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540i, 가장 BMW다운 5시리즈

BMW 540i는 M 배지를 달지 않았다. 강력한 터보 엔진과 광폭 타이어를 두르고도 굳이 티 내지 않는다. 너무 겸손한 거 아니야?

8단에 걸린 기어. 태코미터는 힘을 잃은 채 속도계 바늘은 100km/h를 가리켰다. 타이어 소음과 바람 소리도 없는 정숙한 공간. 라운지처럼 세련된 콕핏은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5시리즈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사실 실내도 다를 바 없다. 버튼 몇 개가 더 달리고 스키드 플레이트에 M 배지가 올라갔지만, 이를 눈치챌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이 차의 정체를 알아내려면 트렁크에 붙은 540i 레터링을 눈여겨보거나, 아니면 스티어링 휠을 잡고서 가속 페달을 직접 밟아봐야 한다.

5시리즈 중에 최고봉 540i다. 물론 M5가 5시리즈의 왕좌를 차지하지만, 고성능 M 브랜드는 5시리즈 탈을 쓴 스포츠카로 봐도 좋기 때문에 열외로 한다. 어깨 너머에 터프한 M550d도 있다. 하지만 민첩한 반응성과 매끈한 회전 질감을 만끽하고 싶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540i를 1순위로 꼽을 것이다.

이 엔진을 경험하면 과거 실키식스가 부럽지 않다

540i는 3세대 5시리즈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당시에도 5시리즈의 최상위 트림 모델로서 7시리즈의 심장인 4.0ℓ V8 엔진을 올려 화제가 됐다. 최고출력 282마력, 최대토크 40.7kg·m의 동력 성능은 화려한 명성을 뒷받침한다. 26년이 지난 지금도 540i는 건재하다. 키드니 그릴은 더 커졌고 원형 헤드램프는 어느덧 육각형 LED 빛으로 변모했지만, 최상위 라인업으로서 프리미엄 비즈니스 세단의 품격에 걸맞은 성능과 품질을 과시한다.

540i라는 모델명은 배기량을 의미했던 과거의 BMW를 떠올리게 한다. 비록 4.0ℓ의 V8 엔진은 사라졌지만, 더 영민하고 강력한 3.0ℓ 직렬 6기통 트윈파워 터보 엔진이 이를 대체한다. 최고출력은 340마력으로 최초 540i보다 무려 58마력이 올랐으며, 이전 모델과 비교해도 34마력이 오른 수치다. 출력보다 토크는 더욱 극적으로 전개된다. 최대토크는 터보차저의 힘을 빌려 45.9kg·m를 자랑하며, 1380~5200rpm까지 넓은 영역에서 꾸준하게 흘러넘친다. 이는 곧 540i의 비현실적인 가속 성능과 직결된다. 540i는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4.8초 만에 돌파한다.

세련된 콕핏에서 초고속 질주를 만끽하자

늘어난 출력을 지혜롭게 다스리는 건 스텝트로닉 8단 스포츠 트랜스미션이다. 확실한 반응과 민첩한 변속 속도까지. 이 똑똑한 변속기에 토를 다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영리하게 파워를 나누는 x드라이브도 함께 올라갔다. x드라이브는 노면 위에서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하며, BMW 특유의 다이내믹하고 스릴 있는 코너링 특성을 절묘하게 표현한다. 결론적으로 540i는 요즘 유행하는 드라이브트레인을 모두 갖췄다.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과 다단화로 발전한 변속기 그리고 지능형 4륜구동은, 540i가 의미하는 우월함과 풍요로움 모두를 충족시킨다.

외관은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M 스포츠 패키지를 두른 520d의 스타일이 너무 잘나서 손해를 본 걸까? 좋게 말하면 꾸민 듯 안 꾸민 듯 감각적으로 멋을 낸 스타일이며, 나쁘게 말하면 520d와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는 모습이다. 한편, M550d는 이름 앞에 붙은 M 배지의 영향을 받아 카본 립 스포일러와 시크한 블랙 컬러 트림을 온몸에 둘렀다. 물론 540i도 예외는 아니다. 펜더를 가득 메운 19″ 더블스포크 664 M 블랙 휠이 그 증거다. 둘을 나란히 비교한다면? 540i는 품위가 넘치고 M550d는 화끈하다. 실내는 모던하고 기능적인 인테리어가 펼쳐진다. 운전자의 조작 범위를 고려한 입체적인 센터패시아가 조연이라면, 툭 튀어 오른 터치 스크린과 윈드실드에 투영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주연이다. 운전자는 굳이 시선을 돌릴 필요 없다. 운전할 때는 전방을 주시한 채 손으로 i드라이브를 돌리거나, 잠시 정차했을 때는 손가락 터치로 조작하면 그만이다.

인테리어에서도 M의 기운이 감돈다. 정교하게 구성된 센사텍 대시보드와 두툼하게 손에 잡히는 M 스티어링 휠, 이 모든 게 고성능을 암시하는 흔적이다. 평범한 5시리즈에 없는 버튼도 눈에 띈다. 주행 성격을 결정하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컨트롤에 추가된 ‘어댑티브 모드’다. 540i는 주행 상황에 알맞게 차량 세팅을 스스로 제어한다.

고속도로에서 100km/h로 달리는 일은 너무 무미건조했다. 소리도 없고 진동도 없으며, 바워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만이 이 고요한 순간을 즐긴다. 오디오 볼륨을 낮추고 달려보기로 했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선택하자 태코미터 바늘이 치솟는다. 달릴 준비를 마친 540i가 즉각 반응한다. 곧이어 민첩하고 우아한 질주가 시작된다. 3에서 4단, 4단에서 5단. 패들 시프트를 당길 때마다 짜릿한 진동이 차체를 흔든다. 기세가 대단했다. 하지만 콕핏 상황은 여전히 여유가 있다. 엔진은 성을 내고 기어는 바쁘게 움직였지만 콕핏은 침착하다. 중간에 요철을 만나거나 작은 둔덕을 타고 넘어도 재빠르게 차체를 추스른다. 그야말로 세련된 질주다. M550d와 비교를 안 할 수 없다.

M550d가 흉포하고 강인했다면, 540i는 유연하고 민첩했다. 특히 엔진이 선사하는 회전 질감과 지치지 않는 파워가 매력적이다. 단순히 가속과 감속뿐만 아니라 선회 능력에서도 민첩함을 잃지 않는다. x드라이브의 영리한 토크 분배와 뒷바퀴를 조향하는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 기술은 마법 같은 코너링의 숨은 공신이다. 운전자는 굳이 긴장할 필요 없다. 시선을 고정하고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거침없이 코너를 파고든다.

긴장을 풀지 않는 댐퍼와 정직하게 반응하는 스티어링, 거기에 섬세한 엔진이 만나 성숙한 주행 감각이 드러난다. 이게 바로 540i가 지향하는 주행 품질이다. 과시와 허세는 툭 덜어낸 채 정교하고 풍요로운 쾌속 질주. 고성능 자리에서 한발 물러난 540i는 겸손한 주행을 이어간다. 조금 욕심내도 좋을 것 같다. 540i의 실력이라면 그래도 된다.

LOVE  과시와 허세 없이 풍요로운 주행 질감

HATE  M5의 존재감, ‘강남 쏘나타’라는 별명

VERDICT  가장 BMW다운 5시리즈


BMW 540i xDrive M Sport Package Plus

Price 1억140만 원

Engine 2998cc I6 가솔린 터보, 340마력@5500~6500rpm, 45.9kg·m@1380~5200rpm

Transmission 8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4.8초, 250km/h, 10.2km/ℓ, CO₂ 170g/km

Weight 1850kg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bejangwon@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