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사운드에 집중했다, 소니 1AM2

블루투스도 아니다. 노이즈 캔슬링도 없다. 오직 본연의 기능인 사운드에 집중했다. 소니 MDR-1AM2(이하 1AM2) 말이다.

소니가 지난 2014년 선보인 MDR-1A를 4년 만에 리뉴얼했다. 소니 사운드의 새로운 기준이라는 다소 거창한 소개말도 덧붙였다. 아티스트가 의도한 사운드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한다고. 물론 그에 걸맞게 고음질을 위한 기술을 집약했다.

디자인, 디테일을 다듬다

겉모습은 기존 1A와 비슷하다. 얼핏 보면 그리 큰 변화가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새로운 설계를 적용하면서 디테일한 부분을 개선했다.

우선 크기와 무게. 편안한 착용감을 위해 하우징 크기를 줄이고 무게를 전작보다 더 가벼운 187g에 맞췄다. 착용하고 있으면 무게감이 거의 안 느껴질 정도. 이어패드는 반발력 높은 폴리우레탄 폼을 넣고 흡방습성이 좋은 가죽으로 감쌌다. 얼굴에 맞게 변형되는 건 물론 귀에 땀이 차지도 않는다. 밀착감은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다.

헤드밴드 역시 부드러운 가죽 소재로 덮었다. 여기에 가벼운 프레임과 머리가 눌리는 현상을 방지하는 축 구조, 귀 전체를 감싸는 오버이어 타입을 적용했다. 덕분에 온종일 착용해도 아무 부담이 없다. 이 정도면 한여름에도 도전해 볼 수 있겠다.

하우징 바깥쪽은 매끈하게 다듬어 아웃도어용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해드밴드의 행거 부분에서 뻗어 나와 케이블로 이어지는 유선형 파이프가 인상적이다. MDR-Z1R과 비슷한 형태로 전체적인 이미지를 한층 부드럽게 만든다. 좌우 유닛은 약 90도 회전하도록 설계했다. 보관의 편의를 위한 배려다. 탄력 있는 헤드밴드로 내구성도 높였다.

컬러는 블랙과 실버 두 가지. 각각 한 가지 컬러로 덮었다. 하우징에 새긴 소니 로고만 은빛으로 빛난다. 모델명과 L/R 표시도 다른 컬러긴 하지만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 유광과 무광 소재를 적절히 섞어 심심하지 않게 디자인한 것도 포인트다.

내부, 새롭게 설계하다

사실 외형보다 내부에 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40mm HD 드라이버를 새로 개발했다. 돔의 경사를 최적화하고 알루미늄 코팅 액정 폴리머 진동판을 넣었다.

진동판 보호 그릴에는 피보나치 패턴을 적용했다. MDR-Z1R에 적용했던 그 기술. 피보나치 수열의 그래프를 이용한 것으로 하우징 안쪽을 보면 꽃문양의 그릴을 확인할 수 있다. 드라이버를 보호하고 사운드 댐핑을 최소화해 디테일을 살리는 역할을 한다.

하우징 위쪽에는 비트 리스폰스 컨트롤 기술을 적용했다. 덕분에 중저음의 리듬을 정확하게 재현한다. 참고로 재생 주파수는 3~10만Hz, 임피던스는 16Ω, 음압 레벨은 98dB/mW이다.

1AM2에서 주목할 부분은 케이블이다. 1AM2는 유선 연결이 필수다. 배터리에 신경 쓰지 말고 안정감 있고 신뢰성 있는 고음질 사운드를 즐기라는 의도다. 소니가 플래그십 모델을 유선으로 만드는 것이 이런 이유다. 단 케이블은 착탈식. 1AM2에는 리모컨이 달린 3.5mm 케이블과 4.4mm 표준 밸런스 케이블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모두 은도금 무산소동으로 만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4.4mm 밸런스 단자다. 일본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가 제안한 오디오 단자 규격으로 좌우 각각 +와 -를 분리하고 GND를 추가해 5극으로 구성한다. 좌우 채널을 완벽히 분리해 간섭을 줄이고 왜곡과 손실 없이 완성도 높은 스테레오 사운드를 구현하는 것이 장점. 기존의 3.5mm 단자보다 선명한 사운드를 구현한다. 소니는 추후 고음질 휴대용 기기의 단자가 4.4mm 밸런스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래서 지난 2016년 선보인 NW-WM1 이후 플래그십 모델에는 4.4mm 밸런스 단자를 빼놓지 않고 있다. 1AM2 역시 4.4mm 밸런스 케이블을 지원한다.

사운드, 더 부드럽고 섬세하다

주로 NW-ZX300에 4.4mm 밸런스 케이블로 연결해 96kHz 24bit의 FLAC 음원을 재생했다. 영화 <라라랜드> <위플래쉬> OST와 아이유 <꽃갈피> <팔레트> 데미안 라이스 <My Favourite Faded Fantasy> 등 다양한 장르의 음원을 들었다.

참고로 1AM2는 아웃도어에도 적당한 크기와 디자인이지만 외부 소음 차단 효과가 덜하기에 제대로 들으려면 주변 환경을 신경 써야 한다. 길거리나 대중교통에서는 소음까지 뒤섞여 음악이 갖고 있는 감동을 충분히 느끼기가 어렵다.

역시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사운드다. 새로운 설계를 기반으로 중음에서 고음까지 선명하고 생생한 사운드를 구현한다. 물론 기존 소니 플래그십 모델처럼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이 강하다. 자칫 대중과 거리가 먼듯한 고음질 음원이지만 대중을 포근하게 아우르는 느낌이랄까. 그러면서도 고음역의 디테일을 살리고 저음을 조금 줄여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특히 인상적인 건 고음이다.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선명함을 지니면서도 자극적이지 않게 튜닝했다. 자칫 날카로울 수도 있는 드럼의 하이햇이나 현악기의 고음을 부드럽게 구현해 대중성을 놓치지 않았다. 보컬의 표현도 풍부하다. 주변 악기보다 한발 다가서 있어 좀 더 명확하게 들을 수 있다. 보컬의 숨소리나 마른 입술을 붙였다 떼는 소리까지 그대로 전달한다. 저음은 전체적으로 든든하게 받쳐준다. 깊고 풍부하게 퍼져가는 베이스와 강한 어택감을 원음에 충실하게 구현한다.

아이유 <가을아침> <개여울>에서는 보컬 고유의 질감을 충분히 살리고 데미안 라이스 <It takes a lot to know a man> 같은 곡에서는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의 볼륨감이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다양한 악기의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다. 영화 <위플래쉬> OST에서는 다양한 악기가 한데 어우러진 빅밴드 브라스의 매력을 여실히 즐길 수 있다. 음원 차트를 오르내리는 대중가요도 경쾌한 비트로 음악의 맛을 살린다.

그다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팝이나 EDM을 추천하기는 하지만 대중가요부터 대편성곡까지 소화해내는 능력은 충분하다. 물론 좀 부드러운 느낌 때문에 클래식 장르에서는 다소 부족함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색다른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1AM2를 들으면서 4.4mm 밸런스 케이블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NW-ZX300에 3.5mm 케이블과 4.4mm 밸런스 케이블을 모두 연결해 보니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더라. 온 신경을 집중해도 그다지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헤드폰이나 DAP 모두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서일 수도 있고.

고음질의 대중화를 위한 헤드폰

1AM2는 블루투스도 아니고 노이즈 캔슬링을 지원하지도 않는다. 부가 기능만 보면 요즘 트렌드에는 상당히 뒤처져 있다. 하지만 본연의 기능인 사운드 측면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고음질 음원을 집이 아닌 외부에서도 들을 수 있는 시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트렌드에 잘 맞는 헤드폰이라고 할 수 있겠다.

1AM2의 실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서 온 신경을 집중하길 권한다. 물론 여의치 않다면 그냥 흘려들어도 괜찮다. 기본기가 충분하니까. 디자인이나 착용감도 괜찮고.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음색이 불분명한 이들에게는 소니 제품을 추천한다. 앞서도 말했듯이 고음질 음원을 대중의 입맛에 맞추는 튜닝이 소니의 특기니까. 1AM2 역시 누구에게든 추천하기 좋은 헤드폰이다. 단 34만9000원이라는 가격은 어느 부분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체감 정도가 다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음질이나 음색, 착용감에 비해 저렴하게 느껴진다.

이번에도 고음질의 대중화에 앞장선다
4.4mm를 고집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한만혁

일상에 일상을 더해 이상을 이루는, 지극히 차가운 현실주의자. 제품을 보는 관점 역시.
mh@gearba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