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원 칼럼] 현대 N에게 보내는 박수와 격려

열정적인 현대 N의 행보가 마냥 순탄치만은 않다. 브랜드 전략에 있어 빠른 속도도 좋지만 무엇보다 전략 방향이 중요하다

OZ 레이싱 알루미늄 휠, 피렐리 P 제로 타이어, 345mm 브레이크, 론치 컨트롤…. 여기 나열한 장비는 모두 현대가 만든 i30 N의 무기다. i30 N은, 일반적인 운전자는 전혀 관심도 없는 장비를 서슴없이 달았다. 요즘 이런 현대의 행보가 참으로 반갑다. 과거의 현대가 잘 팔리는 차만 만드는 제조사였다면, 요즘 현대는 열정적이고 진취적으로 꿈을 실현하는 제조사로 변모했다. 그 모습이 마치 1980년대 일본 경제가 호황을 누릴 때, 누구보다 과감했던 일본 제조사를 연상시킨다. 본격적인 제네시스의 라인업부터 고성능 브랜드 N의 도전까지 너무 대범해서 걱정될 정도다.

2018 Nürburgring 24h: 현대 N은 i30 N TCR 레이스카로 완주에 성공했다.

현대 N의 존재는 자동차 전문기자로서 특히 주목하는 분야다. 직접적인 판매 성장과는 동떨어진 전략이며 이동 수단의 목적을 넘어 감성을 자극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움직임은 제법 멋지다. BMW M의 알버트 비어만과 토마스 쉬미에라를 영입. 뉘르부르크링에 주행 성능 테스트 센터를 세우고, i30 N TCR 레이스카는 2018 WTCR(World Touring Car Cup), 2018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레이스에 참가해 의미 있는 성적을 내고 있다. i30 N의 긍정적인 평가도 줄을 잇는다. <car>를 비롯한 여러 해외 매체에서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주행 성능이 훌륭하고 운전이 재미있으며 경쟁 모델보다 가격이 싸다는 점이 그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괴짜 해치백에서 진정한 핫 해치로 거듭난 ‘벨로스터 N’.

얼마 전, 현대 N의 본부인 남양 연구소에서 벨로스터 N을 공개하고 미디어 시승 기회를 제공했다. 벨로스터 N의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36.0kg·m의 성능은 놀랍기만 하다. 우리나라에서 핫 해치로 인기를 누렸던 골프 GTI를 가볍게 압도하며, 세계 무대에서 핫 해치 경쟁을 뜨겁게 달구는 포커스 RS, 메간 RS, 시빅 타입 R, 골프 R, 레온 쿠프라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벨로스터 N에 올라간 레브 매칭 기능과 N 코너 카빙 디퍼렌셜(E-LSD)이다.

벨로스터 N을 단순히 출력만 높인 ‘스포티 카’가 아니라, 제대로 가속하고 선회하며 누구나 쉽게 운전을 즐길 수 있는 진정한 핫 해치로 만든 것이다. 또한, 남양 연구소의 진보한 연구 설비도 눈여겨볼 만하다. 실제 시험용 차가 아니라 각각의 모듈과 부품을 단독으로 시험해 주행 성능을 높인다. 예를 들어 서브 프레임에 연결된 서스펜션이나 휠을 첨단 계측 장비를 이용해 진동과 움직임을 조율하는 식이다. 이로써 작은 부품의 성능까지 정밀하게 측정하고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열정적인 현대 N의 행보가 마냥 순탄치만은 않다. 브랜드 전략에 있어 빠른 속도도 좋지만 무엇보다 전략 방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대 N은 무섭도록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너무 늦은 후발 주자다. 니스모, 폭스바겐 R, 르노 스포트 등 지금까지 고성능을 실현하는 브랜드는 차고 넘친다. 그리고 그들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맞이한 것도 아니다. 수많은 고성능 브랜드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으며, 특히 고성능 시장에서 대중적인 브랜드가 설 자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내연기관에서 빠르게 전동화로 흘러가는 유행도 무시할 수 없다. 여전히 자동차 마니아는 자연흡기 엔진과 수동변속기에 열광하지만, 정작 대중은 내연기관이 보여주는 매력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오히려 신선하고 세련된 전기차에 환호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모터쇼는 전기차가 주인공이다. 심지어 최첨단 전자 장비와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자동차가 CES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에 반해 고성능 자동차는 무대를 잃고 있다. 그나마 전통과 감성을 호소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폴스타의 시작은 볼보 전문 튜너였지만, 현재는 볼보의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현대는 누구보다 유행에 민감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BMW i와 메르세데스 EQ, 폭스바겐 I.D를 비롯해 볼보 폴스타가 친환경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로 탈바꿈한 사례도 눈여겨 봐야 한다. 시작은 참 좋았다. 나 역시 국산 핫 해치의 만남이 더없이 반갑다. 하지만 앞으로 더욱 현대적인 현대 N의 작품도 기대해 본다.

글 : 김장원 <car> 매거진 한국판의 수석 기자이자 자동차와 운전을 사랑하는 자동차 마니아. 그는 새로운 유행을 반기지만 여전히 클래식카를 사랑하며 과거 기술과 전통을 반긴다.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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