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부활의 신호탄, 균형 잡힌 SUV 이쿼녹스

한국 철수와 부활의 갈림길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쉐보레. 향후 5년간 15개 신차를 출시하겠다는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며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미래를 구상 중이다. 선발 주자는 스파크 페이스리프트 버전. 그리고 두 번째가 오늘 간단히 시승한 이쿼녹스다.

이쿼녹스는 쉐보레 SUV 라인업의 허리 역할을 맡는 중형 SUV. 지난 2004년 처음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200만 대 넘게 팔리며 인기를 입증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한국에서 스스로 가치를 입증하는 것, 나아가 쉐보레의 분위기에 활기를 더하는 것이다.

이쿼녹스가 속한 중형 SUV 시장은 나날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캡티바를 대체하는 모델이자 낯선 한국 땅을 처음 밟는 이쿼녹스 입장에서는 꽤 부담스러운 자리다. 경쟁 모델로 지목하고 있는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 르노삼성 QM6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기 때문. 특히 싼타페는 세대 교체를 마친 뒤 판매량 기록을 갈아치우며 높은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게다가 이쿼녹스는 미국에서 전량 수입하는 ‘수입차’다. 그 탓에 다른 국산 SUV보다 불리한 점이 더러 있다. 시장의 변화나 소비자의 요구에 따른 대응이 한 발 늦어질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가격에 있어 완벽히 한국 현지 사정에 맞추기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사실 걱정이 좀 앞섰다.

하지만 시승회 행사장에서 만난 한국지엠 관계자들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준비한 것들을 자신 있게 내비쳤고, 내심 기대하는 눈치도 보였다. 그들이 연거푸 강조한 건, 상품성과 가격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고 적절히 균형을 맞추는 선에서 한국 소비자를 사로잡을 만한 매력을 불어넣었다는 것.

쉐보레는 이쿼녹스의 제원 수치보다 균형 잡힌 성능을 눈여겨봐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자유로 위주의 시승 코스를 짧게 달린 탓에 모든 걸 체감하진 못했지만, 균형 잡힌 성능만큼은 실감했다. 최고 136마력, 32.6kg·m의 성능을 내는 1.6ℓ 디젤 엔진과 3세대 6단 자동변속기로 이뤄진 파워트레인, 기능 활성화 여부에 따라 전륜구동과 4륜구동을 오가는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이 어울려 알찬 성능을 뽐냈다.

그저 눈에 보이는 숫자로 보면 별로 주목할 것 없는 성능이지만, 매 순간 호쾌하게 달릴 게 아닌 이상 부족하지 않다. 가솔린 엔진의 부재,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디젤 엔진을 두고 말이 많지만, 정작 가솔린 중형 SUV의 판매량이 눈에 띌 만큼 많지 않고 다른 유럽 브랜드 역시 비슷한 덩치에 효율성을 강조한 1.6ℓ 디젤 엔진을 넣어 판매 중이다.

가격 대비 장비 구성 면에서 따져보면 한국지엠의 의도가 드러난다. 안전 장비의 경우, 위험 상황을 파악해 진동으로 경고하는 햅틱 시트, 전방 충돌 경고 및 시티 브레이킹 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및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등 최근 우리 삶에 빠르게 들어오고 있는 최신 자동차 안전 장비들이 모든 트림에 기본이다. 그밖의 장비까지 다 추리려면 열 손가락이 모자라다. 안전에 있어서 타협은 없다는 쉐보레의 제품 철학이 반영된 셈이다.

한국지엠이 이쿼녹스의 안전 성능에 있어 재차 강조하는 건,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과 고장력 강판을 이용해 만든 고강성 경량 차체. 덕분에 전 세대보다 180kg 줄이면서 차체 강성은 22% 높였다는 설명이다. 튼튼하고 가벼워진 차체와 군더더기 덜어낸 파워트레인이 어울려 이뤄낸 복합연비는 13.3km/ℓ(4륜구동 모델은 12.9km/ℓ).

한국지엠은 미국에서 LT와 프리미엄 두 가지 트림으로 팔고 있는 이쿼녹스 디젤 모델을 들여오면서 가장 아랫급인 LS 트림을 곁들였다. 하지만 미국 LT 트림에도 들어가지 않는 안전·편의 장비가 한국형 LS 트림에는 풍성하게 들어 있다. 앞서 언급한 햅틱 시트와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등이 그렇다. 하이패스 시스템이나 전동 사이드미러, 터널 디텍션 시스템 등은 한국 소비자 입맛에 맞춘 한국 전용 옵션이라는 설명이다.

이쿼녹스는 완벽하게 훌륭한 자동차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취하고 버리는 걸 적절히 선택하며 균형 잡힌 제품을 만들고자 주력했다. 그들은 이쿼녹스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본 소비자들이 있을 것이며, 그들의 결정을 믿고 따른다는 입장이다. 스파크를 앞세워 돌아왔지만, 이쿼녹스야말로 진정한 쉐보레 부활의 신호탄이다.

이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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