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환의 카포인트] 소리 없는 600마력 전쟁

이 세상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것들로 넘쳐난다. 짜장면과 짬뽕이 그렇고, 메르세데스-AMG E 63과 BMW M5가 그렇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취향 문제지만, 600마력을 넘나드는 고성능 세단을 만드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치열한 전쟁과도 같다.

메르세데스와 BMW. 독일 프리미엄을 대표하는 두 자동차 브랜드의 격전은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오를 지경. 하지만 소비자들은 전 체급에서 이뤄지는 두 브랜드의 치열한 공방전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매번 새로운 기술로 무장하며 우열을 다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혜택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기 때문.

특히, 짜릿한 성능을 온몸으로 뿜어내는 고성능 차라면 얘기는 더욱 재미있어진다. 각 브랜드의 가치와 지향점을 온전히 담아내는 동시에, 라이벌보다 뛰어난 건 당연하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게끔 만드는 매력적인 성능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두 브랜드를 대표하는 고성능 세단, E 63과 M5의 관계는 서로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라이벌. 때마침, E-클래스와 5시리즈가 한 단계 진화했고, 당연히 E 63과 M5도 전작을 뛰어넘는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왔다. 둘이 자신만만해 하는 특징은 과연 뭐가 있을지 짚어보자.

1. 과격함과 온순함으로 나뉜 외모

AMG E 63 – 세련되고 정직한 얼굴이 순식간에 우람한 근육질 괴물로 변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가 보다. 우악스럽게 벌린 그릴과 흡기구만으로 강인해 보이는 매력이 대폭 올랐다. 물론, 이것만으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툼하게 살 오른 펜더와 그 위의 ‘V8 BITURBO’ 레터링을 보는 순간부터 요동치기 시작한 당신의 심장은, 불쑥 솟은 리어 스포일러와 사각형 쿼드 머플러를 마주하는 순간 터져버릴지도 모른다.

BMW M5 – E 63에 비하면 M5는 온순하게 생긴 편. 국내에서 팔리는 신형 5시리즈 대부분 M 스포츠 패키지 파츠를 달고 나왔기에, 깔끔하고 공격적인 인상에 이미 익숙해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기본형과 고성능 버전의 변화의 폭도 미미하다. 하지만 겉모습만으로 속단하긴 이르다.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고장력 강철로 이뤄진 차체는 기본 5시리즈와 같지만, 지붕에 카본 파이버를 써서 더 효율적인 경량화를 추구했다. 한층 날카롭게 다듬은 뒷범퍼와 디퓨저에 얌전히 자리 잡고 있는 쿼드 머플러로 기본형에서 맛볼 수 없는 강렬한 배기음이 터져 나온다.

2. 엉덩이를 놔주지 않는 인테리어

AMG E 63 – 동급에서 가장 고급스럽기로 소문 난 메르세데스의 장점을 고스란히 살렸다. 가죽과 금속, 카본 파이버와 알칸타라 등 훌륭한 품질의 소재로 가득한 실내는 정말 호화스럽다. 화려한 와이드 스크린 콕핏과 예쁘게 반짝이는 송풍구는 기본이고, 명품 티를 내는 IWC 시계와 부르메스터 오디오, AMG 로고를 박아넣은 스티어링 휠마저 멋스럽다. 그런데 다루기 어려운 메르세데스 특유의 컨트롤러도 그대로다.

BMW M5 – 다이내믹 비즈니스 세단을 추구하는 5시리즈의 지향점은 M5에서도 여전하다. 전에는 짜릿한 성능에 치우쳤다면, 지금은 말 그대로 다재다능한 성격을 추구한다. 편안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도 마찬가지. 다루기 쉬운 터치스크린과 익숙해질 필요가 있는 제스처 컨트롤도 기본형과 같다. M5가 다른 게 있다면, 주행 관련 기능을 듬뿍 담은 새로운 8단 기어 레버, 스티어링 휠 위에서 반짝이는 M 로고와 붉게 타오르는 M1, M2 모드 단축키다. 아,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가슴 한쪽이 뜨거워진다.

3. 압도적인 성능의 파워트레인

AMG E 63 – AMG는 예전의 6.3ℓ 자연흡기 엔진을 버리는 대신, 강력한 성능을 지원하는 터보차저를 받아들였다. E 63이 품은 M178 4.0ℓ V8 바이터보 엔진은 최고 571마력, 76.5kg·m를 내는 AMG의 최고성능 엔진. 90°를 이루는 양 실린더 사이에 터보차저 2개를 밀어 넣어 엔진 크기를 줄이고 무게중심을 낮췄다. 번개 같은 변속 속도를 자랑하는 9단 자동변속기가 이를 뒷받침한다. 더 높은 성능을 원한다면, 최고 612마력, 86.7kg·m까지 성능을 높인 E 63 S도 존재한다. 아직 국내에 안 들어온 게 슬플 따름이다.

BMW M5 – M5 또한 전 세대에서 이미 터보차저를 받아들였지만, 그때는 다운사이징이라기보다 더 높은 성능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신형 M5는 한층 완숙해진 파워트레인을 품었다. 더 빠른 반응성을 위해 매니폴드를 다듬고 새로운 트윈터보를 더한 건 물론, 전보다 더 효율적이고 가벼워진 냉각 시스템을 갖춘 최고 608마력의 S63B44T4 엔진이 바로 그 증거다. 이전에 썼던 7단 DCT 대신, 변속 시간이 똑같은 M 버전 8단 자동변속기를 넣은 것도 새로운 변화.

4. 광적인 달리기를 지원하는 4륜구동 시스템

AMG E 63 – 메르세데스의 4륜구동 시스템 4매틱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4매틱+가 새로운 E 63에도 들어갔다. 푸근한 비단길을 걷듯 편안하고 아늑한 승차감을 선사하던 럭셔리 세단이 손쉽게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4매틱+ 덕분이다. 특히, 한 차원 높은 고성능 버전인 E 63 S는 오직 뒷바퀴로 모든 힘을 보내는 드리프트 모드를 갖추고 있어, M5와의 뜨거운 대결에 불을 지필 수 있다. 레이스 모드에서 차체 자세 제어 장치를 꺼버리고 수동 변속 모드로 돌리면, 120km/h에 다다르기까지 뒷바퀴만 굴리며 짜릿한 슬라이드를 선사하는 것.

BMW M5 – 신형 M5가 맞이한 가장 커다란 변화라면 역시, 4륜구동 시스템을 품었다는 것. 많은 고민 끝에 M 모델에도 x드라이브를 넣기로 한 M 디비전의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M 모델의 퍼포먼스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특단의 조치인 셈. 차체 자세 제어 장치인 DSC의 개입 여부와 M 디퍼렌셜의 지휘에 따라 신형 M5는 안정적인 4륜구동 세단의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드리프트를 지원하는 마성의 머신으로 돌변한다. 이제 누구든 좀 더 쉽게 탐할 수 있는 매력덩어리가 된 것이다.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의 라이벌, 메르세데스-AMG E 63과 BMW M5. 신형 M5가 M 모델에 최적화된 x드라이브를 받아들이며 비로소 동등한 조건의 대결이 성립됐다. 자, 이제 우리는 둘의 진검승부를 기다리며 지켜볼 준비만 하면 된다. 당신은 준비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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