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을 깨고 돌아온 폭스바겐 티구안

명실상부 수입 SUV의 최강자로 이름을 알린 폭스바겐 티구안이 공백을 깨고 돌아온다. 파사트 GT로 판매 재개에 돌입한 폭스바겐은 티구안으로 희망찬 부활을 노래한다

대한민국에서 아우디·폭스바겐이 자리를 비운 지난 2년여 기간. 디젤게이트 여파로 공백이 생긴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빈자리는
자연스레 다른 브랜드가 차지했다. 공백 기간 동안 국내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쌍두마차를 필두로 대부분 수입차 브랜드가 성장세를 보이며 수입차 시장을 나눠 가졌다.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2003년 푸조가 국내에 처음 디젤 승용차를 들여온 뒤로 꾸준히 성장해 한때 70%에 육박했던 수입 디젤차의 점유율은 디젤게이트 이후로 줄곧 떨어졌고 올해 초에는 가솔린 모델이 디젤 모델보다 많이 팔리는 반전까지 일어났다. 디젤 엔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지만, 디젤 엔진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우디는 아직 이렇다 할 신차를 선보이는 대신 기존의 제품 라인업을 다시 파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폭스바겐은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복귀했다. 온라인 판매망을 늘려 영업망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제품 라인업을 완전히 새롭게 차린 것. 폭스바겐이 판매를 재개한 모델로 내보낸 선봉장은, 2년 전 부산 모터쇼에서 선보인 파사트 GT.

1973년 등장한 파사트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2200만 대 넘게 팔린 글로벌 베스트셀러이자, 3박스형 정통파 세단의 정석으로 통하는 모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좋은 모델이고, 탄탄한 기본기에 완성도 높은 장비를 두르며 8세대로 진화한 신형 파사트 GT는 새 출발을 알리기에 알맞았다. 파사트 GT가 출발 신호를 쏘아 올렸다면, 일찌감치 수입 SUV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하며 폭스바겐의 전성기를 이끌던 티구안이 다음 타자다.

2007년 처음 시장에 나온 티구안은, 투아렉만 홀로 자리를 지키던 폭스바겐 SUV 라인업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등장과 함께 티구안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1세대 티구안은 전 세계에서 264만 대 정도 팔리며 베스트셀링 SUV 타이틀을 획득, 오랜 명성을 이어온 혼다 CR-V, 토요타 RAV4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08년 중반부터 팔리기 시작한 우리나라에서도 수입차 최초로 월간 판매 1000대 돌파 기록을 세운 것과 더불어 연간 판매량이 1만 대에 달하며 가장 잘 팔리는 수입차에 등극하는 등 거침없이 인기를 끌었다. 시장에 처음 선보인 1세대 모델의 성공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결과였다. 2016년에 새롭게 선보인 2세대 티구안도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70만 대 가까운 판매고를 올리며 세계 베스트셀링 카 톱 10에 꼽히는 등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실감하는 중이다.

신형 티구안은 그야말로 환골탈태의 표본이다. 뼈대부터 겉모습까지 모든 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기존에 쓰던 플랫폼을 버리고 폭스바겐 그룹의 가로 배치 엔진 전용 모듈형 플랫폼인 MQB 위에서 새로 태어난 덕분이다. 1세대 티구안이 5세대 골프를 바탕 삼아 태어났다면, 2세대 티구안은 폭스바겐 안의 전륜구동 차들과 같은 플랫폼을 공유한다. 가장 작은 up!과 대형 SUV인 투아렉을 빼면 폭스바겐의 전 모델이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셈이다. MQB 플랫폼 위에서 태어난 폭스바겐 SUV는 티구안이 처음이다. 새하얀 도화지에 자유롭게 그림 그리듯, 무궁무진한 활용도가 잠재하고 있는 새로운 플랫폼 위에서 태어난 티구안은 디자인, 비율, 공간, 성능, 안전 및 편의 장비 모두 새로워졌다. 신형 티구안은 더욱 정교하고 명확해진 폭스바겐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날카로운 직선으로 역동적인 스타일을 만드는 건 폭스바겐의 장기 중 하나. 단정하고 절제미 가득한 분위기 속에 그어낸 선만으로 제법 덩치 있는 C 세그먼트 SUV가 날렵한 스타일로 변했다. 전보다 높아진 보닛 위에 접은 날카로운 주름과 앞 펜더에서 시작해 차체를 휘감아 테일램프를 가로질러 테일게이트까지 이어지는 절묘한 캐릭터 라인 덕분이다. 새로운 그래픽을 담은 앞뒤 LED 램프와 한 몸처럼 이어 붙은 프런트 그릴도 힘 있고 단정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돕는다.

2세대로 거듭나면서 차체 길이는 4485mm(+55mm), 휠베이스 2680mm(+76mm), 너비가 1840mm(+30mm)로 늘어나며 한결 커졌지만, 간결하고 기능적인 디자인 덕분에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 늘어난 차체 크기는 곧 넓어진 실내 공간으로 이어진다. 앞좌석과 뒷좌석의 헤드룸과 레그룸 모두 넓어지면서 전보다 한결 여유로운 공간을 뽑아냈다. 다시 한번 강조해도 아깝지 않은 MQB 플랫폼의 힘이다. 1세대 모델이 실내 공간 잘 뽑기로 소문난 현대기아차의 투싼과 스포티지보다 다소 좁은 감이 있었다면, 이제는 대동소이한 수준까지 늘어난 셈이다. 국내에 새로 들어오는 신형 티구안은 일반 모델과 하반기에 출시되는 롱 휠 베이스 모델로 나뉜다. 롱 휠 베이스 모델은 티구안 올스페이스로 불리는 미국 전용 모델로 기본형보다 휠베이스가 110mm 길어 동급 모델인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보다 훨씬 넉넉한 건 물론, 현대 신형 싼타페보다도 25mm 길다. 큰 차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소비자를 고려해 기본형과 확장형 모델을 나눠 들여오기로 결정한 건 폭스바겐 코리아의 신의 한 수다.

티구안의 트렁크 적재 공간은 615ℓ. 2열 시트를 앞으로 18cm 밀어 5명이 탔을 때 최대한 뽑아낼 수 있는 공간이다. 등받이 기울기 조절은 물론 40:20:40 비율로 나눠 평평하게 접을 수 있는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트렁크 용량은 최대 1655ℓ까지 늘어난다. 기존 1세대 모델의 트렁크 용량이 470~1510ℓ에 불과해 동급 모델 중에서 좁다는 평가를 받았던 걸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차체가 늘어난 올스페이스 모델의 경우 트렁크 기본 용량은 760ℓ로 부쩍 넓어진다. 그야말로 급을 넘어선 확장성이다.

넓어진 공간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는 시트가 만나, 공간 활용도가 높아졌다

실내로 들어서면 변화의 폭이 더 크다는 걸 실감한다. 구형의 철 지난 인테리어는 잊어도 좋다. 겉모습과 마찬가지로 간결하고 단정한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면과 선, 각으로 나뉜 인테리어는 익숙하고 편안함을 선사한다. 누가 타든 불편함 없이 쓰기 쉽도록 설계한 인체공학 디자인의 영향이다. 실내 소재와 조립 품질 또한 전작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특히, 중간급인 프리미엄 트림 이상부터는 운전석 메모리 기능과 전동식 요추 지지대를 넣은 비엔나 가죽 전동 시트를 넣어 더욱 편안한 공간을 마련했다.

폭스바겐은 신형 티구안을 만들면서 공간만 넓히는 데 주력하지 않았다. 컬러풀한 8″ 터치스크린 안에 담긴 새로운 디스커버 미디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쓰기 쉽고 편한 구성과 깔끔한 그래픽, 재빠른 반응성을 보여준다. 블루투스와 애플 카플레이, 미러링크를 지원하는 앱 커넥트 기능으로 스마트폰 쓰듯 다루기 쉽게 구성했다. 우리는 내용 많고 사용하기 복잡한 것보다 이처럼 간결한 구성으로 쉽게 다룰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환호한다.

더불어 기존의 아날로그 계기반을 대체하는 12.3″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 계기반은 고해상도 그래픽으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비롯해 트립 컴퓨터와 지도, 각종 주행 정보 등의 데이터를 보기 쉽게 정리해 표시한다. 계기반 가득 지도를 펼쳐놓을 수도 있는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는, 아우디의 버추얼 콕핏과 같다고 보면 쉽다. 운전 중에 계기반을 보는 것마저 불편한 사람이라면 티구안의 팝업식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눈여겨봐야 한다. 현재 주행 속도와 내비게이션, 주행 보조 시스템 관련 정보 등 운전에 꼭 필요한 요소를 보여주는 아이템이다. 만인을 위한 SUV라는 명칭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신형 티구안은 2.0ℓ TDI 엔진과 7단 DSG 조합의 파워트레인을 품고 한국 땅을 밟았다. 최고 140마력, 32.6kg·m의 성능을 발휘하던 구형 모델과 달리, 2세대 티구안의 심장은 최고 150마력, 34.7kg·m의 한결 여유로운 힘을 만들어낸다. 특히, 1750~3000rpm 구간에서 발휘하는 최대토크는 가속 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아도 속도에 탄력이 붙길 원하는 우리네 취향에 딱 들어맞는다.

무엇보다 0.02초 만에 번개처럼 기어를 바꾸는 DSG와의 궁합이 찰떡같다. 기어를 내릴 때 변속 충격 없이 물 흐르듯 부드럽게 변속을 해치우는 솜씨는 프로 드라이버의 힐 앤 토 실력이 부럽지 않다. 궁합 좋은 2.0ℓ TDI 엔진과 7단 DSG의 만남으로, 티구안은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을 9.3초 만에 해결하고 202km/h의 최고속도를 달성했다. 정차 시 엔진을 재웠다 깨우는 스타트 & 스톱 기능과 능력 좋은 변속기 덕분에, 전륜구동 모델 기준으로 14.5km/ℓ의 알뜰한 효율성까지 갖춰 성능과 효율성의 매력적인 앙상블 또한 이뤄냈다. 티구안의 최상위 트림에는 폭스바겐의 4륜구동 시스템인 4모션이 들어간다. 할덱스에서 개발한 5세대 4륜구동 시스템으로 평소 앞바퀴에 힘을 몰아줘서 연료 효율성을 높여준다. 하지만 미끄러운 눈 또는 진흙 길을 지날 때면 커플링을 통해 접지력을 잃는 반대쪽 바퀴로 힘을 보내 안정적으로 벗어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커플링이 앞뒤 바퀴 사이에서 구동력을 나눈다면, 차체 제어 시스템과 연동해 성능을 발휘하는 전자식 디퍼렌셜 록이 좌우 방향에 구동력을 나눠주는 역할을 맡는다.

기어 레버 아래편에 자리한 4모션 액티브 컨트롤 다이얼을 돌리면 온로드와 오프로드, 오프로드 인디비주얼, 스노 등 네 가지 주행 모드를 골라 쓸 수 있다. 대부분 상황에서는 온로드 모드 하나만으로 충분하겠지만, 이따금 지나게 되는 비포장도로에서는 4모션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4모션을 적용한 티구안의 경우 최저 지상고가 일반 모델의 189mm보다 높은 200mm에 달해, 차체 하부가 긁힐 위험이 훨씬 줄어든다. 티구안을 도심형 SUV라고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우리가 신형 티구안을 다시 평가해야 할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안전 장비다. 이전의 폭스바겐 모델이 탄탄한 기본기와 수준 높은 주행 성능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면, 운전을 도와주는 안전·편의 장비가 부족해 외면하는 이들도 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최근에 폭스바겐이 선보이는 모델엔 주행 중에 마주치는 다른 차와 보행자의 안전까지 챙기는 사려 깊은 장비가 풍성하게 들어 있다. 2세대 티구안은 보행자를 감지해 가벼운 제동과 시청각 신호로 사고를 예방하고, 나아가 긴급 제동하거나 보행자와 추돌했을 때 부상률을 낮춰주는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과 액티브 보닛 기능이 기본이다. 한편, 티구안 스스로 앞차와 거리를 재고 좌우 차선을 살펴 두 손 두 발 편하게 도와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최고 160km/h까지 제 역할을 해낸다. 만약 교통 체증 심한 시내에서라면 60km/h 안에서 스스로 가다 서길 반복하는 트래픽 잼 어시스트 기능이 빛을 발한다.

한 단계 진화한 티구안의 안전 장비는 더 넓은 범위를 감지해 탑승객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한다. 5~210km/h 속도에서 레이더 센서를 이용해 전방 160m까지 교통상황을 감시하다가 다른 차나 장애물과 충돌을 감지하면 시청각 신호로 위험을 알리고 비상 제동을 준비, 사고 상황에서 제동 능력을 극대화해 피해를 줄여준다. 만약 사고가 났다면,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티구안 스스로 비상등을 켜며 10km/h까지 감속해 다른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특히, 달리고 있을 때뿐 아니라 스타트 & 스톱 모드인 상황에서도 안전 장비의 활약이 펼쳐진다. 후방 사각지대를 감지해 사고 발생 가능성을 계산, 추돌을 감지하면 비상등을 켜서 경고하는 건 물론, 탑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창문과 선루프를 닫고 앞좌석 안전벨트를 조여준다.

티구안이 자리를 비운 사이 수많은 경쟁자가 왕좌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1인자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새로워진 티구안이 돌아왔고 한때 수입 SUV 최강자였던 타이틀은 아직 유효하다. 신형 티구안의 상품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훌륭하다. 티구안을 앞세워 희망찬 부활의 찬가를 노래하는 폭스바겐의 미래는 다시 한번 밝게 빛날 것이다.

Front Assist

전방 상황을 끊임없이 감지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줄여주는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 제동 시스템이 들어간다.

Digital Cluster 12.3″

풀컬러 디지털 계기반인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는 주행 및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관련한 온갖 정보를 보기 좋게 표현한다.

4Motion Active Control

5세대 할덱스 커플링을 사용한 4륜구동 시스템 4모션을 다루는 다이얼. 날씨나 도로 조건에 맞게 주행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4모션 모델은 최저 지상고도 200mm로 높아진다.

360˚ Area View

우수한 화질의 카메라 4대가 티구안의 앞뒤 좌우 상황을 촬영해 모니터로 보여준다. 또한, 카메라에서 얻은 이미지로 3D 조감도를 만들어 주변 상황을 한눈에 보기 쉽게 알 수 있다.

Head-up Display

팝업식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계기반 뒤에서 솟아 오른다. 운전과 관련된 필수적인 정보를 알기 쉽게 보여준다.


The Effect of MQB

신형 티구안은 폭스바겐의 잠재력 풍부한 MQB 플랫폼 위에서 태어났다. 차체가 커지고 온갖 안전·편의 장비를 담으면서 66kg이 늘어났지만, MQB의 혜택으로 얻은 경량화 섀시 덕분에 82kg을 감소, 결과적으로 16kg의 체중을 줄일 수 있었다. 가벼워지기만 한 건 아니다. 섀시 강성은 이전보다 높아져 더욱 안전해졌다.


Volkswagen Tiguan 2.0 TDI 4Motion

Price 4750만 원

Engine 1968cc I4 터보 디젤, 150마력@3500~4000rpm, 34.7kg·m@1750~3000rpm

Transmission 7단 DSG, AWD

Performance 0→100 9.3초, 200km/h, 13.1km/ℓ, CO₂ 146g/km

Weight 1759kg

이세환

이세환

사람과 자동차, 당신의 이야기와 우리의 자동차를 함께 나누고픈 1인
serrard@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