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쉬로 살아보기

하고 싶은걸 하기로 했다

언젠가 출근길 지하철에서 문득 떠올린 버킷리스트. ‘어디든 마음이 가는 곳에서 하고 싶은 걸 해보기’. 여러 번의 고민과 몇 번의 실패 끝에 지난 5월 초, 드디어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 2018 노스페이스 100 코리아 트레일 러닝 대회

‘트레일 러닝’. 꼭 해보고 싶었던 러닝의 한 종류다. 트레일 러닝은 일반 러닝과는 달리 땅의 고도에 따라 필요한 에너지와 페이스가 제각각 다르다. 따라서 지형의 높낮음을 온전히 느끼는 운동. 다이내믹한 풍경의 변화와 각 지형의 특별함을 느끼는 다채로운 매력이 있다. 지난 19일엔 국내 트레일 러닝 대회가 열리기도 했는데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최지였던 강릉과 평창 일대를 달리는 ‘노스페이스 100 코리아’가 개최되었다. 경포 호수 광장을 출발해 바다를 끼고 달리는 코스. 평창의 하늘길을 완주하며 트레일 러닝만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벤트였다.

그렇게 런던에서의 트레일 러닝을 생각했던 것 같다. 잘 알지 못하는 공간, 런던. 이토록 낯선 땅을 달리는 것이야 말로, 사소한 걱정 따위 생각조차 하지 못할 만큼 짜릿한 행복을 얻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고요히 흐르는 템즈강변에서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런던 아이’와 영화 <노팅힐>의 오래된 책방이 있는 그곳, 지하철을 의미하는 언더그라운드 표지판마저 도시의 멋스러움이 되는 곳, 런던. 바로 런던에서 말이다.

오랫동안 마음이 가던 이곳 런던을 막상 마주해보니, 흐린 날씨를 걱정했던 지난 며칠이 멋쩍어질 만큼 이곳은 너무나 맑았고, 더할 나위 없이 나른한 공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 노스페이스 ULTRA TR lll

런던의 거리를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그저 발길이 닿는 곳을 향해 걷고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그 길에선 매 순간 새로운 풍경을 조우했고 시간이 지나 거리가 조금 익숙해질 때쯤엔 아주 조금씩 아주 천천히 뛰어도 보았다.

평평한 땅으로 이루어진 이 도시는 정처 없는 러너에게 너무나 완벽한 공간이었다. 갈 곳이 있든 없든, 지나는 런던 거리의 곳곳은 전부 그림과 같았다. 달리는 모든 거리엔 아치 모양의 석조 건물이 스쳤고 선명하게 칠해놓은 빨간색 2층 버스가 도시의 멋을 당당히 과시하듯,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었다.

▲ 버킹엄 궁전 앞 광장

머무르며 느낀 런던의 날씨는 계속해서 아름다웠다. 그리고 달리다 마주친 ‘버킹엄 궁전’. 엘리자베스 여왕이 살고 있는 특별한 공간답게 대영제국의 국기가 웅장하게 빛나고 있었다. 버킹엄 궁전을 마주하고 있는 광장 앞으론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 있었고, 이들 각자는 눈으로 보고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했다.

▲ 노스페이스 트레이닝 제로 재킷과 에어 벤트 레깅스

런던의 거리를 달린다는 건, 큰 준비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그저 시원한 트레이닝 재킷과 팬츠, 간단한 러닝화 한쌍이면 충분했다. 물론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야 하는 트레일 러닝 특성상, 체온 유지에 필요한 전용 재킷이면 더욱 좋다. 실제로 런던에서 입고 달렸던 노스페이스 트레이닝 제로 재킷은 뛰는 내내 땀이 맺히거나 지퍼로 여미는 재킷의 답답함이 없었다. 오히려 달리는 매 순간이 가벼웠고, 주머니 디테일과 혹시 모를 기후 변화를 대비한 모자가 달려있어 더욱 든든했다. 팬츠는 에어 밴트 레깅스를 입었는데 밴드로 감싼 허리 부분이 여성스러운 라인을 강조해 주어 날씬한 맵시를 연출할 수 있었다. 러닝화 역시 훌륭했다. 노스페이스 ULTRA TR lll은 오래 달려야 하는 트레일 러닝의 특성을 고려해 아주 가볍게 제작된 러닝화였다. 덕분에 런던 시내를 단 한순간의 불편함 없이 오래도록 뛰고 달리고 걸을 수 있었다.

런던은 아름다웠다. 이 곳에서 달린 모든 순간은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의 의미와는 또 다른 어떤 것이었다. 러닝 도중 숨이 차면 벤치에 앉아 호색히 펴있는 장미향을 맡았다. 곧 둥근 모양의 피카다리 서커스를 지났으며 그러다 트라팔가 광장에 도달하면 무료로 볼 수 있는 내셔널 갤러리에 들어가 고흐, 마네 등 거장의 그림을 마음껏 구경했다. 호그와트로 가는 킹스크로스 역을 지나며 해리포터를 떠올렸고, 허기가 지면 소호의 한 작은 레스토랑에 들려 배를 채웠다. 런던에서의 트레일 러닝, 버킷리스트 한 줄을 드디어 지웠다.

최수련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 어디쯤.
sueryun@gearba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