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젤리의 ㅊㅊㅊ] 가족에 대하여

5월이 저문다. 가정의 달이란 의미조차 느끼지도 못한 채 5월도 어느새 지나가 버렸다. 눈 앞에 보이는 삶 앞에 가정의 달을 살아가면서도, 정작 가족을 떠올리지 못했던 것 같다. 따라서 5월 마지막 주 최젤리의 [ㅊㅊㅊ]는 가정의 달 특집으로 준비했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의 편, 부정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단 하나의 핏줄, 여러분의 가족을 생각할 때다.

샘 김 – MAMA DON’T WORRY
시애틀이 고향인 샘 김은 가수의 꿈을 위해 한국에 왔다. 그리고 이곳에서 생활한 지 막 4년 차. 어느새 21살이 된 그지만 여전히 엄마 품이 그리운 어린 소년일 뿐이다. ‘MAMA DON’T WORRY’는 그의 미니 앨범 <I AM SAM>에 수록곡으로, 바다 건너에 아들을 그리워하고 있을 엄마를 위한 노래다. 한창 철없는 나이임에도 그가 보고 싶을 가족을 위해 그는 노래를 통해 안심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으로 잔잔하고 고요한 기타 소리가 어쩐지 좀 슬프다. 우리 엄마는 1시간이면 코 닿는 곳에 계신 데, 이 노래만 들으면 왜 이렇게 엄마가 보고 싶은지 모르겠다.

김창완 -집에 가는 길
산울림의 멤버 김창완의 두 번째 앨범 수록곡 ‘집에 가는 길’.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한 음절 한 음절 부르는 그의 노래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편안하고 쉽게 부르는 그의 멜로디 속에는 가슴을 먹먹히 울리는 묘한 힘이 있는 것. 밖에서 겪은 슬픈 기억들을 모두 버리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가사는 세상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따뜻한 집을 떠올리게 하는 든든한 위로의 노래가 된다.

유희열 – 엄마의 바다(feat. 김윤아)
엄마의 바다는 세월호 사고 유가족을 위해 만들어졌다. 주체할 수 없는 큰 슬픔에 작은 위로를 전하는 노래로, 특별한 가사는 없다. 그러나 멜로디만으로 마음을 나눈다는 것. 음악이 가진 진정한 힘이 아닐까. 곡 엄마의 바다는 우울과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는 유가족에게 조금은 따뜻한 음악이 된다.

모던 패밀리 시즌 6
미국 드라마 모던 패밀리는 말 그대로 ‘현대 가족’이라는 뜻이다. 흔한 가족의 일상을 다룬 드라마로, 가까운 이웃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지극히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느덧 시즌 10을 준비하고 있는 롱런 드라마, 모던 패밀리. 정상적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지만 내용은 실상 그렇지 않다. 주인공보다 어린 여자와 새 살림을 차린 아버지, 동성 결혼은 물론, 입양까지 감행하는 성소수자 동생 그리고 속도위반으로 낳은 자식들은 전부 저마다의 방식으로 말썽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드라마가 롱런할 수 있는 이유였던 것 같다.  ‘평범한’ 가정이란 없다는 전제. 누구의 삶이든 각자의 스토리엔 다양한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그저 타인의 삶을 일일이 알고 싶지 않았을 뿐. 그런 의미에서 모던 패밀리는 다른 형태의 가족을 관찰하며 깊은 공감 포인트가 된다. 특별히 시즌 6을 추천하는 이유는 현실적인 에피소드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아, ‘현실적인’이란 표현도 취소하련다. 가장 가까운 ‘나’의 ‘우리’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래서 좋다. ‘가족은 다 이렇구나’ 했다.

할아버지의 기도 – 레이첼 나오미 레멘
책 <할아버지의 기도>는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된다. 저자는 외할아버지와의 애틋한 추억을 공유하며 독자 스스로가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특별히 죽음을 앞두고 있거나, 절망하고 있는 사람에게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되돌아보는 저자의 목소리에는 탄탄한 그리움이 서려 있다. 가족과의 추억은 그 어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진귀한 기억이라는 것에 뼈 있는 깨달음이 된다.

카모메 식당 – 무레 요코
사실 이 책은 가족에 관한 책이라고 하기엔 억지가 있다. 오히려 상처받은 영혼을 위한 힐링 서적이라 하는 쪽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 때문이었다. 가족의 모양엔 정해진 틀이 없다는 것. 핀란드의 작은 식당  ‘카모메 식당’은 외로운 이방인에게 따뜻한 가족이 된다. 삶에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만지고 공감하며 포근한 안식처를 자처한다. 낯선 땅 가운데 가장 특이한 형태의 가족, ‘카모메 식당’.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삶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케빈에 대하여
자유로운 여행가였던 주인공 에바에게 어느 날 아들이 생긴다. 일은 물론 육아를 해내야 하는 그녀의 삶은 예상치 못하게 생겨버린 아들 케빈에 의해 점점 망가져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바는 케빈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아들 케빈은 에바에게 이유 없는 반항을 하며 그녀의 삶에 큰 고통이 된다. 어느 날 청소년이 된 케빈이 사회에 부적응자로 전락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는 앞으로 살아갈 에바의 인생에 그녀가 영원히 감당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되고야 만다. 가족에 관한 영화로 <케빈에 대하여>를 고른 이유는 이 역시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딸을 죽인 범인이 사랑하는 본인의 아들이 된다는 영화.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룰 법한 비현실적 소재라 생각하겠지만 그 반대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그저 영화’일뿐이니까.

[최젤리의ㅊㅊㅊ]는 라이프스타일을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 볼거리에 대해서, 한 달에 한 번 기어박스 피처 에디터가 직접 읽고 보고 들은 책,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을 소개한다. ‘ㅊㅊㅊ’는 츤츤한 본인의 성격과 ‘책 추천’의 초성을 사용해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말. 어딘가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불특정 다수에게 작은 위로가, 또 하나의 행복을, 예상 밖의 즐거움이 될 [최젤리의ㅊㅊㅊ]. 잘 부탁해♥
최수련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 어디쯤.
sueryun@gearba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