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63 & E 43, AMG의 강력한 브로맨스

당신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한쪽은 힘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E 43, 다른 한쪽은 힘에 힘을 더한 E 63이다. 무엇을 선택하든 후회는 없을 것이다

<car>는 지난해 8월호에서 메르세데스-AMG E 43의 시승기를 다뤘다. 당시 우리는 E 43을 AMG의 중간 보스라고 평가했다. E 43은 힘이면 힘, 품격이면 품격, 무엇 하나 흠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그렇다면 E 63은 오죽할까. 과거의 E 63을 만나면서 경험했던 통쾌한 파워와 비범한 카리스마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E 43을 먼저 시승하고 더 강력한 E 63을 기다리는 건,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다.

결국, 우리는 E 63을 만나는 자리에 E 43도 초대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놈과 더 완벽한 놈의 콤비 플레이다. 하지만 별로 달갑지 않은 봄비가 내렸다. 괴력을 내는 AMG 파워를 오롯이 느끼기엔 젖은 도로가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둘 다 네 바퀴를 굴리는 4매틱이라는 점. 마른 노면 위에서 끈적한 타이어를 태울 수 없지만, 네 바퀴의 든든한 트랙션을 의지하며 달려보기로 했다.

이른 아침 E 43과 E 63이 잠자고 있는 주차장. 손에는 2개의 키가 들려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선택의 기로에 섰다. E 43이냐, E 63이냐. 나는 이미 영국판 <car>를 통해 E 63의 시승기를 미리 보았고, E 63은 어마어마한 파워와 탁월한 주행 능력으로 기자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호평 일색인 E 63 시승기를 읽고서 어떻게 주저할 수 있을까? 결국 나는 E 63의 키를 먼저 챙겼다.

E 63은 다양한 E-클래스 라인업에 방점을 찍는 최고 성능 모델이다. 정확한 이름은 메르세데스-AMG E 63 4매틱+.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새로워진 초고속 세단이다. 엔진은 6.2ℓ에서 4.0ℓ로 배기량을 대폭 줄였다. 그렇다고 너무 아쉬워할 것 없다. 상징적인 V8 구조는 그대로 유지한 채 2개의 터보차저를 붙여 더욱 강력하다. 이 심장은 AMG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엔진이다. 끝판왕 AMG GT를 비롯해 C 63까지 두루 올라가지만 모델의 성격과 특징에 따라 세팅을 달리한다. 결과적으로 E 63의 최고출력은 무려 571마력, 최대토크는 76.5kg·m를 자랑한다.

E 63과 함께 달리는 데 좀처럼 비가 그치지 않았다. 시승 목적지로 정한 경상남도 진주까지 가려면 아직 한참을 달려야 했다. 와이퍼는 빠르게 눈앞을 스쳤고 E 63은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고정하자 터보 엔진이 활기를 더했다. 디지털 태코미터가 5000rpm을 스치면서 번개같이 기어를 바꿔 물었고 속도계는 빠르게 치솟았으며 타이어 그립은 아직 여유가 있었다. 이미 꽤 빠른 속도로 고속도로를 순항하고 있었지만 실내는 평온하다. 세차게 비가 내리는 창밖의 환경과 E 63 콕핏 사이에는 완벽한 단절이 존재한다. 덕분에 어지간히 속도를 높여도 평온하기만 하다. 다음은 스포츠 플러스. 소리부터 달라졌다. 대시보드 앞에선 V8 엔진이 야수같이 씩씩거리고 시트 뒤에선 팡파르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헤아리기도 힘든 9단 기어는 바짝 긴장한 상태다. 클릭 몇 번으로 rpm 바늘이 요란스럽게 요동치며 언제든 달려나갈 기세다. 폭력적인 가속력은 내 몸을 시트에 내동댕이쳤다. 기어를 올릴 때마다 흉부 압박이 계속됐고 무섭게 오른 속도계를 보고서 다시 심장이 벌렁거렸다.

휴게소에 잠시 들러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다시 한번 선택의 기로에 섰다. E 63이냐, E 43이냐. 나는 다시 한번 E 63을 골랐다. 그제야 E 63의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E 63 콕핏은 열정과 품위가 공존했다. 화려한 와이드스크린 콕핏, 반짝이는 송풍구와 여전히 다루기 까다로운 컨트롤러는 고급스러운 E-클래스와 다를 바 없었지만, 모든 인테리어 트림에는 카본의 향연이 일었다. 손에 잡히는 스티어링 휠은 마치 레이스카에서 빌려온 것처럼 알칸타라와 AMG 각인을 남겨두었고, 값비싼 부르메스터 오디오와 IWC 인제니어 시계까지 한껏 명품으로 치장한 상태였다.

실제 카본 트림과 AMG 로고를 얻기 위해선 4000만 원을 투자해야 한다

다시 달리기 시작. 비는 잦아들었고 노면이 조금씩 마르기 시작했다. 이번엔 바로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설정한 채 변속기 세팅을 수동으로 고정했다. 화려한 디지털 계기반은 분주하게 변속 시기를 알리며 가속을 재촉했다. 에어 서스펜션은 스포츠 모드와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 따라 압력이 다르게 설정된다. 스포츠 플러스에선 마치 돌덩이처럼 단단하게 차체를 지탱했으며, 고속에 이를수록 민첩한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한편 괴수 같은 파워를 다스리는 데는 4매틱이 제 역할을 다한다. 작정하고 가속 페달을 때려 밟지 않는다면 스핀조차 일으키기 힘들다. 0→100km/h까지 단 3.5초. 571마력과 4매틱 조합의 결실이다. 4륜구동은 코너에서 둔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접어두어도 좋다. 기본적으로 동력이 뒷바퀴에 집중되며, 물리적인 한계를 감지해 구동력 배분이 영리하게 이어진다. 따라서 운전자는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없다. 느긋하지만 빠르게 E 63을 누리는 운전자를 위해 영민한 4매틱이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꼬박 3시간 넘게 달려 진주에 도착했다. 이제 비는 완전히 그쳤고 활짝 핀 벚꽃이 2대의 초고속 세단을 반겼다. 한가한 주차장에 E 43과 E 63을 나란히 두었다. 둘은 형제처럼 닮았지만 다른 스타일로 개성을 뽐낸다. 범퍼 형상부터 거대한 휠과 머플러로 한껏 멋 부린 E 63은 좀처럼 절제가 없다. 그에 반하면 E 43은 단정한 신사가 머리 세우고 셔츠 단추를 한두 개 풀어 자연스럽게 멋 낸 스타일이랄까? 난 부담스럽지 않으며 맵시 나는 E 43을 선택했다.

2대의 괴물같은 AMG 세단을 몰고서 80ℓ의 기름 탱크가 바닥나도록 달렸다

E 43의 콕핏 역시 풍요롭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진짜 카본 트림과 IWC 시계가 빠졌지만, E 63과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우아하고 기품 있는 인테리어다. 포근하게 몸을 감싸는 AMG 스포츠 시트도 여전하다. 부드러운 가죽 시트 위에서 감미로운 부르메스터 사운드를 감상하든, 엔진을 채찍질하며 고속으로 질주하든 틀림없이 쾌적한 고성능 세단의 콕핏이었다.

둘 다 터보 엔진을 달았지만, AMG 전통의 웅장한 배기 사운드는 여전하다

감상을 미뤄두고 서둘러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E 43은 진하고 부드러운 힘으로 일관했다. 자극적인 배기 사운드나 거친 반응을 걷어낸 채 언제나 우아한 발걸음으로 가속한다. E 43에 올라간 V6 터보 엔진은 언제 만나도 반가운 녀석이다. 힘과 균형의 조화가 뛰어나며 무엇보다 부드러운 회전 질감으로 늘 우리를 놀라게 한다. 하지만 E 63의 V8에 비교하면 바람 빠진 헬륨 풍선처럼 굼뜨게 움직였다. 분명 태코미터를 바쁘게 오르내리며 맹렬히 가속했지만 이미 강렬한 맛에 익숙해진 내 감각 기관은 E 43을 싱겁게 평가했다. 기어를 내리고 한껏 rpm을 높여도 마찬가지다. 여유롭게 달리는 E 63을 쫓아가려면 시종일관 액셀을 바닥까지 내리밟아야 했다.

E 63은 6피스톤 캘리퍼와 5스포크 휠, E 43은 4피스톤 캘리퍼와 멀티스포크 휠 조합이다

잠시 E 63으로 갈아탈까 고민도 했지만 아직 E 43을 포기할 순 없었다. E 43은 주행 모드가 더 다양했다.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는 E 63과 똑같이 있었지만 E 43에는 사치 같은 에코 모드도 존재했다. 하지만 401마력을 자랑하는 엔진으로 굳이 에코 모드로 다녀야 할까? 나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고집하기로 했다. 서스펜션 역시 2단계로 감쇄력을 설정한다. 하지만 가장 단단한 스포츠 플러스에서도 E 63보다 부드럽다. 사실 나에게 이 정도면 충분하다. AMG이기 전에 E-클래스라면, 사소한 요철조차 푸근하게 지나치는 관대함이 필요하다. 즉, 먼 거리를 빠르게 달리는 고성능 세단에 꼭 필요한 능력이다.

어느덧 AMG 형제와 함께한 여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우리는 무려 7시간 넘게 달렸으며 연료 탱크는 바닥을 보였다. 어느덧 E 43에 익숙해진 나는 401마력에 충분한 포만감을 느꼈다. 트랜스미션은 언제나 영리했으며 단단한 섀시가 선사하는 세련된 주행 감각에 흠뻑 빠져들었다.

E 63은 여전히 호기로웠다. 도로 사정만 허락한다면 200km/h를 우습게 돌파하는 괴력을 과시했으며, 포악한 출력을 다스리는 4매틱의 마법도 환상적이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면, 고요하게 달리는 E 63이 오직 4기통으로만 숨 쉬는 모습이었다. 그 결과 E 63의 평균 연비는 7.4km/ℓ를 기록했고, 극악의 연비로 유명했던 AMG는 더 높은 출력과 함께 다이어트에도 성공했다.

비로 젖은 도로에서 4매틱이 진가를 발휘한다. 차마 ESP를 꺼버리진 못했다

서울에 도착하기 전 마지막으로 들른 휴게소. E 43이냐, E 63이냐. 나는 마지막으로 선택을 해야 했다. 더 이상 시승기에만 의지할 필요도 없고, 오래도록 시승하며 궁금증을 해소했지만, 여전히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나는 E 43의 키를 집어 들었다. 매끈한 파워와 훌륭한 승차감의 조화, 고급스러운 품격과 함께 실용 영역에서 풍요롭게 누릴 수 있는 성능이 나에겐 더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이 선택은 어디까지나 내 취향이므로 참고만 하길 바란다. 당신이 E 43을 선택하든 E 63을 선택하든, 절대 후회는 없을 것이다.

Hulk & Black Widow

M178: 4.0ℓ V8 Bi-Turbo

다운사이징 흐름에 따라 배기량을 줄이고 터보를 더한 메르세데스-AMG의 플래그십 엔진. 뱅크각 90°의 V8 실린더 사이에 2개의 보그워너 터보차저를 넣어 ‘Hot V’라는 작고 독특한 구조를 완성했다. 작은 V8 엔진은 더욱 낮게 배치할 수 있으며, 엔진과 가깝게 부착한 촉매 변환 장치로 최적의 공기 흐름을 유도해 배기 가스를 줄인다.

M276: 3.0ℓ V6 Bi-Turbo

가벼운 알루미늄 블록과 함께 독립적인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을 적용했고, 전자제어식 피에조 인젝터를 채용한 직분사 시스템을 사용한다. 터보 랙을 줄이고 빠른 반응 속도를 확보하기 위해 2개의 터보차저를 탑재했으며 부스트 압력은 1.1bar다. 또한, 실린더의 마찰력을 줄이기 위해 F1 V6 하이브리드 엔진을 통해 개발한 나노슬라이드 코팅 기술을 적용했다.

Mercedes-AMG E 63 4Matic+

Price 1억5400만 원

Engine 3982cc V8 가솔린 터보, 571마력@5750~6500rpm, 76.5kg·m@2250~5000rpm

Transmission 9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3.5초, 250km/h, 7.3km/ℓ, CO₂ 242g/km

Weight 2100kg

Mercedes-AMG E 43 4Matic

Price 1억1400만 원

Engine 2996cc V6 가솔린 터보, 401마력@6100rpm, 53.0kg·m@2500~5000rpm

Transmission 9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4.6초, 250km/h, 8.9km/ℓ, CO₂ 197g/km

Weight 1915kg

김장원 | 사진 최대일, 김범석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bejangwon@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