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젤리의 ㅊㅊㅊ] 또 다른 사춘기

따뜻한 하루가 조금씩 늘어나는 요즘. 도시에 퍼지는 온화한 기운 탓인지 거리엔 부쩍 사람이 늘었다. ‘까르르 까르르 하하 호호’ 기분 좋은 수다가 스치고, ‘빵-빵-삐-’ 이전엔 거슬렸던 도로의 소음마저 한결 경쾌해졌다.

요새 어디 아파? 뭔가 달라졌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른한 이 공기가 온전히 느껴지지 않는 때. 뜻하지 않게 찾아온 어른의 사춘기다. 훌쩍 커버린 몸과는 다르게 마음이란 놈은 때론 참 연약해서, 이렇듯 곤란한 감기에 걸린다. 4월의 [ㅊㅊㅊ]는 때 아닌 사춘기를 보내고 있을 당신을 생각했다. 익숙한 통근 버스가 낯설게 느껴진다거나 쉽게 지나던 회전문 앞이 살짝 망설여질 때 혹은 나를 제외한 모든 사물이 돌연 흑백 화면으로 멈춘 순간 같은 것.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마라. 마음의 사춘기 역시 마음껏 즐기고 사랑할, 삶의 일부일 테니까. 조금 다르고 어긋나면 어때. 더 많이 보고 느끼고 듣자. 필요하다면 소리를 질러도 좋고 크게 울어도 좋다. 당신만의 온전한 행복이 힘껏 차오를 때까지 마음껏, 끝없이, 아주 지독하게.

ED Sheeran – One
‘While I’m stumbling home as drunk as I’ 에드 시런이 부르는 노랫말처럼 흠뻑 취해 터덜 터덜 집으로 돌아가고 있을 당신에게 어울리는 노래. 에드 시런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Multiply의 수록곡, One이다. 잔잔한 어쿠스틱 멜로디와 에드 시런만의 트렌디한 음색이 섞였다. 키 작은 말더듬이로 외로운 유년 시절을 보낸 에드 시런, 유난히 혹독한 성장통을 거친 그여서 일까, 천재 뮤지션으로 자리 잡은 그의 노래가 어쩐지 더 큰 위로가 된다. One은 분명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는 데, 사랑이 주는 좌절과 연약함이 비단, 사랑뿐만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힘이 나나 보다.

Zara Larsson – Lush Life
사춘기에 어울리는 노래로 Lush life를 고른 건, 다소 거칠고 자유로운 노랫말 때문이었다. ‘난 오늘을 마지막인 것처럼 살 거야.’ ‘과거가 없는 것처럼 살 거야’ ‘내가 원하는 대로 하는 거야. ”새벽이 올 때까지 마음껏 춤을 출거야.’ 스웨덴 출신의 자라 라슨이 부르는 주된 내용이다. 재밌다. 귀엽고 앙증맞은 외모를 가진 그녀이기에 더 재밌다. 이제 막 스물두 살이 된 그녀가 ‘남들과는 다르게, 내 멋대로’ 라며 당차게 뱉어내는 멜로디와 가사가 흥미롭다. 그야말로 ‘영 앤 프리’다. 철들지 않는 것, 세월이 흘러도 조금은 남겨 둬야 할 정신인가 싶다.

백예린 – Bye bye my blue
모든 치유의 근본이 되는 ‘사랑’. 수많은 형태로 존재하는 사랑은 지극히 미워도 했다가, 좋아도 하고, 돌연 밀어 내기도 하는 등 온 지구를 통틀어 가장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아닐까. 노래 Bye bye my blue는 피프티앤드의 감성보컬, 백예린의 섬세한 음색이 섞여 더욱 신비롭다. 그녀의 노랫 속 누군가와의 지난 기억을 털어내듯, 황홀한 멜로디와 함께 아픔을 씻어내 보길. 꼭 사랑이 아니어도 좋으니, 아물지 않은 그 상처만은 반드시 치유하길.

드립걸즈 시즌 7
드라마가 아니다. 올해로 일곱 번째 시즌을 맞이한 드립걸즈는 온갖 음담패설과 자극적인 농담으로 이루어진 연극이다. 드립걸즈, 말 그래도 오직 ‘드립’으로만 100여분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덕분에 최근 들어 가장 많이 웃었다. 정말 재밌고 정말 더럽다. 그래, 좀 더러울 수 있다. 야하냐고?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도 좋다. 그래 봐야 ‘드립’일 뿐이니까. 그 자리에서 호탕하게 웃어도 누구 하나 뭐라 할 사람이 없다. 누군들 그곳에서만큼은 호색한 남자가 되고, 음탕한 여자가 된다. 뭐 어때. 그래 봐야 ‘드립’일 뿐인데.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 정문정
살면서 결코 피할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관계’. 로빈슨 크루소가 아닌 이상, 인생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다른, 지극히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는 더욱 중요하다. 하루의 절반을 함께 보내는 직장동료나 심지어 함께 살고 있는 가족까지도.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잡지 기자 출신 저자가 직장 생활을 통해 거친 혹은 그 이상으로 사회에서 경험한 관계의 적당한 거리를 제안한다. 존중과 예의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대하되, 최대한 우아하고 그리고 단호하게. 안심이 된다. 너와 나의 거리가 꼭 가까워질 필요는 없으니까.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하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갔더니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좋은 직장에 입사했더니, 이젠 좋은 배우자를 만나 좋은 결혼을 해야 한다. 도대체 누가 정해 놓은 매뉴얼일까? 만약 매뉴얼대로 살지 않는다면 과연 실패한 인생 일까.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다들 그렇게 사는’ 고정적인 인생에서 조금 벗어나 ‘나’의 길을 새롭게 도전해보기로 한다. 어느새 관념처럼 정해져 버린 인생의 무한 루트 속에 ‘한 번쯤은 내 멋대로, 살아보고 싶었던 대로’ 살아보길 권한다. 속이 좀 풀리는 기분이다. 적어도 이 책에서만큼은 실현할 수 있어 통쾌하다.

우리의 20세기
모두가 처음 살아보는 ‘인생’. 그렇기에 때론 서툴고 미숙할 수밖에. 영화 <우리의 20세기>는 싱글맘 도로시아와 그의 아들 제이미가 만들어 가는 삶의 성장통과 그 미성숙함에 대해 묘사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사춘기 소년 제이미, 도로시아는 그런 그를 걱정하지만 ‘엄마 난 남자들이 아닌, 그냥 나예요’.라고 말하는 10대 소년의 진심 어린 대사가 관객들로 하여금 깊은 공감을 이끈다. 그저 나를 나로 받아 주길 바라는 제이미의 진심이, 비슷한 성장통을 경험한 어른에게 위로가 되었기 때문 아닐까. 수많은 실패와 성공이 어우러진 인생, 그것은 꽤 길고 지루한 들 정답은 없다. 그저 온 마음으로 부딪히고 뜨겁게 경험해 볼 수밖에. 영화 <우리의 20세기>는 또 다른 사춘기를 겪는 누군가를 위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최젤리의ㅊㅊㅊ]는 라이프스타일을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 볼거리에 대해서, 한 달에 한 번 기어박스 피처 에디터가 직접 읽고 보고 들은 책,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을 소개한다. ‘ㅊㅊㅊ’는 츤츤한 본인의 성격과 ‘책 추천’의 초성을 사용해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말. 어딘가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불특정 다수에게 작은 위로가, 또 하나의 행복을, 예상 밖의 즐거움이 될 [최젤리의ㅊㅊㅊ].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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