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만 집중하도록, 젠하이저 GSP600

전장에 나가는 장수는 좋은 무기를 갖춰야 한다. 개인의 능력치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무기 말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좋은 무기, 그러니까 충분한 성능을 지닌 게이밍 기어를 갖춰야 제대로 실력을 낼 수 있다. 프로게이머가 자기만의 게이밍기어를 고집하는 게 바로 이런 이유다. 어떤 게이밍 기어를 쓰느냐에 따라 승률도 판가름 난다. 때로는 자신의 실력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흔히 게이밍 기어라고 하면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헤드셋을 꼽는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빠른 움직임과 지연 없는 반응 속도, 수월한 조작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아이템이다. 헤드셋도 마찬가지. 상대방의 위치와 움직임을 간파하는 데 도움을 준다. 물론 게임의 긴장감을 더해 몰입도를 높인다는 장점도 있다.

헤드폰과 이어폰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젠하이저가 게이밍 헤드셋 GSP600을 선보였다. 게임제로(G4me Zero) 시리즈의 후속작으로 자사 헤드폰 기술력을 집약했다는 것이 젠하이저의 설명. 이번엔 디자인을 한층 게이밍 기어답게 다듬고 기존에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사운드 성향도 개선했다.

게이밍 기어다운 디자인

일단 디자인부터 보자. 다소 두툼한 헤드밴드에 큼직한 유닛을 연결했다. 블랙 컬러를 기반으로 실버와 레드로 포인트를 주었다. 정제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랄까. 가벼움보다는 묵직함과 강인함이 느껴진다. 기존 젠하이저의 게이밍 헤드셋을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전작보다 한층 게이밍 기어다운 외모로 거듭났다. 이 정도면 게이머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편의성도 생각했다. 사실 편의성은 게이밍 기어의 필수 요소다. 게이머가 오롯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 오른쪽 하우징에는 음량 조절을 위한 다이얼을 달았다. 일단 직관적이어서 좋다. 갑자기 음량을 키우거나 줄일 때도 유용하다. 버튼을 한 번씩 누르는 게 아니라 한 번에 돌리면 되니까. 마이크를 올리면 자동으로 음 소거 되는 것 또한 편의성을 위한 기능이다.

전작과 달리 헤드밴드의 길이 조절부를 늘리면 좌우로 벌어지도록 디자인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납작한 느낌이다. 단 양옆에 공간이 많기 때문에 착용 후에는 목에 무언가를 걸거나 빼기가 애매하다. 물론 게임 중에는 그럴 일이 없겠지만.

케이블은 착탈식. 총 두 개의 케이블을 제공한다. PC 연결용 케이블은 마이크와 사운드가 분리했고 마이크와 사운드 단자를 합친 AUX 케이블은 PC와 애플 맥을 비롯해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 콘솔 게임기와 연결하기 좋다. 케이블은 패브릭 재질로 만들어 터치 노이즈를 줄이고 거치적거리지도 않는다.

오랜 게임도 부담 없는 착용감

더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기 위해 장만한 헤드셋인데 오히려 신경 쓰이기만 한다면 안 될 일이다. 그래서 GSP600은 착용감에도 신경 썼다. 여러 가지 요소를 더해 편안함을 더한 것.

일단 헤드밴드에 장력을 조절하는 버튼을 달았다. 흔히 장력은 제조사가 제품을 만들 때 미리 세팅해 놓기 마련. 하지만 젠하이저는 사용자가 취향껏 조절하도록 했다. 헤드셋이 너무 조이면 바깥쪽으로 밀어 장력을 줄이고 너무 느슨하면 안쪽으로 모아 장력을 키우면 된다. 좌우 각각 5단계를 지원해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두툼한 이어패드도 편안한 착용감에 한몫한다. 내부에는 얼굴 모양에 딱 들어맞도록 메모리 폼 패드를 넣고 옆면은 외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인조가죽으로 둘렀다. 피부에 닿는 부분은 땀이나 열이 나도 피부에 들러붙지 않도록 쿨링 스웨이드 재질로 덧댔다.

헤드밴드와 유닛을 연결하는 메탈 재질의 힌지는 상하좌우로 부드럽게 움직인다. 사람마다 다른 머리 형태를 고려한 것. 머리 모양에 상관없이 딱 맞게 밀착한다. 덕분에 착용감은 한층 좋아지고 외부 소음이 들어오는 것도 막는다.

이런 요소 덕분에 395g이라는 다소 무거운 무게를 지녔음에도 무게감 대신 편안한 착용감을 느낄 수가 있다.

사운드에 집중하기 좋은 하우징

하우징은 귀 전체를 덮는 오버이어형이다. 또한 밀폐형으로 만들어 헤드폰을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외부 소음을 어느 정도 차단한다. 시끄러운 PC방에서도 게임에 집중하기 좋다. 임피던스는 28Ω이며 주파수 응답 범위는 10~3만Hz이다. 참고로 함께 발표한 GSP500은 오픈형이다.

유닛에는 젠하이저 고유의 사운드 기술을 적용했다. 일단 해상력. FPS 게임을 할 때는 그 무엇보다 해상력이 중요하다. 상대방이 움직이면서 내는 소리를 정확히 들어야 하기 때문. GSP600은 디테일한 소리도 정확히 구현한다. 7.1채널을 지원하는 것 또한 특징. 게임 내에서의 공간감이 넓어져 상대방이 움직이는 방향까지도 정확히 판가름할 수 있다. 상대방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 물론 7.1채널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게임 타이틀이나 플레이어가 7.1채널을 지원해야 한다.

이번에는 저음역도 보강했다. 전작에서는 일부 소비자에게 저음이 약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를 적극 수용한 것. 한층 강렬한 저음으로 박진감을 더했다. 사운드로는 일가견 있는 젠하이저인 만큼 음질은 수준급이다.

덕분에 게이밍으로 국한 짓기는 아쉽다. 음악을 듣기에도 좋다. 풍성한 저음과 넓은 스테이지를 기반으로 깨끗한 중음, 시원한 고음을 재생한다. 해상력이 좋으니 빠른 속도로 읊어대는 래핑도 선명하게 들을 수 있다. 물론 보컬의 가사 전달력도 좋다. 입체감도 좋아 음악의 생동감을 한층 살린다. 이 정도면 웬만한 헤드폰 못지않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볼 때도 좋다. 공간감이 좋으니 영화의 박진감을 더하고 해상력이 좋으니 대사도 명확히 들린다.

이번 테스트를 위해 GSX1200 프로를 함께 사용했다. 게이머를 위해 제작한 앰프로 바이노럴 렌더링 엔진과 7.1 서라운드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2채널밖에 지원하지 않는 PC나 노트북에서도 7.1채널의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지연 없이 깨끗한 사운드는 기본.

GSP600을 설명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마이크다. 크기는 여느 헤드셋에 있는 것과 다름없지만 방송 장비 수준이다.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넣어 주변 잡음을 줄이는 것이 특징. 숨소리까지 걸러낸다. 게임에 한창 집중하고 있는데 마이크를 입에 바짝 붙인 친구의 거친 숨소리 때문에 짜증이 났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GSP600은 이런 불편함을 없앤다. 마이크의 주파수 응답은 10~1만8000Hz, 감도는 -47dBV/PA다.

젠하이저 GSP600은 게이머를 위해 태어난 헤드셋이다. 오랜 시간 게임해도 신경 쓰이지 않도록 여러 요소를 추가해 착용감을 개선했다. 해상력을 높이고 저음을 풍부하게 튜닝한 것 또한 게이머의 취향을 고려한 것. 오래도록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물론 음향 기기 제조사로 쌓아온 기술력은 기본. 물론 그만한 값을 치러야 한다. 34만5000원. 요즘 하도 저렴한 가격의 보급형 제품이 많아 다소 비싸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게이머라면 투자할 가치는 충분하다.

 

한만혁

일상에 일상을 더해 이상을 이루는, 지극히 차가운 현실주의자. 제품을 보는 관점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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