 하고 관련된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건 좋지만 아직 한글화가 되지 않았다. 음성 안내도 마찬가지. 65t를 쓰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참고로 앱은 iOS와 안드로이드 모두 지원한다.

강한 저음에 선명한 목소리까지

유닛을 케이스에서 꺼내면 자동으로 전원이 켜진다. 전원을 끌 때는 오른쪽 유닛에 있는 버튼을 3초간 누르면 된다. 착용할 때는 마이크 부분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귀에 넣은 후 마이크 부분을 앞쪽으로 살짝 돌려야 한다. 물론 그냥 끼워도 되지만 이 방법을 사용하면 외이도에 안정감 있게 밀착된다.

완전무선 이어폰은 기기마다 버튼 구성이 달라 페어링하는 방법도 차이가 있다. 65t는 전원을 껐다가 전원이 켜진 후에도 계속 누르고 있으면 페어링 단계로 진입한다. 그다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65t를 선택하면 된다. 소니와 비슷하다. 블루투스 기기는 최대 8개를 인식하고 두 개의 기기를 동시에 연결한다.

무선 연결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어떤 제품은 무선 연결 상태가 불안해 듣는 내내 힘들었지만 65t는 끊김이 확실히 덜하다. 모바일 운영체제에 따른 반응 속도 차이도 거의 없다. 블루투스 기기 간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블루투스 5.0과 SAM(Slot Availability Mask), NFM(Near-field magnetic induction communication, 근거리 자기 유도 방식)을 적용한 덕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선명한 음질이다. 입쪽을 향해 뻗은 부분에 마이크를 달아 바람 소리나 소음을 줄인다. 마치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들어 있는 것처럼. 통화할 때도 마찬가지. 상대방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다. 내 목소리도 선명하게 전달한다. 물론 다소 시끄러운 곳에서 통화할 때는 주변 소음도 그대로 전달한다. 하지만 그보다 내 목소리를 더 크고 선명하게 들려준다. 음악 감상과 통화 모두 믿음직하다.

음질은 저음이 강한 편이다. 그러면서도 보컬이나 랩 등 목소리를 선명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지녔다. 아무래도 팝이나 우리 가요에 적당하다. 참가자들의 상당한 실력으로 팬심을 끌어모으고 있는 Mnet 오디션 프로그램 <고등래퍼2>의 앨범을 듣기에 더없이 좋다. <바코드> <북>의 경우 강렬한 비트는 노래의 맛을 살리고 래퍼의 또렷한 발음은 노래에 담긴 메시지를 선명하게 전달한다. 아이콘의 <돗대>는 풍부하게 깔리는 베이스와 고음의 심벌즈가 반주로 깔리면서 B.I 특유의 높은 톤 래핑이 어우러져 극명한 대비를 느낄 수 있는 곡. 강한 저음과 선명한 랩, 부드러운 고음 등 각 음역의 사운드를 충실하게 재현한다.

단 저음이 강한 성향 탓에 약간 안개 낀 듯한 기분이다. 저음이 강한 아델 <Hello> 같은 곡에서는 오히려 먹먹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이런 부분은 앱에서 이퀄라이저를 조절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왼쪽에 화이트 노이즈도 약간 있다. 음악을 재생하면 신경 쓰이지 않는 수준이지만 예민한 사람이라면 거슬릴 수도 있겠다. 참고로 볼륨은 그리 크지 않다. 청력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 볼륨 수준을 유지한 것. 보청기를 만들던 버릇이 여기서 또 나왔다.

65t의 유용한 기능 중 하나는 히어스루다. 물론 처음엔 조금 낯설다. 누군가 말을 걸거나 안내 방송을 들고자 할 때면 무의식적으로 이어폰을 빼게 된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이 기능에 익숙해지길 권한다. 괜히 한쪽을 뺐다가 잃어버릴 염려가 있으니.

기술력이 좋아진 덕인지 최근에 접하는 제품일수록 더 높은 완성도를 경험하게 된다. 이전 제품을 청음하면서 느꼈던 단점이 하나씩 개선되는 느낌이랄까. 가장 최근에 청음한 자브라 엘리트 65t는 꽤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오래 들어도 편안한 착용감과 무선 연결 안정성, 선명한 통화 품질과 외부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히어스루, 전용 앱을 통한 커스터마이징까지 이어폰의 기본 소양과 유용한 부가 기능을 두루 갖추고 있다. 저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음질까지도 충분히 만족할 것. 이제 앱과 음성 안내의 한글화만 해결하면 누구에게 추천해도 모자람이 없겠다. 가격도 적당하고.

끊김 없는 연결, 깔끔한 음질과 통화 품질
한글화만 해결한다면

한만혁

일상에 일상을 더해 이상을 이루는, 지극히 차가운 현실주의자. 제품을 보는 관점 역시.
mh@gearba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