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 M4 컨버터블과 낭만적인 하루

일장춘몽은 ‘한바탕의 봄꿈’이라는 뜻이다. 인생의 모든 부귀영화가 꿈처럼 덧없이 사라지는 것을 비유한다. 대개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사라질 때 사라지더라도 한 번쯤은 누려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닐까?

어느 날 갑자기 꿈에 그리던 차가 하늘에서 떨어진다면 어떤 기분일까. 심지어 하루동안 마음대로 타도 좋다고 한다면? 레드존을 찍은 V8 엔진처럼 심장이 요동칠 게 분명하다. 봄날을 만끽하기 더없이 좋은 고성능 컨버터블인 ‘M4 컨버터블 컴페티션 패키지’(이하 M4 컴페티션)가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M4 컴페티션은 언뜻 보면 이전 M4와 다른 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휠이다. 20″ 스타 스포크 휠이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는데, 기본 모델에는 18″나 19″ 휠을 제공했다. 달라진 점을 좀 더 찾아보자면, 둥근 헤드램프가 육각형으로 바뀐 것과 키드니 그릴을 블랙 컬러로 통일한 것 정도다. 블랙 크롬은 그릴뿐만 아니라 가니시와 트렁크에 붙은 M4 레터링에도 쓰였다. 3.0ℓ I6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이 19마력 증가해 450마력이라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엔진 자체의 구조적 변화라기보단 ECU 설정을 손본 결과다. 최대토크는 56.1kg·m로 같지만 최고출력 회전수가 기존의 5500rpm에서 7000rpm으로 늘었다. 개인적으로 431마력과 450마력의 차이는 차를 매우 격하게 몰지 않는 이상 느끼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그렇다.

 

차를 앞에 두고 사설이 길었다. 흘러가는 일분일초가 아까운 마음에 서둘러 시동을 걸고 도로로 나섰다.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와 달리 하늘은 청명했다. 계기반에 표시된 외부 온도는 13℃. 루프를 열지 않을 이유가 없다. M4 컴페티션의 리트랙터블 하드톱은 지붕을 벗는 데 23초 정도 걸린다. 맑은 하늘과 적당히 따사로운 햇살을 쐬니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어서 빨리 서울 도심을 빠져나가 마음껏 달리고 싶었다. 탁 트인 곳을 찾아 무작정 운전대를 돌렸다.

한걸음에 동해까지 내달리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바다를 보는 것 말고도 M4 컴페티션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으니까. 차선책으로 고른 곳은 팔당유원지를 지나 두물머리로 이어지는 6번 국도. 한강 1경으로 꼽히는 두물머리를 보며 신양수대교를 달리기 위해서다. 다행히 교통량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운전을 즐길 수 있었다. 뻥 뚫린 직선 도로에서 급가속을 위해 갑자기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봤다. 그러자 7단 M 더블 클러치는 순식간에 기어를 6단에서 2단으로 바꿔 물고 rpm 바늘을 곧추세웠다. 힘이 넘치는 M4 컴페티션은 제한속도를 훌쩍 넘기고도 밟는 족족 힘차게 나아갔다.

운전 중 머리 위로 벚꽃잎이 쏟아진 적 있나? 나는 있다. 황홀하다

평범한 직선 도로 주행만으로는 M4 컴페티션의 능력을 제대로 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와인딩을 즐기기 위해 남한산성으로 향했다. 남한산성은 길이 좁고 코너의 굴곡이 심해 어지간해선 시속 50km 이상 속력을 내기 어렵다. 그런데도 겁도 없이 굽이치는 길을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공략했다. 참고로 M4 컴페티션은 엔진, 댐퍼, 스티어링, 변속기를 각각 3단계로 구분해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엔진과 댐퍼는 컴포트로 하되 스티어링은 스포츠, 변속기는 스포츠 플러스로 하는 식이다.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최대 81가지의 설정이 가능한다는 소리다. 게다가 스티어링 휠에 M1과 M2 버튼이 있어서 미리 정해놓은 설정값을 손쉽게 불러올 수 있다. 순한 양처럼 달리다가 일순간 흉포한 야생마로 돌변하고 싶을 때 유용하다. 고성능 후륜구동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와인딩 중 뒤가 미끄러져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는 아찔한 순간은 없었다. 아웃 인 아웃을 위해 중앙선을 침범하지도 않았다. 그저 타이어가 몇 번 울부짖었을 뿐, 급격한 코너를 매번 민첩하게 빠져나갔다. 오해하진 말자. 내가 운전을 잘해서가 아니라 전자제어를 통해 후륜 구동력을 최대 100%까지 좌우로 배분하는 액티브 M 디퍼렌셜과 M 컴파운드 브레이크 덕분이다. DSC를 해제하고 달려보면 되지 않냐고? 미안하다. 그러기에는 내 간이 너무 작다. 아, 와인딩에 집중하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남한산성은 관리사무소부터 중부면사무소까지 지방도로를 따라 약 8km의 벚꽃길이 장관이다.

서울은 밤, 밤은 봄이지

3시간 넘게 쉬지 않고 쏘다녔더니 슬슬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휴식이 필요한 시점. 묵직한 운전대를 부여잡느라 잔뜩 긴장한 어깨를 펴고 오른발에서 힘을 뺏다. 여유로운 오픈 에어링에 음악이 빠지면 섭섭하다. 봄에 어울리는 간질간질한 노래를 재생했다. 12개의 하만카돈 스피커가 뿜어내는 515W 출력의 사운드는 바람 소리를 뚫고 귀에 잘 꽂힌다. 오픈 톱 상태에서는 경쾌하고 맑은 선율이 잘 어울린다. 만약 낮게 깔리는 음악을 즐기고 싶다면, 톱을 씌워 소리가 잘 울리도록 하거나 음향 설정에서 베이스를 강조하는 편이 낫다.

햄버거랑 콜라 나오는 속도가 M4보다 빠르다. 진짜다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었다. 서울로 돌아가야 할 시간. 생각해보니 M4 컴페티션에 홀려 점심도 거른 상태였다. 가까운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검색했다. 먹기 위해 차에서 내리는 시간마저 아까웠다. 예상하지 못했던 장점을 드라이브스루 중 발견했는데, 지붕이 없어 음식과 돈을 주고받기 한결 편했다. 주린 배를 채우고 본격적인 야간 드라이빙을 시작했다. 하나둘 켜지는 도시의 불빛 사이로 달리는 야간 오픈에어링은 낮과는 또 다른 묘한 설렘을 불러 일으킨다. 낮에 비해 바람이 꽤 쌀쌀했지만 문제없다. 시트 열선, 스티어링 열선, 헤드레스트 아래서 나오는 히터가 따뜻하게 몸을 감싸주기 때문. 헤드레스트 히터 버튼이 센터패시아가 아닌 주차 브레이크 옆에 위치한 이유는 조금 의문이다. 스티어링 열선 역시 운전대 아래쪽에 숨어 있어 한눈에 찾기가 어렵다.

 

마지막으로 M4 컴페티션을 즐긴 곳은 강남의 번화가였다. 정확히 말하면 차를 향한 관심을 즐겼다. “저 차 뭐야?”, “M4 컨버터블 같은데?”, “멋있다”, “타보고 싶다” 같은 말들이 스쳐 지나갔다.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을 만큼 M4 컴페티션은 존재감이 확실했다. 기어를 중립에 놓고 가속 페달을 밟아 M 스포츠 배기 시스템을 자랑할 수도 있겠지만, 자제했다. 솔직히, M4 컴페티션의 배기음은 뽐낼 만큼 훌륭하지도 않을뿐더러 차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거친 배기음은 소음 공해이니 말이다. 그 대신 괜히 애꿎은 지붕만 여러 번 여닫았다. M4 컴페티션과 헤어지고 싶지 않은 투정이었다.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만 갔고 꿈에서 깰 시간이 다가왔다. 화려한 도심의 네온사인을 뒤로한 채 일장춘몽은 끝이 났다. 원 없이 M4 컴페티션을 누렸으니 아쉽진 않다. 일장춘몽이 끝났으니 다음은 ‘한여름 밤의 꿈’을 꿀 차례인가?

You Know What?

파킹 기어 넣는 법

처음 M 모델을 타면 기어 레버에 P가 없어 당황하기 쉽다. 침착하자. 수동 기어 조작 경험이 있는 운전자라면 기어를 중립에 놓고 주차 브레이크를 당기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상태로 시동을 끄고 내리려 하면, 경보음과 함께 차가 굴러갈 수 있다는 섬뜩한(?) 문구를 내비친다. 더 큰 문제는 주차 브레이크가 오래 채워져 있으면 재출발 시 디스크와 패드가 충분히 이격되지 않아 소음과 열이 발생할 수 있다. 해결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D기어에 놓은 상태에서 시동을 끄면 된다. 그럼 알아서 P기어가 물린다. 단, 시동 버튼을 브레이크 밟은 상태에서 한 번, 떼고 한 번 눌러줘야 한다. 이게 정석이다. 그냥 기어 레버에 P버튼을 넣으면 안 되냐고? 그럼 M이 아니지.

론치 컨트롤

➊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켜고 DSC를 해제한다.

➋ 기어 레버를 오른쪽으로 밀어 수동 모드에 둔다

➌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은 상태에서 가속 페달도 깊숙이 밟는다.

➍ 곧 계기반에 깃발 아이콘이 나타나고 rpm이 고정된다.

➎ 브레이크에서 발을 뗀다.

➏ 발사!!!

주의: 극도로 위험하니 주위에 차가 없고 뻥 뚫린 도로에서만 시도할 것.

M 컬러의 유래

BMW M 하면 떠오르는 세 가지 색이 있다. 그 유래는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빨간색은 당시 M디비전과 파트너십을 맺었던 ‘텍사코’라는 석유회사를, 하늘색은 BMW 본사가 위치한 바이에른의 상징이다. 그리고 그 둘을 합쳤다는 의미로 밝은 보라색을 둘의 가운데에 위치하게 했다.

자나 깨나 입조심

“계피 빼고, 시나몬 넣어주세요.” 비슷한 말로는 “난 더치 커피보다 콜드 브루가 좋더라”가 있다. 눈치챘나? 사실 둘은 같은 말이다. M3와 M4도 따지고 보면 그렇다. 1986년 출시된 후 2012년까지 줄곧 세단, 쿠페, 컨버터블로 만들어지던 M3는 2013년부터 세단은 M3, 쿠페와 컨버터블은 M4로 나뉘었다. 각종 대회를 휩쓸어 M의 역사를 썼던 고성능 M3 쿠페의 핏줄은 M4 쿠페로 이어진다. 그러니 어디 가서 “BMW는 M3지. M4는 생긴 지도 얼마 안 됐잖아”라고 말하면 계피와 시나몬 꼴 난다.

박호준 | 사진 김범석

박호준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엉덩이는 무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