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컨버터블로 떠나는 휴가

미세먼지 나쁨, 답답한 황사 소식, 꽃가루 범벅인 불쾌한 기상 예보.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차라리 톱을 활짝 열고서 경쾌한 드라이브를 떠나보자

날이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바깥 공기가 상쾌해서, 에어컨 바람이 싫어서, 잠이 몰려와서,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남들 걱정만큼 불편할 일도 없고, 지붕 열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하물며 오픈에어링에 흠뻑 취하며 떠나는 여행은 얼마나 행복할까? 우리는 화끈한 로드스터와 앙증맞은 컨버터블로 떠나는 휴가를 상상해 보았다.

파란 바다와 빨간 GTS는 제법 잘 어울린다

남들은 휴가를 떠날 때 실용적인 SUV나 왜건을 우선순위로 꼽는다. 사실, 짐도 많이 실어야 하고 장거리를 달리기엔 이만한 차도 없다. 하지만 꼭 박스터로 떠나야 한다면 제대로 휴가를 즐길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박스터와 여행은 환상적이다. 우리의 시승차는 최근 선보인 718 박스터 GTS였다. GTS는 여행과는 오히려 거리가 멀다. 평범한 박스터보다 훨씬 출력이 셀 뿐만 아니라,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스포츠 섀시를 달아 차체는 10mm가 더 낮아졌다. 게다가 한가로운 여행지보다 서킷에서 어울릴법한 에어로 파츠로 잔뜩 멋을 냈다. 그러나 실제로 버킷 시트에 몸을 담으면 고성능보다 반전 같은 쾌적함에 넋을 잃는다. 우선, 소프트톱을 무조건 벗겨야 한다. 그래야 박스터의 광활한 개방감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다음은 GTS에 올라간 스포츠 배기 시스템을 켠다. 시트 뒤에서 울려 퍼지는 엔진과 머플러의 환상적인 화음을 만끽할 수 있다.

718 박스터 GTS는 평범한 도로를 마치 서킷처럼 달린다. 구불구불한 와인딩 로드를 달릴 땐 마치 시케인을 향해 달려드는 레이스카처럼 날쌔고, 쭉 뻗은 고속도로 위에선 최고속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한다. 무미건조한 SUV와 비교하면 목적지는 같아도 이동하는 과정은 완전히 다르다. 화끈한 가속과 예리한 핸들링, 패들 시프트를 조작하는 짜릿한 손맛과 자극적인 기계 소리가 여정의 일부가 된다.

너무 햇볕이 뜨거우면 잠시 톱을 닫아도 좋다. 아담한 콕핏을 가득 메우는 오디오로 귀를 즐겁게 하거나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갈증을 달래는 것도 추천한다. 먹다 남은 커피는 대시보드에서 튀어나오는 컵홀더에 잠시 맡겨둘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그래도 수납 공간이 걱정인가? 이 차가 진정한 미드십 스포츠카임을 잊지 말자. 뒤에는 여느 스포츠카 수준의 트렁크 공간이 준비되어 있고, 후드 아래에도 깊숙이 파인 트렁크 공간이 존재한다. 비록 718 GTS를 몰고 거창한 오토 캠핑을 떠날 수 없겠지만, 쾌적한 리조트나 호텔에 묵는 여정의 짐꾸러미는 충분히 담을 수 있다.

그렇다고 718 GTS를 무조건 여행에 완벽한 차라고는 말할 수 없다. 댐퍼의 압력을 조절할 수 있지만 여전히 단단한 스포츠카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오랜 시간 운전하면 쉽게 피곤해진다. 하지만 활기 넘치는 파워와 상쾌한 오픈에어링은 718 박스터 GTS의 치명적인 매력이다. 이 맛에 빠져들면 쉽게 헤어나올 수 없다. 결국, 우리는 틈만 나면 톱을 열어버렸다.

작은 패들 시프트로 누리는 작은 사치. 작은 미니의 매력이다

소프트톱을 열었을 때 시원하기는 미니도 마찬가지다. 작고 귀여운 디자인에 파란 하늘을 닮은 차체 컬러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눈부시게 반짝였다. 미니 컨버터블은 가장 현실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컨버터블이다. 여느 컨버터블처럼 너무 부담스러운 스타일도 아니며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시야는 해치백 미니와 별반 다르지 않다. 미니 고유의 우뚝 선 A필러 덕분에 사각지대가 사라지고 개방감은 더욱 광활하다. 소프트톱을 여는 과정도 미니처럼 간단하다. 마치 트랜스포머처럼 거창하게 변신하는 하드톱 컨버터블에 비하면 미니는 달리면서 재빠르게 톱을 열거나 닫을 수 있다. 실제로 톱을 여닫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옆에 탄 애인의 변덕스러운 마음을 헤아리려면, 클래식하고 빠른 소프트톱이 무겁고 느린 하드톱보다 훨씬 실용적이다. 게다가 미니 컨버터블의 매력적인 톱은 반만 열 수도 있다. 따사로운 햇살은 좋은데 뒤에서 들이치는 바람이 성가시거나, 하만카돈 서라운드 시스템으로 흥을 돋우고 싶을 때 제격이다.

미니와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운전도 재미있고 718 GTS처럼 피로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결코 느린 것도 아니다. 스포츠 모드에 패들 시프트를 튕기면 앙칼진 엔진 소리와 함께 야무진 가속력도 맛볼 수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창밖 풍경으로 속도감을 만끽해도 좋고, 높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안구 정화를 해도 좋다. 캐리어백과 간소한 짐꾸러미 정도는 트렁크에 담으면 된다. 짐을 넣어도 넣어도 들어가는, 결코 마법 같은 공간은 아니다. 하지만 ‘이지 로드(Easy Load)’ 레버를 올려 트렁크 입구를 활짝 열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부족하다면? 이 차가 해치백 기반의 컨버터블임을 잊지 말자. 리어 시트를 접어 2열 공간까지 알뜰하게 활용한다면 미니멀리즘 오토 캠핑도 노려볼 수 있다.

당신도 알다시피 미니가 여행에 완벽한 차는 아니다. 그러나 타면 탈수록 미니의 아기자기한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톡톡 튀는 기능과 예쁜 인테리어는 지루한 장거리 주행도 즐겁게 만든다. 심지어 좁은 트렁크를 알뜰살뜰하게 활용해 짐을 넣는 일조차 유쾌할 것이다. 무엇보다 시동을 켜면 경쾌한 드라이브와 상쾌한 오픈에어링이 기다리고 있다. ‘컨버터블은 불편하다’라는 남들의 시선, 불편함 대신 수많은 즐거움을 얻었으니 괜찮다. 어차피 여행은 즐거움 때문에 떠나는 거니까.

TRAVEL TIP!

1+1 트렁크

스포츠카는 트렁크가 형편없다? 포르쉐 718 박스터 GTS는 예외다. 718의 후드 아래 적재 공간은 150ℓ, 트렁크 공간은 275ℓ를 자랑한다. 특히 앞쪽 공간은 꽤나 깊숙해서 캐리어백을 세로로 싣거나 브롬톤을 온전히 넣을 수 있다. 그야말로 미드십 엔진 구조의 특권이다.

해치백과 컨버터블 사이

미니의 소프트톱은 미니처럼 심플하고 민첩하다. 30km/h 이하의 속도에서 언제나 여닫을 수 있고 18초 만에 완벽하게 변신한다. 무엇보다 미니 컨버터블의 매력은 독특한 개폐 과정이다. 들이치는 바람이 부담스러울 때, 소프트 톱을 마치 선루프처럼 반만 열 수도 있다.

김장원 | 사진 최대일, 김범석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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