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폭을 넓힌 F-타입

뒤태 미인으로 소문난 F-타입이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다. 핵심은 단연 4기통 인제니움 엔진을 얹은 P300이다

XK의 뒤를 잇는 F-타입은 이안 칼럼의 능력을 다시 한번 찬양하게 만든 모델이다. 매끈하게 시작된 앞모습부터 완벽한 비율의 사이드 라인, 뒤태 미인을 자처한 뒷모습의 하이라이트는 리어 펜더 깊숙이 파고든 테일램프. 참고로, F-타입은 컨버터블이 먼저 출시됐고 추후 쿠페 모델을 만들었다.

지금도 매끈해 보이는 F-타입이 페이스리프트를 거치고 돌아왔다. 세심한 디자이너의 터치로 헤드램프는 풀 LED를 받아들였고 테일램프는 렌즈에 음영 효과를 가미해 입체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4기통 F-타입인 P300이 라인업 한자리를 당당하게 꿰찼다.

포르쉐 박스터와 카이맨도 4기통 엔진으로 판매되고 있으니 그리 놀랄 것도 없다. 문제는, 8기통 혹은 6기통 엔진에서 보여줬던 퍼포먼스를 얼마나 흉내 낼 수 있냐는 것이다. 물론, 빠져서는 안 될 배기사운드 역시 일반적인 4기통과는 달라야 한다. 지하주차장에서 기다리는 울트라 블루 컬러의 F-타입. 그런데, 헤드램프가 LED가 아닌 바이펑션 제논 램프다. 6기통 P380부터 LED 램프가 들어간다. 약간 실망하며 뒤쪽으로 걸음을 옮겼는데, 엄청난 무언가를 발견했다. 머플러 팁이 엄청 크다. 왠지 우렁찬 사운드를 뿜어낼 기세다. 도어에 숨어 있다 튀어나오는 핸들은 오너의 감성을 자극하는 아이템. 시트는 베이지 톤으로 화사하게 꾸몄는데, 엉덩이 부분은 스웨이드로 마감해 퍼포먼스를 토해낼 때 조금이라도 덜 미끄러지게 만들어준다.

엔진이 작아진만큼 앞쪽 무게가 52kg 가벼워졌다. 덕분에 더욱 민첩해진 몸놀림을 보여준다

배기음이 다소 의아하다. 분명 일반적인 4기통 터보 엔진의 소리는 아니지만, 화려하고 웅장한 소리도 아니다. 저음으로 낮게 깔린 음색은 아이들링이 안정화될 때까지 거친 음색을 들려준다.트윈 스크롤 방식을 사용하는 4기통 터보 엔진은 1500rpm에서 최대토크인 40.8kg·m를 분출하며 4500rpm까지 유지한다. 5500rpm에서는 트림명처럼 300마력을 낸다. 트랜스미션은 토크컨버터 방식의 8단 변속기, 구동 방식은 후륜이다.

스웨이드를 이용해 미끄러지는 부분을 최소화했다. 아주 좋다

실내는 데일리카로 사용하기에 적당할 정도로 안락하다. 물론, 승차감이 단단한 편이긴 하지만 요철을 넘는 게 부담스럽지 않다. 1단과 2단이 오가는 정체 구간에서도 나긋하다. 듀얼 클러치라면 다소 신경질적인 변속 충격이 등장할 법한 구간에서도 여유롭다. 머플러 팁 크기에 비하면 배기음도 매우 조용한 편이다. 의외였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거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이용해 음악을 듣는다면, 배기 사운드는 아예 들리지도 않는다.

한낮 기온이 20℃까지 치솟은 초여름 날씨, 타이어 컨디션도 좋기에 진면목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고속도로라고 해도 수도권은 워낙 차량 통행이 많다 보니 제한속도까지 올리기가 쉽지 않다. 도로 사정이 허락하는 한계점까지 급가속 위주로 몰아봤다.

실제로 보면 엄청 크지만, 소리는 얌전하다

5000rpm을 넘어서자 으르렁거림이 들린다. V8 모델에 흉포한 소리는 아니지만, 들리긴 한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나름 콩 볶는 소리까지 들려준다. 트윈 스크롤은 터보 랙을 최소화하며 빠른 반응으로 운전자를 들뜨게 한다. 120km/h가 넘어가면, 리어 뷰 미러에 재규어 한 마리가 나타나 리어 윈도 절반을 가린다. 가변식 스포일러가 생각보다 높게 올라온다. 처음에는 트렁크가 열린 줄 알았다. 80km/h 정도가 되면 제자리로 돌아가며 수동으로도 조절할 수 있다. P300의 주특기는 고속주행은 아니다. 프리미엄 GT카로서 부족하지는 않지만, 포지션을 보자면 아기자기한 주행 성능이 더 어울린다.

드라이브 모드를 바꾸고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와인딩 코스에 들어섰다. 타이어는 이미 충분히 데워졌다. 깊게 밟은 가속 페달에 맞춰 배기 사운드가 실내에 파고든다. 2단으로 코너를 공략하다 보니 애매한 상황이 생긴다. 물론, 코너 각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가장 알맞은 단수는 3단이다. 2단은 코너링 중 레드존에 걸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리어 뷰 미러로 보면 꼭 트렁크가 열린 것 같다

P300의 장점은 균형감이다. 과하지 않은 출력과 그를 압도하는 하체. 엄청난 출력으로 전자 장비에 의존해야 하는 고성능 모델보다 운전의 재미를 느끼기에는 딱 좋다는 생각이다. 쏜살같이 달리는 맛은 분명 덜했다. 우렁찬 배기 사운드도 들리지 않았지만,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건 오히려 더 낫다. 충분히 제어할 수 있을 만큼, 예측이 가능하게 움직인다. F-타입 P300의 등장은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매혹적인 디자인과 균형 잡힌 퍼포먼스까지. 거기에 가격까지 저렴(?)해졌으니, 위시 리스트에 넣어볼 만하다.

LOVE  디자인, 디자인, 디자인

HATE  조금 더 우렁찼으면 하는 배기 사운드

VERDICT  비싼 입문용 쿠페


Jaguar F-Type P300

Price 8880만 원

Engine 1997cc I4 가솔린 터보, 300마력@5500rpm, 40.8kg·m@1500~4500rpm

Transmission 8단 자동, RWD

Performance 0→100 5.7초, 250km/h, 9.8km/ℓ, CO₂ 172g/km

Weight 1650kg


최재형 사진 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