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고 부드러운 태블릿, 와콤 인튜어스

지금이야 태블릿 하면 애플 아이패드나 삼성전자 갤럭시탭처럼 터치로 조작하는 태블릿PC를 떠올리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태블릿은 펜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PC 입력장치를 칭했다. 태블릿PC의 급속한 대중화로 이름을 빼앗긴 셈.

하지만 태블릿은 여전히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직관적이고 빠른 입력 장치라는 장점을 앞세워 디자이너나 웹툰, 일러스트, 캘리그라피 작가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도록 돕는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한번 적응하면 마우스는 답답해서 쓰지 못할 정도라고.

태블릿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와콤이 최근 입문용 펜 태블릿 인튜어스를 선보였다. 이전에 선보인 인튜어스를 한층 개선한 것. 입문용답게 작고 가벼운 휴대성을 유지하면서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종류는 7인치 블루투스 지원/미지원, 10인치 블루투스로 총 3가지다. 그중 7인치 블루투스 지원 모델을 써 봤다.

작업 영역은 이전 버전과 같지만 크기와 무게를 줄였다. 8.8mm 두께에 무게는 250g, 인튜어스 펜은 펜촉 포함 11.2g이다. 전작보다 가벼워진 덕에 마치 아무것도 안 들어 있는 목업 같은 느낌이다. LED 인디케이터가 없으면 오해할 수 있겠다. 참고로 블루투스 미지원 모델은 230g, 10인치 중형은 410g이다.

이 정도면 무거운 가방에 하나 끼워 넣어도 전혀 부담 없는 수준. 크기가 작으니 복잡한 책상 위도 상관없다.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니 카페 같은 곳에서 작업하기에도 좋다.

외형도 예쁘다. 작업 영역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고 뒷면에 차콜 블랙, 피스타치오 그린, 베리 핑크 등 파스텔톤의 컬러를 입혔다. 나름대로 디자인 측면을 강화한 것. 디자이너 혹은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이 들고 다녀도 전혀 부끄럽지 않을 정도는 된다. 때가 금방 타겠지만. 참고로 블루투스를 지원하지 않는 모델은 차콜 블랙만 나왔다.

작업 영역은 152x95mm. 전체 태블릿의 75%를 쓸 수 있다. 여전히 부드러운 표면이다. 미끄러지는 감도도 좋다. 뻑뻑하지도 않고. 거치적거리는 부분이 없으니 선을 긋거나 펜을 이동할 때 자연스럽다. 초보자라도 거부감 없이 사용할 수 있겠다.

상단에는 전원 버튼과 4개의 익스프레스 키를 배치했다. 전원 버튼 한가운데에는 LED 인디케이터가 있다. 전원 온오프 상태만 표시한다. 블루투스 연결 상태도 알려주면 좋으련만. 익스프레스 키는 전용 소프트웨어에서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부여할 수 있다. 사실 이 부분은 개인에 따라 활용도가 나뉜다. 개인적으로는 키보드와 마우스 조합에 익숙한지라 익스프레스 키는 거의 쓸 일이 없더라. 개인차가 있는 부분이니 참조만 하자.

여기에는 숨겨진 기능이 하나 있다. 인튜어스 펜 트레이 역할을 겸한다. 움푹 들어가도록 만들어 펜이 이리저리 굴러다니지 않게 잡아준다. 한참 사용 중일 때는 꽤 유용하더라. 물론 이동하거나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위쪽에 있는 작은 스트랩에 넣는 걸 추천한다.

와콤 태블릿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인튜어스 펜이다. 일단 그립감이 좋다. 연필처럼 딱 잡기 좋은 두께에 무게도 가볍다. 인체공학적인 곡선에 무광 소재로 만들어 미끄러짐도 덜 하다. 그립감만큼은 애플 펜슬보다 더 좋더라. 오른손잡이는 물론 왼손잡이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특허받은 EMR(자기공명) 기술을 적용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 또한 특징. 선을 그어 보면 알 수 있다. 얼마나 부드러운지. 마치 종이에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4096 압력 감지 레벨을 지원해 선 두께도 원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이전에 태블릿을 사용해 본 디자이너도 같은 의견이다. 편하면서도 정확하게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 드로잉감은 물론 필기감이 좋다고 평도 덧붙였다.

개인적으로는 배터리 부분도 좋았다. 따로 충전하거나 갈아 끼지 않아도 되니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뒷부분에는 펜촉을 보관할 수 있는 보관함을 달았다. 끝부분을 돌려서 열면 3개의 펜촉이 나온다. 펜촉을 교체하는 홈은 뒷부분에 배치했다.

인튜어스만의 장점이 하나 더 있다. 와콤은 인튜어스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드로잉이나 페인팅, 이미지 편집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기본으로 증정한다. 디자인과 일러스트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코렐 페인터 에센셜 6(Corel Painter Essentials 6), 웹툰 혹은 만화 작업에 적합한 클립 스튜디오 페인트 프로(Clip Studio Paint Pro), 사진 편집에 특화된 코렐 애프터샷 프로 3(Corel AfterShot 3)가 그것. 단 모델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수가 정해져 있으니 미리 체크해야 한다.

PC와의 연결은 블루투스를 이용한다. 4.2 버전으로 연결 속도가 빠르다. 전원을 켜는 즉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충전하는 중에도 사용할 수 있다. 따로 설정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전환되니 편하다. 단 반드시 드라이버를 설치해야 한다. 아이맥과 맥북 프로의 경우 드라이버를 설치해야만 블루투스 연결이 가능했다. 물론 와콤 홈페이지에서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기왕이면 바로 연결해서 쓸 수 있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입문용답게 말이다.

새로운 인튜어스는 이전 모델에 비해 한층 향상된 태블릿을 경험할 수 있다. 와콤은 입문용이라고 하지만 목적에 맞는 앱과 적절히 매치하면 애니메이션, 페인팅, 사진 편집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그게 어떤 것이든 원하는 걸 충분히 표현할 수도 있고. 태블릿을 한 번 써볼까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 사용해 보길 권한다. 충분히 만족할 테니. 휴대용으로 간편하게 쓸만한 태블릿을 찾는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한만혁

일상에 일상을 더해 이상을 이루는, 지극히 차가운 현실주의자. 제품을 보는 관점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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