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의 정석, 폭스바겐 파사트 GT

아늑한 캐빈과 부드러운 가속력을 선사하는 파사트 GT. 오래도록 수명을 이어온 파사트의 장수 비결은 다름 아닌 탄탄한 기본기다

장수의 비결, 모든 인류의 희망이자 영원한 숙제다. 자동차라고 다를 바 있을까? 자동차 브랜드가 한 모델의 이름을 오래도록 고집하는 이유는 상징적인 성능과 품질을 뚜렷하게 강조하기 위함이다. 폭스바겐 파사트도 그렇다. 파사트는 1973년 최초로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 긴 역사와 명맥을 유지하며 7세대에 이르렀다.

파사트 GT에는 새로운 얼굴, 새로운 차체를 비롯해 새로운 기술이 파고들었다. 모든 게 과거 파사트와 비교해 우월했다. 틀림없이 이상적인 진화다. 하지만 국내 데뷔가 많이 늦었다. 예정대로라면 2016년 출시해 유감없이 실력 발휘에 나서야 했지만 디젤게이트가 파사트 GT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결과적으로 데뷔가 2년이나 늦어진 파사트 GT.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일까? 미세먼지로 답답한 서울 도심 속에서 파사트 GT를 시승했다.

파사트 GT를 처음 본 건 2016년 독일 출장 때였다. 당시 아우토슈타트에 7세대 파사트가 도열해 있었다. 그때 만난 파사트 GT의 첫인상이 참 좋았다. 단정하고 깔끔한 느낌의 폭스바겐 패밀리 룩. 비율도 근사했다. 정확하게 3박스 형태에 날렵한 캐릭터 라인으로 지루함을 덜었다.

넓고 쾌적한 실내는 한결 고급스럽게 진화했다

비록 출시가 늦었지만 디자인 수명은 유효하다. 낮고 길게 뻗은 자태는 과거의 파사트를 말끔히 잊게 한다. 단정한 스타일은 마치 아우디 세단처럼 고급스럽다. 과한 치장은 절제하고 신중하게 그린 선과 면으로 품격을 끌어올렸다. 실내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단장했다. 방법은 외관과 동일하다. 정직한 인테리어 구조에 페이톤의 흔적을 남겨두고서 우드 트림과 가죽 시트로 감성적인 품질을 강조했다.

콕핏에서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은 다름 아닌 8″ 센터 디스플레이다. ‘디스커버 미디어’라고 명명한 새로운 인포테인먼트는 완벽한 터치와 뛰어난 연결성을 확보해 디지털 트렌드에 합류했다. 당연히 스마트폰과 완벽한 궁합을 자랑하며, 앱-커넥트(App-Connect) 기능을 통해 미러링크와 애플 카플레이도 지원한다. 또한 아날로그와 이별한 계기반과 작은 유리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HUD도 신선하다. 물론 사용하기에도 편리하다. 눈에만 화려한 것이 아니라 언제나 정확하게 반응하며, 많은 운전자가 익숙한 온도 조절과 미디어 조작을 위해 아날로그 버튼을 남겨두었다. 골프는 끔찍한 수동 조절 시트를 고집했지만 파사트 GT는 전동으로 조절된다. 게다가 메모리 기능까지 덤이다. 시트 포지션 또한 여유롭게 설정됐다. 덕분에 팔은 길고 다리가 짧은 에디터의 신체 조건으로도 이상적인 운전 자세가 연출된다. 역시 폭스바겐은 운전자 환경을 잘 이해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변치 않는 강점이다.

파사트 GT의 엔진은 오직 2.0 TDI뿐이다. 그러나 배기 가스 문제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파사트에 올라간 EA288 엔진은 SCR 방식을 사용하고 산화 촉매 장치와 디젤 미립자 필터(DPF)를 적용했으며, 질소산화물은 촉매 변환기를 통해 낮춘다. 성능과 효율을 높이기 위한 개량도 이뤄졌다. 캠샤프트와 밸런스 샤프트에 저마찰 베어링을 적용했고, 2개의 밸런스 샤프트를 사용해 진동을 잡았다.

아우디가 부럽지 않은 디지털 계기반. 깔끔한 그래픽은 보기에도 좋다

녹색 신호등에 맞춰 출발한 파사트 GT는 부드럽게 속도를 끌어올린다. 190마력은 도심에서 충분하다. 1500rpm에서 이미 진득한 토크가 쏟아져나오며 야무진 DSG가 매끄럽게 기어를 바꿔 문다. 방음 처리도 훌륭하다. 우렁찬 TDI의 울음소리와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말끔히 걸러냈다. 가속 반응과 출력 전개 그리고 변속 시점까지 모든 주행 초점이 안락함에 집중되어 있다. 덩달아 운전도 편하다. 굳이 가속 페달을 자극하며 달릴 필요 없다. 흠잡을 데 없는 쾌적한 주행이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과 뒤 멀티링크 조합이다. 구조적으로 큰 변화는 아니지만 이전 모델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유럽형의 주행 질감이 유효한 셈이다. 기본적으로 푸근한 승차감으로 시작한다. 요철을 밟거나 둔덕을 빠르게 지나쳐도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해버린다. 롤과 피치는 확실히 줄었다. 스티어링 휠에 반응하는 속도도 한결 경쾌하다. 여전히 안정적인 언더스티어에 머물러 있지만,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정보량이 많아졌다. 즉, 운전자는 달리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다양한 첨단 안전 장비도 눈길을 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어수선한 강변북로에서도 잘 작동했고, 정체 구간에선 트래픽 잼 어시스트가 나서서 차선을 유지했다. 감히 시험해볼 수 없었지만, 보행자나 전방의 장애물을 감지해 제동하는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과 프런트 어시스트 기능 역시 든든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모든 게 좋을 순 없다. 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가격과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을 고려해본다면 파사트 GT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우선, 파사트 GT는 프리미엄 E-세그먼트와 쟁쟁한 국산차 사이에 꼭 끼어 있다. 위에서 찍어 누르고 아래서는 치열하게 박차고 오르는 형국이다. 소비자는 다양한 금융 프로그램으로 손쉽게 BMW를 계약하거나 제값 톡톡히 하는 그랜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주위에서 파사트 GT의 품질을 묻는다면 고민 없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독일 세단의 주행 품질을 뚜렷하게 반영한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다만, 2년의 공백 기간이 안타까울 뿐이다.

LOVE  탄탄한 기본기와 첨단 안전 장비

HATE  계속 눈에 밟히는 5시리즈와 그랜저

VERDICT  모든 게 평균을 웃도는 패밀리 세단

Volkswagen Passat GT 2.0 TDI Prestige

Price 4990만 원

Engine 1968cc I4 터보 디젤, 190마력@3500~4000rpm, 40.8kg·m@1900~3300rpm

Transmission 6단 DSG, FWD

Performance 0→100 7.9초, 233km/h, 15.1km/ℓ, CO₂ 125g/km

Weight 1566kg

김장원 사진 김범석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bejangwon@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