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리스 덩치에 성능은 고급기, 소니 a7 III

얼마 전 첫 아이가 태어났다. 여기저기서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그중에서 한 선배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축하한다. 이제 a7을 살 수 있게 됐구나” 아이를 낳아서 축하한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고가의 소니 a7을 눈치 안 보고 살 수 있게 됐으니 축하한다는 말이었다. 얼마 후 다시 만난 그 선배는 소니 a7 III 이야기를 꺼내다 나를 보며 한마디 한다. “아직 안 샀어?”

소니가 지난 3월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a7 III를 내놨다. a7 시리즈의 신작이다. 400~500만 원대 풀프레임 카메라에 들어 있던 고급 기술을 넣었다는 게 소니의 설명이다. 풀프레임 카메라가 갖춰야 할 기준을 제시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얼마나 잘 만들었기에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걸까. 얼마 전 선배에게 들었던 말도 있고 해서 직접 찍어 보면서 이리저리 살펴봤다.

새로운 센서로 화질을 높이다

내부에는 새로 개발한 이면조사 엑스모어 R CMOS 센서를 넣었다. 2420만 화소를 지원하는 35mm 풀프레임 CMOS 센서다. 이번엔 집광 효율을 개선하고 전기회로망의 스케일을 확장했다. 배선 레이어에 구리 소재를 사용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인 것도 특징.

덕분에 색 재현력과 디테일이 향상됐다. 나무나 풀, 하늘 등 풍경의 다양한 컬러를 쨍하게 담아낸다. 콘트라스트와 선예도 역시 뚜렷하다. 원근감의 표현도 좋고 얇은 선이라도 뭉개짐 없이 정확하게 표현한다. 사물의 질감도 그대로 느껴진다. 피부톤 역시 인상적이다. 생기 있는 얼굴을 그대로 담아내 생동감이 돈다. 그 자체로 광이 나는 아이의 물광 피부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화질이 좋으니 너무 적나라해서 부담된다. 평소에 보이지 않던 얼굴의 잡티도 신경 쓰인다.

어두운 곳에서도 밝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정밀도 역시 높은 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중에도 전봇대 안쪽까지 선명하다. 어두운 실내에서도 피사체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ISO는 최대 5만1200까지 지원한다. 전작의 2만5600보다 두 배 늘었다. 영역별 노이즈 감쇄 기술도 적용해 디테일을 살리면서 노이즈가 적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또한 15스톱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지원해 빛과 어둠의 표현이 보다 다양해졌다. 역광이나 그림자가 진 곳도 밝게 담아낸다.

속도도 빨라졌다. 프론트 엔드 LSI를 적용해 데이터 리드아웃 속도를 두 배 높였다. 개선된 비온즈 X 프로세싱 엔진으로 데이터 처리 속도 역시 전작에 비해 1.8배 빠르다.

한층 강화된 연사와 AF

연사 속도도 빠르다. AF/AE 추적 상태에서 초당 10장의 속도로 최대 177장의 JPEG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다. 전작보다 두 배 늘어난 것.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가지와 꽃잎도 흔들림이 없다. 뷰파인더나 LCD 화면에서의 지연도 최소화해 찍는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연사 기능에서 마음에 드는 건 사진을 메모리카드에 저장하는 중에도 기능 키와 메뉴 버튼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사진이 저장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 부분은 아이 사진 찍을 때 특히 유용하다. 연사로 한창 찍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웃음을 지을 때 다시 연사를 찍을 수 있다.

AF는 보다 넓어지고 빨라졌다. a9의 AF 시스템을 그대로 계승한 것. 693개의 위상차, 425개의 콘트라스트 AF 포인트를 전체 화면의 93%에 달하는 영역에 담았다. 그냥 원하는 피사체가 LCD 안에 들어오기만 하면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참고로 전작의 경우 위상차 117개, 콘트라스트 25개 수준. 얼굴 인식은 기본, 아이AF 기능도 지원한다. 얼굴뿐 아니라 눈까지 정확히 포착하는 것. 아이의 작은 눈도 놓치지 않는다.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초점 영역을 바꿀 수 있는 편의 기능도 담았다.

성능 못지않은 편의성

윗면과 뒷면에는 다양한 메뉴 버튼을 달았다. 마이버튼에는 총 30개의 메뉴 항목을 등록할 수 있다. 뒷면에 있는 터치스크린 LCD는 236만 도트의 XGA OLED 트루파인더. 정확하고 생생한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단 LCD가 너무 밝게 보여 노출 조절에 실패할 수도 있다. 수동으로 놓고 밝기는 0으로 맞출 것을 권한다.

메모리카드 슬롯은 두 개를 담았다. JPEG/RAW 분리 저장, 스틸 이미지와 영상 분리 저장, 연속 저장 등 다양한 저장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와이파이를 통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결과물을 전송할 수 있다. 원격 제어는 기본. 단자부에는 USB 3.1 타입C 단자도 추가했다. 촬영 중에도 배터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것. 배터리 수명은 전작 대비 2.2배 늘었다. CIPA 측정 결과 LCD 사용 시 최대 710장까지 찍을 수 있다. 실제 들고 돌아다녀 보니 하루 이상은 거뜬하다.

사실 사양을 보면 결과물이 나쁠 수가 없다. 하지만 a7 III는 더 상위 기종까지 넘볼 수 있을 정도의 결과물을 보여준다는 것이 장점. 편의성을 위한 다양한 기능까지 더했다. 게다가 작고 가볍기까지 하다. 일반 미러리스 카메라만 한 덩치에 전문가급 기종의 결과물을 내는 걸 보면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소니가 풀프레임 미러리스의 새로운 기준이라고 자신할만하다.

서두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요즘 카메라를 대할 때마다 아이 사진을 얼마나 잘 찍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아이 사진 찍기에는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만 한 게 없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크기나 무게에 대한 부담이 덜하고 세팅할 필요 없이 빠르게 찍기 좋으니까. 하지만 이건 일상을 담을 때의 이야기다. 특별한 날이면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 평생 소장할 좋은 사진을 찍고자 할 땐 아무래도 부족하다.

a7 III는 그런 부족함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크기와 무게까지 줄였으니 우리 같은 일반인에게는 더없이 좋다. 막 찍어도 수준급의 결과물을 보여주기도 하고. 문제는 가격. 몸체만 249만9000원이다. 여기에 렌즈까지 더하면 300만 원은 훌쩍 넘어간다. 그만한 값어치를 충분하지만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자 그럼 이제 고민을 시작해 보자. 아이 사진을 핑계로 넘어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