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로키, 지프의 소리 없는 존재감

새로운 지프, 새로운 체로키. 그런데 세련된 모습이 지프의 미덕일까?

FCA 코리아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희미하던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브랜드를 포기하고 SUV 전문 브랜드인 지프만 이끌고 나가기로 한 것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당연한 순서였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을 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제품은 빨리 처분하는 게 옳았다. 크라이슬러와 피아트의 회생 가능성은 진작부터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나날이 높아지는 SUV의 인기는, 80년 가까이 SUV 장르에 매진해 온 지프의 성장세에 탄력을 더했다. FCA 코리아는 지프 브랜드에 맞춰 국내 영업망을 재정비하는 중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지프 라인업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체로키가 옷매무새를 다듬고 돌아왔다. 2013년에 5세대 체로키가 등장했고 국내엔 2014년에 들어왔으니, 5년 만의 페이스리프트다. 5세대 체로키가 처음 등장했을 때 헤드램프와 주간 주행등, 안개등을 상중하로 나눈 파격적인 모습과, 당시에는 가장 단수가 많았던 ZF 9단 자동변속기가 특징이었다. 어떤 이들은 체로키 뒷모습이 기아 스포티지와 흡사하다고 딴지를 걸기도 했다.

유커넥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쓰기 좋게 변했다

새로운 체로키는 얼굴을 크게 손봤다. 보닛과 그릴을 새로 다듬고, 헤드램프를 다시 하나로 묶었다. 이것만으로도 디자인이 훨씬 나아졌다. 매의 날개를 형상화한 주간 주행등을 품은 LED 헤드램프는 눈빛이 매섭다. 전통의 7 슬롯 그릴과 어울린 모습은 현대적인 지프를 나타낸다. 하지만 사다리꼴로 각진 휠 아치는 오프로더 DNA를 감출 수 없는 지프의 명백한 상징. 테일램프 내부의 그래픽을 바꾸고 번호판 위치를 범퍼에서 테일게이트로 옮겨 단 뒷모습의 인상도 다르다. 눈에 보이는 실내의 변화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이것저것 써보면 한결 좋아졌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른 것보다도 유커넥트 8.4″ 터치스크린이 그렇다. 전에는 거의 손도 댈 일이 없었다면, 지금은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애플 카플레이, 원활한 블루투스 연결 기능 등을 품었다. 그런데 절제가 부족했다. 시트와 스티어링 휠 열선을 켜고 끄는 것도 터치스크린에서만 할 수 있다. 애플 카플레이 연결이 자주 끊어지는 것도 아쉽다.

사다리꼴 휠 아치는 지프의 오랜 전통

쓸데 없이 단수 많은 9단 변속기는 체로키의 큰 단점이다

2720mm에 달하는 휠베이스 덕분에 실내 공간이 넓고 편한 것도 체로키의 장점이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창문 크기도 커져 시야가 좋아졌고, 나파 가죽 시트는 전보다 한결 푸근한 기분을 전한다. 예전보다 길고 넓어진 트렁크 공간은 731ℓ에서 최대 1549ℓ까지 늘어나 골프백을 가로로 넣는 등 더 많은 짐을 부릴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여전하다. 엔트리급인 2.4ℓ 가솔린 모델이 먼저 출시됐고, 2.2ℓ 디젤 모델은 후반기에 들어올 예정이며 모두 ZF 9단 자동변속기 그리고 4륜구동 시스템과 어울린다. 미국에서 새롭게 등장한 270마력짜리 2.0ℓ 가솔린 터보 버전은 계획이 없다. 시승차에 들어간 2.4ℓ 타이거샤크 멀티에어2 엔진은 현대 세타 엔진을 기반 삼아 피아트의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을 적용한 유닛으로, 성능이 출중하진 않지만 다그치지 않고 온순하게 대할 때 제 역할을 해낸다. 다만, 9단 자동변속기는 여전히 불만이다. 변속 로직을 다듬었다고는 하지만, 기어를 바꿔 물 때 멍청하게 구는 일이 잦다. 조심스럽게 대해야 편안한 주행 감각을 보여주는, 친해지기 어려운 친구들이다.

크롬을 두르고 품질이 약간 좋아진 실내

그보다는 편안하고 푸근한 승차감이 훨씬 좋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떠받치는 차체는 완만한 도로에서 적당히 기울어지고, 빠르게 달릴 때는 조심하라는 무언의 경고를 날린다. 시승차에는 로 기어를 빼버린 4륜구동 시스템이 들어 있는데, 평소 앞바퀴로만 달리다가 주행 상황에 따라 앞뒤 바퀴에 최대 100%까지 동력을 나누는 방식이다. 운전자가 눈치 못 챌 정도로 빠르게 구동력을 나누니, 우리는 4륜구동 시스템이 있다는 데 위안 삼으며 느긋하게 달리면 될 일이다.

편안한 운전을 돕는 기술은 풍성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전방 추돌 경고, 차선 이탈 방지 보조 시스템 등의 장비가 알차게 들어 있다. 쓸 일이 거의 없는 로 기어를 빼며 불필요한 무게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였지만, 4륜구동 가솔린 SUV의 먹성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그럼 하반기에 나올 디젤 체로키를 기다려야 할까? 흠, 나 같으면 신형 랭글러를 기다리는 일이 더 즐거울 듯하다. 체로키와 거의 같은 가격의 폭스바겐 신형 티구안 4모션 트림도 눈에 어른거린다.

LOVE  보기 좋아진 외모

HATE  오프로드에서 막강했던 과거의 영광

VERDICT  특색 없이 무난한 도심형 지프

Jeep Cherokee Longitude High 2.4 AWD

Price 4790만 원

Engine 2360cc I4 가솔린, 177마력@6400rpm, 23.4kg·m@3900rpm

Transmission 9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N/A, N/A, 9.2km/ℓ, CO₂ 187g/km

Weight 1830kg

이세환 사진 김범석

이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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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rard@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