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범석 칼럼] SUV의 매력은 공간이다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도 라인업에 여러 SUV가 포진해 있다. 실제로 회사 이익 대부분이 스포츠카가 아닌 SUV에서 나온다

최근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로 꼽히는 마이바흐와 롤스로이스가 근사한 SUV를 선보였다. 올해 베이징 모터쇼에서 메르세데스-마이바흐는 ‘얼티메이트 럭셔리(Ultimate Luxury)’라는 아주 이해하기 쉬운 이름의 컨셉트카를 전시했다. 이 차는 전형적인 3박스 세단을 위아래로 잡아 늘인 초대형 세단 같다. 아니면 세단처럼 트렁크가 있는 SUV라 봐도 된다.

얼티메이트 럭셔리는 베이징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선행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했다. 이때 만난 휴버트 리(이일환) 선행 디자인 스튜디오 총괄은 나에게 차의 디테일을 보여주는 개인적인 프레젠테이션을 빠르게 진행했다. 심지어 그는 내게 뒷좌석에 앉을 기회도 줬다. 미디어 취재 기간에 수백 명의 기자가 쳐다보고 있었는데 아주 짜릿한 선물을 받은 셈이었다.

실내는 얼티메이트 럭셔리 디자인의 하이라이트다. 화이트 가죽, 로즈 골드 메탈 마감 그리고 맞춤 디자인의 찻잔 세트까지. 정말 컨셉트카 이름처럼 차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를 총동원했다. 아무튼 나는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왜 얼티메이트 럭셔리 컨셉트카를 SUV로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마이바흐에 이어서 롤스로이스가 새로운 SUV를 공개했다. 컬리넌은 해치 형태의 트렁크 문을 달고 차체를 높인 4도어 럭셔리카다. 롤스로이스는 ‘차체가 높은 차’라고 에두르며 표현했지만 결국은 SUV다. 이제 롤스로이스 라인업에도 SUV가 생겼다. 그러나 매우 놀랄 일은 아니다. 롤스로이스 역사에 SUV DNA가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 롤스로이스는 거친 도로를 달리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나 유명세를 떨쳤다. 롤스로이스는 극한 환경에서도 주행할 수 있다는 사실로 명성을 얻은 것이다. 컬리넌은 롤스로이스 최초의 오프로드 주행 능력을 갖춘 차다. 나는 이 차를 롤스로이스가 그동안 선보인 차 중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롤스로이스 컬리넌은 벤틀리 벤테이가,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얼티메이트 럭셔리 컨셉트와 함께 SUV 정점에 오를 것이다.

최근에 전기차 브랜드도 SUV를 선보이고 있다. 포르쉐나 재규어 같은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도 라인업에 여러 SUV가 포진해 있다. 실제로 회사 이익 대부분이 스포츠카가 아닌 SUV에서 나온다. 이제 SUV는 그저 단순한 패밀리카가 아니다. 모든 세그먼트에서 SUV가 쏟아져 나온다. 그렇다면 SUV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당연하고 단순한 이유지만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SUV를 좋아할까? 바로 편안함에 답이 있다.

대부분 사람은 편리함 때문에 차를 산다. 그리고 누구나 차를 살 때는 큰 결심을 한다. 평생 살면서 집 다음으로 자동차에 큰돈을 지출하는데 이를 대충 결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즉, 쓰는 돈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한다. 사람들은 키가 큰 차를 원하고 실내가 넓은 차를 원한다. 실내 공간이 넓을수록 그만큼 유용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SUV가 정답이다. 높은 시트 위치, 타기 편한 바닥 높이, 천장이 높은 실내, 넓은 트렁크, 커다란 휠과 타이어까지 세단과 다른 이 모든 것이 SUV의 매력이다. 다른 것을 다 제쳐두고 넓은 실내 공간 하나만으로 SUV는 실용적인 차다.

SUV에 탈 때는 몸을 굽힐 필요 없이 안에 발을 넣으면 된다. 좀처럼 비좁은 느낌도 들지 않는다. 또한 트렁크에 무거운 쇼핑백을 넣기 위해 고생할 필요도 없다. SUV의 주행 성능은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받았지만, 알파 로메오 스텔비오나 포르쉐 카이엔은 웬만한 스포츠카를 제칠 수 있다. 심지어 슈퍼카도 제압하는 람보르기니의 우루스도 있다.

넉넉한 공간에 약점을 보완한 고성능 모델까지 등장하면서 SUV의 매력은 쉽게 꺾이지 않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SUV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 마니아는 여전히 SUV 대신 스포츠카를 원한다. 페라리가 얼마 남지 않은 그들의 취향이 아닐까 싶다.

임범석 교수

미국 ACCD를 졸업하고 혼다 디자이너를 거쳤다. 이후 한국인 최초 AACD 교수를 역임하며 미래 자동차업계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웠다. 2015년부터 중국으로 활동무대를 넓혀 글로벌 디자인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