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중형 세단의 15초 전쟁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하는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린다.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제품 정보를 전달해야 하기에 직관적이고 함축적이다. 자동차 광고도 마찬가지. 같은 세그먼트의 자동차 광고 4개를 들여다봤다. 분명히 다르다.

쉐보레 말리부

‘로드홀딩’, ‘세이프티’, ‘스타일’ 3가지 편으로 구성된 말리부 광고는 줄곧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한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을 모델로 내세웠는데, 퇴근 후 축구장에서 기다리는 친구들을 향해 말리부를 타고 달려가는 내용이다.

스티어링 휠을 180˚ 이상 확 꺾는 장면과 달리는 차의 휠을 클로즈업한 장면을 통해 역동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빠른 템포의 BGM과 등장하는 문구는 ‘달릴 때 가장 멋진 내가 된다’로 간결하고 명확하다. 말리부는 광고를 통해 ‘중형 세단은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깨고 있다.

현대 쏘나타

쏘나타 광고인지 몰랐다. 광고 중반까지 자동차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기 때문. ‘아이 기침엔’, ‘답답한 시야엔’, ‘주의력 결핍엔’으로 나뉜 제목만 보면 약 광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은 알아챘겠지만, 요즘 말랑말랑한 감성을 호소하는 ‘레트로’를 활용한 광고다.

의도된 촌스러움이 모던한 쏘나타 뉴라이즈와 만나 대비를 이뤘다. 흑백화면에 쏘나타만 색깔이 있어 눈에 잘 띈다. 쏘나타 뉴라이즈의 풍부한 편의 장비가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준다는 다소 유치한 내용이지만, 신선한 컨셉트 덕분에 지루하지 않다.

기아  K5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K5는 ‘차도차’가 되고 싶었나 보다. 비장한 느낌을 주는 베이스 위주의 음악과 함께 날카로운 이미지로 가득하다. 또한, 빠르게 이어지는 화면 전환을 활용해 영상에 속도감을 강조했다.

독특한 점은, 다른 광고들과 달리 K5의 광고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손이 잠깐 보이는 게 전부다. 자동차만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그만큼 차 자체에 대한 자신감이 크다는 뜻이다. 광고를 자꾸 보면 운전해 보지 않았는데도 ‘K5는 예리한 주행 감각을 일 것 같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르노삼성 SM6 

감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보르도 레드’ 컬러가 추가된 2019년형 SM6에 걸맞게 광고 역시 시종일관 레드톤이다. 자동차를 사람에 비유해 표현하는 건 그다지 새롭지 않지만, 매력적인 모델과 붉은 조명 아래의 SM6의 비주얼이 시선을 붙잡는다. 기능이나 주행성능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단지 멋진 화면으로 감성을 자극할 뿐이다.

똑같이 스티어링 휠을 잡는 장면을 보여주더라도 SM6 광고는 다르다. 움켜쥐지 않고 어루만지는 쪽에 가깝다. 게슴츠레한 눈의 여성과 허스키하고 중저음인 남성 내레이션의 조화는 야릇한 느낌마저 든다. 금요일 밤 클럽에서 흘러 나올 것 같은 음악이 섹시함을 더한다.

박호준

박호준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엉덩이는 무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