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클리오, 경쾌함을 고집하는 이들에게

유럽의 취향을 저격한 클리오가 드디어 국내 상륙했다. 상큼한 컬러, 귀여운 디자인, 착한 연비가 클리오의 첫인상이다. 과연 소문대로 베스트셀러의 명성을 떨칠 수 있을까?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클리오의 한국 출시가 현실이 됐다. 이미 유럽 무대를 주름잡은 베스트셀러는 서울에서도 자신감이 넘쳤다. 우리가 클리오를 처음 만난 곳은 서울 가로수길에 위치한 ‘아뜰리에 르노 서울’이었다. 클리오의 그릴 한 가운데서 로장쥬 엠블럼이 빛났다. 그렇다. 더 이상 르노삼성이 아니라 르노다. 파리에서 봤던 클리오보다 생기가 넘쳤다. 하지만 인터넷과 SNS에선 우려의 댓글이 나돈다. 몇몇 네티즌은 차세대 클리오의 스파이샷을 인용해 딴지를 걸었다. 그러나 같은 처지에 있는 BMW 3시리즈도 불티나게 팔리지 않는가? 신형 소식 때문에 망설인다면 어떤 차도 살 수 없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서울과 경기도를 누비며 클리오를 시승했다. 앙증맞고 귀여운 디자인은 도로 위에서 존재감이 빛난다. 클리오는 칙칙한 회색 도시의 사거리에서 시선을 끌어모았다. 낯선 얼굴과 톡톡 튀는 컬러가 호기심을 자극한 것 같다. 우리는 클리오의 디자인을 높이 평가했다. 큰 차를 멋지게 만드는 건 어려울지 몰라도 작은 차를 멋지게 만들기는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위에 못생기거나 비율이 엉망인 소형차가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몇몇 매체는 클리오의 경쟁 모델로 현대 엑센트를 꼽기도 했는데, 우리는 공감할 수 없었다. 클리오와 엑센트의 스타일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인텐스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LED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지?

클리오의 패키징은 간단명료하다. 젠(ZEN)과 인텐스(INTENS) 트림으로 나뉘고, 한국 소비자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텐스 트림이 더 매력적이다. 가격은 330만 원 비싸지만, LED 퓨어 비전 헤드램프와 3D 타입 테일램프, 보스(BOSE)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비롯해 다양한 편의 장비를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예쁜 디자인에 LED가 올라간 모습은 누구나 환영할 것이다. T맵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 미러링 기능도 매력적이긴 마찬가지다.

로장쥬를 태풍의 눈으로 바꿀 텐가?

우리의 시승차 역시 인텐스 트림이었는데, 블랙 컬러 대시보드와 빨간색으로 치장한 시트가 젊은 콕핏을 제시했다. 운전석 시트는 충분히 낮게 설정돼 다양한 체형을 소화하며, 틸트와 텔레스코픽을 지원하는 스티어링 휠과 기어 레버의 위치는 이상적이다. 인테리어 분위기도 감각적이다. 인포테인먼트와 에어컨 버튼을 한데 모아 대시보드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동글동글한 에어 벤트와 대시보드가 감각적인 디자인 컨셉트를 공유한다. 차는 작아도 캐빈룸은 알뜰하게 구성했다. 캡포워드 형태로 넉넉한 헤드룸과 레그룸을 확보해 쾌적한 승차 공간을 제공한다. 300ℓ의 트렁크 공간은 모자란다고 불평할 수 있겠지만, 리어 시트를 모두 접으면 1146ℓ까지 늘어나니 걱정할 것 없다.

힘차게 숨 쉬는 디젤 엔진. 효율성 하나는 끝내준다

클리오의 파워트레인 구성은 오직 1.5ℓ 디젤 엔진과 6단 DCT 조합이다. 이미 QM3를 통해 성실한 파워와 뛰어난 연비를 증명한 바 있다. QM3와 비교하면 무게는 65kg 더 가볍다. 효율적인 파워트레인과 가벼운 차체가 만났으니 17.7km/ℓ의 공인 연비 기록에는 허풍이 없다. 작은 엔진은 야무지게 토크를 쏟아낸다. 디젤 엔진의 답답한 반응은 영민한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상쇄시켰다. 기어 레버를 수동 모드에 고정하자 기어를 낮추고 높이는 과정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복잡한 도심을 쏘다니기에도 안성맞춤. 클리오는 토크 밴드를 한껏 활용해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가벼운 해치백의 특권은 핸들링에서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단단한 차체와 탄력 있는 댐퍼의 조화 그리고 정직하게 반응하는 스티어링이 만나 환상의 팀워크를 발휘한다. 덕분에 반응이 경쾌하고 운전이 재밌다. 무엇보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상태가 엉망인 노면을 거침없이 지나치거나, 빠른 속도로 도로 이음새를 뛰어넘을 때다. 클리오는 뛰어난 탄성으로 거친 충격을 말끔하게 흡수한다. 속도를 높이거나 스티어링 휠을 꺾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반복되는 상하 움직임과 보디 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바쁘게 움직이는 네 바퀴가 침착하게 아스팔트를 부여잡는다. 한마디로 경쾌함과 안정감이 공존하는 주행이랄까? 우리가 작은 해치백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쫄깃한 승차감은 고속으로 달려도 유효하다

아담한 클리오는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작고 귀여운 디자인을 어필하는가 하면 직접 운전대를 잡았을 때 즐거움도 크다. 게다가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녀도 유량계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화려한 LED 불빛과 빵빵한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는 흥 많고 열정적인 소비자 취향이다. 엄밀히 말해 수입차지만 여느 수입차처럼 가격에 허세도 없다. 젊은 사람들의 진정한 젊은 차랄까? 우리는 결국 클리오의 지각을 너그럽게 용서하기로 했다.

LOVE 경쾌하고 재치 있는 주행 질감

HATE 머나먼 동승석의 열선 시트 스위치

VERDICT 베스트셀러 한글 번역판

Renault Clio 1.5 dCi INTENS

Price 2320만 원

Engine 1461cc I4 터보 디젤, 90마력@4000rpm, 22.4kg·m@1750~2500rpm

Transmission 6단 DCT, FWD

Performance 0→100 N/A, N/A km/h, 17.7km/ℓ, CO₂ 104g/km

Weight 1235kg

김장원 사진 최대일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bejangwon@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