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모범생, 볼보 XC60 D5

자동차를 의인화한다면 볼보는 매사 반듯한 모범생일 것 같다. 옆구리엔 안전에 관한 책을 항상 끼고 다니는. 아, 힘이 세지면 좀 달라지려나?

볼보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 ‘안전’이다. 1927년 회사가 생길 때부터 안전을 강조했으니 그럴 수밖에. 전 세계 최초로 고안한 3점식 안전벨트, 부스터 시트, 커튼 에어백 등 안전에 대한 볼보의 집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안전을 강조해서일까? 볼보의 연관 검색어 목록에 ‘재미’는 없는 것 같다.

이미 여러 번 시승했던 XC60을 또다시 불러낸 이유는 하나다. 이번 시승차가 D5 엔진을 심장으로 하기 때문. 최고출력 235마력을 쏟아내는데, 최대토크는 48.9kg·m나 된다.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한 SUV 모델 중 디스커버리와 벨라 다음으로 강력한 성능이다. 참고로 둘의 2.0ℓ 인제니움 디젤 엔진은 제원상 성능이 같다. 그럼 고작 3등 아니냐고? 그랬으면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마력당 무게를 따지면 XC60이 1:8.3kg으로 디스커버리(1:10.1kg)와 벨라(1:8.5kg)보다 가볍다. 1마력이 담당해야 할 무게가 가장 적다는 뜻인데, 그래서인지 XC60 D5는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7.2초가 걸린다. 2.0ℓ 디젤 엔진이 들어간 SUV 중 가장 빠른 기록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또 있다. XC60 D5의 복합연비가 12.9km/ℓ라는 사실이다. 이는 같은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동급모델을 웃도는 수치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148g/km로 낮은 편에 속한다. 보통 힘이 세면 연료 효율이 높지 않은데, XC60은 둘 다 훌륭하다. 모범생답다.

모범생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D5 엔진에 들어간 ‘i-ART’와 ‘파워 펄스’기술 덕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i-ART는 인젝터마다 센서를 부착해 매 순간 최적의 연료를 분사하는 기술이다. 출력 향상과 연비 향상 모두에 도움이 된다. 파워 펄스는 공기를 미리 압축해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방식을 말한다. 터보 랙을 줄여주는데, 전기모터를 이용하는 것보다 구조가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힘세고 조용한데 연비까지 좋은 재주꾼

그래서 실제로 차를 탔을 땐 어땠냐고? 일단, 100km/h까지는 디젤인지 가솔린인지 헷갈릴 정도로 실내가 조용하다. 150km/h가 넘으면 풍절음이 거세지며 차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더 밟으면 200km/h까지 거뜬히 도달하지만, 그 상태로 계속 달리고 싶을 만큼 안정적인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다른 2.0ℓ 디젤 모델을 시승했을 때 200km/h까지 가속하기조차 어려웠던 것과 비교하면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거기까지였다. 볼보는 볼보다웠다. 촘촘한 기어비의 8단 자동변속기는 부드럽게 움직였지만, 공격적이지 않았다. 다이내믹 모드로 설정해도 rpm만 조금 올라갈 뿐 차이가 미미하다. 차를 거칠게 몰아붙이려 하면 ‘안돼, 왜 이래, 나 이런 스타일 아니야’라고 꾸짖듯 각종 경보음과 안전 장치가 개입한다. 코너를 돌 때 자세 제어 장치 덕에 접지력을 잃지는 않았지만, 단단하지 않은 서스펜션 탓에 좌우 출렁임이 분명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XC60은 역동적인 주행과 거리가 멀다. 이전 모델에는 패들 시프트라도 있었다. 모범생에게 재밌기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었나보다.

LOVE  차가 200마력은 넘어야지

HATE  힘과 재미는 정비례하지 않는다

VERDICT  재미는 폴스타에서 찾는걸로

Volvo XC60 D5 Inscription

Price 6870만 원

Engine 1969cc I4 터보 디젤, 235마력@4000rpm, 48.9kg·m@1750~2250rpm

Transmission 8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7.2초, 230km/h, 12.9km/ℓ, CO₂ 148g/km

Weight 1970kg

박호준 사진 김범석

박호준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엉덩이는 무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