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 칼럼] 모두를 위한 브레이크 페달 조작법

일반 도로에선 직선 구간에서 이미 감속을 마치고 턴인 이전에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이 떨어져 있어야 한다

수동변속기가 멸종되다시피 한 국내에서 대다수 운전자가 인식하는 자동차는 가속 페달을 밟으면 빨라지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느려지는 기계다. 도로 주행은 이 두 페달과 스티어링 휠 컨트롤을 필요한 만큼만 병행하면 되는 것으로 이해되기 쉽다. 일상 주행 맥락에서 대중이 이해하는 스티어링과 가속 페달 컨트롤은 안전을 크게 위협하지 않는다. 파워풀한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들도 가속 과정에서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고 로드카의 스티어링 기어비도 안전을 감안하여 둔감하게 설정된다. 하지만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무조건 자동차를 세울 수 있다”는 믿음은 위험천만하다. 우리는 안전해지기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만, 겁 없이 아무 때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다간 스스로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레이스카는 한 코너를 통과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친다. 각 단계 별로 페달 컨트롤 방법이 다르다.

첫 번째, 직선 코스에서 풀 스로틀로 전력 질주하다 코너 입구가 가까워지면 직선 코스 말미에 풀 브레이크를 밟는다. 필요한 감속은 코너 진입 전에 모두 끝마쳐야 한다. 직선 구간에서 감속해야 타이어의 모든 그립을 브레이킹에 온전히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약간의 코너링도 타이어의 그립을 횡 방향으로 분산시킨다.

두 번째, 코너에 접어들면 트레일 브레이킹(Trail Braking)을 시작한다. 트레일 브레이킹은 브레이크를 부분적으로 밟은 상태에서 코너에 진입하는 기술이다. 트레일 브레이킹의 목적은 감속이 아니라 풀 브레이킹으로 인해 앞으로 쏠렸던 하중이 갑자기 뒤로 이동하는 막는 것이다. 이 기술은 오로지 레이스 드라이버를 위한 것이다. 일반 도로에서 트레일 브레이킹을 구사하다 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트레일 브레이킹을 안정적으로 구사하려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브레이킹 강도에 따른 하중 이동 변화를 몸으로 기억해야 한다. 레이스 트랙에선 풀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급작스레 발을 떼는 순간 차의 머리가 순간적으로 들리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하중 이동은 접지력 배분 변화를 의미한다. 턴인 구간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어설프게 밟으면 접지력 전후 배분이 요동쳐 자동차가 스핀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일반 도로에선 직선 구간에서 이미 감속을 마치고 턴인 이전에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이 떨어져 있어야 한다. 트레일 브레이킹 여부에 상관없이,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뗄 때는 부드럽게 하는 것이 밸런스 유지의 핵심이다.

세 번째,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완전히 떼고 가속 페달로 이동한다. 브레이크-스로틀 페달 교차는 최대한 부드럽게 연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로드카 운전 시에도 이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브레이킹과 가속 사이에 불연속적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네 번째, 브레이킹에서 가속으로의 전환이 완료되면 일정 시간 스로틀로 최대 곡률 포인트를 돌게 된다. 이 구간에서 스로틀 컨트롤은 가속이 목적이 아니라 마찰 손실을 보상하여 등속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구간에선 10~20%의 스로틀만 사용한다. 등속 유지는 차량 하중의 전후 배분(밸런스), 그 결과 접지력 배분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다섯째, 코너 출구가 보이면 스티어링을 점차 풀기 시작한다. 이와 더불어 스로틀 페달도 더 깊게 밟는다. 이후 레이스카는 최대한 빨리 풀 스로틀로 복귀해야 한다. 풀 스로틀 시점은 엔진의 파워와 접지력에 따라 달라진다. 접지력에 비해 파워가 세면 풀 스로틀 시기를 늦춰야 한다. 200마력을 넘지 않는 대다수의 로드카는 풀 스로틀로 코너를 빠져나와도 그립을 놓칠 확률이 크지 않지만, 제한 속도 때문에 풀 스로틀은 도로 어디에서도 밟기 어렵다.

명심하자. 일반 도로에선 직선 구간에서 이미 감속을 마치고 턴인 이전에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이 떨어져 있어야 한다. 코너링 도중의 브레이킹은 자칫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글 : 김남호

김남호 박사는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메커니컬 엔지니어링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 르노에서 F1과 첫 인연을 맺었고, 현재 르노 스포트 F1 팀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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